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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우유도 원재료가 각자 다르다?

랏팅 2019. 11. 8.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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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건강음료의 대표 주자 '우유'. 일반 소비자가 생각하는 우유의 종류라면 일반 우유, 저지방 우유, 요즘 대세인 소화가 잘되는 유당분해우유, 그리고 바나나맛, 딸기맛 등 각종 과즙을 함유한 가공우유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우유도 '원유' 나름, 원유가 아닌 뜻밖의 재료들이 원재료표에 숨어있다. 지금부터 다나와가 기획한 '식품 알고 먹자 시리즈'의 첫 주자 '우유'의 비밀을 파헤쳐 본다. 


 

유제품류는 원재료표를 똑띠 보자!  ‘원유’, 그리고 '환원유'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우유의 원재료표를 보면 '원유 100%(국산, 1A등급)'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시중 판매되는 모든 우유가 국산 100% 원유는 아니다. 유제품 회사들이 국산 100%를 강조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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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독일 수입산 멸균 우유


최근에는 상온에서 1개월 이상 보관이 가능한 수입산 멸균 우유가 저렴하게 유통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멸균 우유 역시 원유 100% 제품이지만, 차이점이라면 원유를 63℃에서 135℃ 정도의 온도에서 열처리하는 일반우유보다 더 높은 고온(135℃~150℃)에서 2~5초간 가열해 일반 실온에서 자랄 수 있는 모든 미생물을 완전히 사멸시킨 뒤 빛과 공기를 차단하는 테트라팩에 담겨 부패 속도가 늦춘다는 점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국산 멸균우유뿐만 아니라 수입산 멸균우유도 우리 식탁에 손쉽게 올려지고 있다. 


맛과 영양에서 차이나지는 않을까? 일부에서는 멸균 우유가 일반우유보다 영양분이 적고 '밋밋한 맛'이라는 논쟁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두 제품의 영양학적인 차이는 거의 없다는 의견이다. 다만, 일반 우유에 비해, 더 높은 온도에서 가열이 이뤄지기 때문에 우유에 포함되어 있는 소량의 유익균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평소 일반우유의 다소 짧은 유통기한(냉장보관 기준 7~14일)이 아쉬운 소비자라면 원유 100%의 멸균우유를 구매해봐도 좋을 듯싶다. 긴 유통기한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유통비가 내려가면서 '착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 대형마트에선 ℓ당 일반 우유가 2,600원~2,800원대라면 멸균우유는 2,000원 초반으로 판매되고 있다. 수입 멸균우유는 인터넷에서 구매할 경우 ℓ당 1,600원 선에 판매된다. 


▲ 국내 시판중이 저지방 가공유의 원재료표. 

환원유로 일반 우유 대비 영양성분은 매우 낮다.


원유 100% 우유라면 일반우유(살균우유)나 멸균우유나 두 제품의 영양학적 논쟁을 일으킬만한 건덕지는 없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일반우유와 멸균우유보다 저렴한 1600~1700원대(900㎖ 기준)로 판매되고 있는 '환원유'에 있다. 


저렴한 가격에 혹해 장바구니에 담기 쉬운 환원유는 원유 100%인 일반 우유와 달리, 원유보다 값싼 분유가 더 많이 포함된 유가공 음료다. 즉, 물에 국산 분유 또는 더욱 더 저렴한 수입산 분유를 탄 뒤 국산 원유와 혼합한 제품을 일컫는다. 문제는 환원유가 마치 국산 원유 100%로 만든 제품인 것처럼 팔리고 있다는 점. 


이런 제품들은 겉보기엔 일반 우유와 매우 흡사한 외형이지만 원재료표를 들여다보면 환원유 80%에 원유 20% 비율인 것이 나타난다. 포장지에도 '가공유'로만 표기되면서 소비자가 일반우유로 오해해 구매하는 실정이다.


▲ 저렴하고 맛있는 우유로 인터넷에 올라온 한 우유 제품의 원재료표. 

이 역시 '환원유'로 원유 함량이 적어 여러 혼합제제로 영양성분을 맞추고 있다. 


지속적으로 환원유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일반우유와 똑같은 맛에 환원유라는 자각을 못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환원유는 어떻게 일반우유와 흡사한 맛을 내는 것일까?  


