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말도 다 옛말이 된 듯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선선한 봄,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 겨울에는 폭염과 한파가 점점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무더위와 강추위가 반복되면서 에어컨, 온수매트와 같은 계절가전의 존재는 예전보다 더욱 소중해지고 있다. 오늘은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각종 계절가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 변천사를 살펴보도록 하자.
선풍기의 변천사 : 위험한 발명품에서 날개 없는 선풍기까지
▲ 에디슨이 발명한 전기 선풍기(왼쪽), 우리나라 최초의 선풍기 금성사 D-301
가장 기본적인 여름철 계절가전, 선풍기다. 바람개비의 원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가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최초의 선풍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후 전기 선풍기라고 할 만한 것은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했다. 당시 선풍기는 날개가 금속으로 되어 있고 안전망도 없어서, 아이들이 호기심에 손가락을 넣었다가 손가락을 심하게 다치곤 하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최초의 국산 선풍기는 1960년 금성사, 지금의 LG에서 출시한 ‘D-301’이다. 이때만 해도 선풍기는 1960년 생산종업원의 월평균 급여액인 2만 환을 웃도는 사치품이었으나, 산업화와 맞물리면서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어 1980년대에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선풍기를 보유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바람을 켜고 끄는 것이 기능의 전부였지만, 점차 풍속 및 풍향 조절과 타이머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었고 나중에는 멀리서도 리모컨으로 조종할 수 있는 선풍기가 출시되어 사랑받기도 했다.
▲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
선풍기는 이후에도 비슷비슷한 디자인과 기능을 유지해오다가, 2009년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이한다. 바로 다이슨(Dyson)사에서 ‘날개 없는 선풍기’를 내놓은 것이다. 다이슨의 선풍기는 바람개비처럼 큰 날개가 회전하면서 바람을 일으키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주변의 공기를 끌어모아 빠른 속도의 바람을 만들어낸다. 날개가 없어서 공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다칠 위험이 없어 안전망이 필요하지 않으며 청소가 편리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 발뮤다의 에어서큘레이터 그린팬 서큐(왼쪽), 오난코리아 루메나 N9-FAN(오른쪽)
최근에는 선풍기와 비슷한 ‘에어서큘레이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에어서큘레이터는 선풍기처럼 모터와 날개를 이용해 바람을 만들어내는 제품인데, 냉방보다는 공기의 순환이 주된 목적이다. 바람이 고루 분산되지 않고 한 방향으로 집중해서 불기 때문에 실내 환기 효과가 뛰어나 집에서 요리 등을 할 때도 유용하다. 단독으로 사용해도 시원하지만, 특히 에어컨과 함께 사용하면 실내 온도가 빠르게 내려가 전기 요금을 아낄 수 있다. 단, 선풍기보다 소음이 큰 편이다.
휴대용 선풍기도 이제는 완전한 대세로 자리 잡았다. 과거 휴대용 선풍기는 주로 건전지를 끼워 사용하는 방식이었고 내구성이나 안전성이 다소 떨어지는 제품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내장 배터리를 탑재해 USB로 쉽게 충전할 수 있고 튼튼하면서도 안전성이 뛰어난 제품이 늘었다. 또한, 스마트폰 충전이 가능해 보조배터리처럼 사용하거나 책상 위에 거치해 개인 사무용 선풍기처럼 사용하는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돼 있어 취향에 맞게 폭넓은 선택이 가능하다.
에어컨/제습기 : 공장에 설치하던 기계, 가정으로 들어오다
▲ 1906년 섬유공장에 설치된 캐리어의 에어컨
<출처: 캐리어>
다음은 선풍기와 함께 여름을 대표하는 계절가전, 에어컨의 변천사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에어컨은 사람을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었다. 에어컨이 없었을 당시, 인쇄소에서는 계절마다 온도와 습도가 달라지면서 인쇄 품질이 오락가락하는 것이 큰 고민이었다. 1902년 미국의 엔지니어 윌리스 캐리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냉각제를 이용한 최초의 에어