환원유는 원유 속 지방을 제거해 가루 형태로 만든 탈지분유를 물에 용해하고 유지방(버터, 크림)을 첨가해 제조한다. 일반적으로 탈지분유를 만들면 색이 약간 누렇게 변하고 냄새가 나기 때문에 대부분 인공 향이나 색소를 첨가해 특유의 냄새와 색을 가린다. 여기에 분말로 만드는 과정에서 손실된 칼슘과 비타민 등을 보충하기 위해 칼슘혼합제제나 엽산 등을 첨가한다. 


문제는 이렇게 첨가된 혼합제제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반우유에는 수분 87~88%, 지방 3.4~3.7%, 단백질 3.2~3.3%, 유당 4.8~4.9% 등이 들어있고, 지용성 비타민 A 와 수용성 비타민 B, 칼슘·칼륨·인 등 각종 미네랄 성분이 들어 있다. 또한 우유에 들어있는 칼슘은 약 90% 정도 몸에 흡수 되는데, 같은 양의 칼슘이 들어있는 시금치를 먹었을 때-보다 몸에 흡수되는 칼슘은 우유가 6배나 높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칼슘 첨가물의 흡수율은 30% 정도로 흡수율이 70%에 달하는 원유의 칼슘에 비해 낮다고 지적한다. 이쯤이면 여러 혼합제제로 영양성분을 맞춘 환원유가 '짝퉁우유'로 불리는 이유,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흰 우유에도 들어간다! 각종 첨가물




첨가물로 원재료표를 가득 채운 '환원유'가 아니더라도 앞서 다룬 일반우유나 멸균우유에도 여러 첨가물이 들어갈 수 있다.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저지방 고칼슘 우유, 고칼슘 유당분해 우유나 일반 흰 우유에 비해 2배 이상의 칼슘이 함유되어 있는 고칼슘 우유 등 칼슘 강화우유가 대표적이다. 원재료표에 원유 이외에 탄산칼슘혼합제제 혹은 칼슘이라고 영양성분의 명칭만 표기되어 있으면 '합성칼슘'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칼슘 성분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되는 '탄산칼슘'은 칼슘 외에도 우유의 탄력성을 높이는데 작용하기 때문에 칼슘강화 우유가 아니더라도 원재료에 포함될 수 있다. 여기에 첨가하는 성분들이 잘 녹게 하기 위한 유화제인 '아라비아검'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 예로, 매일유업의 유당분해우유인 소화가잘되는우유에는 1%가 안 되는 0.55%의 혼합제제(탄산칼슘, 아라비아검)와 유당분해 효소인 락타아제가 들어있다. 또한 저지방 우유의 밋밋한 맛을 보완하기 위해 단맛을 내는 '덱스트린'이나 '자당' 등이 추가되거나 엽산, 비타민 혼합제제가 포함되기도 한다. 


이 첨가물들은 대게 인체에 무해한 식품첨가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칼슘을 무조건 많이 섭취해도 문제가 된다. 대표적인 정제칼슘인 '탄산칼슘'은 장기간 다량 복용하게 되면 전립선암, 심근경색, 신장결석 등의 합병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전문가들은 칼슘의 1일 최대 섭취량을 2,500mg으로 정해둔 바, 이 섭취량을 넘겨서 먹으면 소화흡수가 잘 안 되고 위장장애나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체 내에 칼슘 농도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정상인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 등의 심장질환과 뇌졸중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하니 칼슘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에는 고칼슘 우유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바나나맛우유는 정말 바나나맛 '우유'였다! 가공유 제품별 원유 함량


지금까지 특별한 가공을 하지 않은 흰 우유(환원유 제외)를 살펴봤다면, 지금부터는 딸기, 초코, 바나나, 메론, 커피 등과 같은 향료를 첨가해 영양과 맛,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가공우유(가공유)를 파헤쳐 보자. 


일반적으로 가공유라 하면 유통기한이 일반우유처럼 다소 짧기 때문에 원유에 과즙을 '첨가'했다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가공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매우 놀랍게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가공유의 대부분은 원유 함량이 적거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난 2017년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시중에서 판매하는 가공유 60종 중 원유(흰우유)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제품은 25%(15개)에 달했다. 여기에 60종 제품 중 절반 이상(56.7%)은 원유 함량이 절반도 되지 않았다. 따라서 원유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거나 절반 이하인 제품을 합하면 전체 60개 제품 중 81.7%가 ‘무늬만’ 우유인 셈이다.


매일유업에서 제조한 GS25 PB제품 ‘신선한 스누피 초코우유’, 동원F&B '더 진한 바나나 담은 바나나우유'는 전량 환원유로 제조되었으며 세븐일레븐 PB 제품 중 동원F&B '딸기우유' ‘초코우유’, ‘바나나우유’ 역시 원유가 아닌 환원유로탈지분유, 유크림 등이 포함돼 있을 뿐이다. 푸르밀 ‘생과즙 블루베리우유’, 동원F&B ‘밀크팩토리 코코아’, ‘덴마크 딸기딸기우유’, 서울우유 딸기, 초코 등에도 원유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우리F&B의 ‘마카다미아 초코우유’, ‘카라멜 커스타드크림우유’ 등도 원유 대신 환원무지방우유를 사용한 제품이다. 푸르밀의 ‘가나 쵸코우유’, ‘검은콩이 들어간 우유’, ‘생바나나우유’ 등은 원유와 환원유를 병용 표기해, 기본적으로 원유를 사용하나 원유 수급이 어려울 경우 환원유로 대체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회사측에서 매일매일 원유 수급이 어려워 환원유로 대체한다고 해도 반박할 수가 없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유맛을 낼 수 있었을까? 여기서 또 등장한다 '환원유'. 제조사들은 탈지분유로 만든 환원유를 이용해 원유 없이도 '~한 우유' '00우유' 등을 내놓고 있다. 사실상 유가공 음료수인 이런 제품들은 탈지분유, 물, 유지방(유크림)에 당분이나 팩틴질 등 맛을 진하게 만드는 검(Gum)류 성분이 첨가되어 시장으로 나온다. 


한 식품회사의 바나나우유를 보자면, 바나나과즙에는 바나나농축과즙이 0.5%와 인공 첨가물인 바나나밀크향 합성착향료가 들어갔고 끈적이지 않는 상쾌한 단맛을 내기 위해 합성 감미료인 수크랄로스가 첨가됐다. 




이 가운데 뜻밖의 승자는 추억의 그 속칭 '단지우유'였다. 그 제품의 원유함량은 무려 85.7%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앞서 선호하던 우유들의 원재료표를 보고 쓰린 가슴을 안고 있었던 필자에게도 환호할 만한 소식이었다. 가공유 60종에 포함된 '단지우유' 3개 제품 모두가 5위권 안에 들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 포인트다. 원재료표는 간단하다. 원유 85.75(국산)에 정제수, 백설탕, 식물 색소인 카로틴, 합성착향료로 구성됐다.





다소 의외의 결과라면, 앞서 일반우유와 환원유의 가격차가 1000원 이상 났듯 가공유에서도 원유 함량에 따른 가격 차이가 꽤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빙그레의 바나나우유와 푸르밀의 바나나우유를 비교했을 때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240mL 4개 3980원' '푸르밀 생과즙 바나나 우유 225mL 3180원'으로 100mL 당 62원의 가격 차이밖에 나질 않았다. 이로써 소비자가 식품의 원재료표를 읽는 요령을 터득해야만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지금까지 우유의 원재료에 대해 알아봤다. 우유는 전 세계의 대표적인 칼슘음료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인이 가장 부족하게 섭취하는 영양소 중 하나가 바로 칼슘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칼슘은 하루에 최소 권장량(20세 이상 남녀 700mg, 50세 이상 여자 800mg) 이상을 섭취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 56%, 남성 69%만이 이 권장량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요 칼슘 공급 식품인 우유 섭취량이 적고, 칼슘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기 때문이라는데, 지금부터라도 우유의 원재료표를 꼼꼼히 따져 자신에게 맞는 '하루 한 컵 우유'를 실천해보는 것이 어떨까?



기획, 편집 / 정도일 doil@danawa.com

글, 사진 / 임수아 news@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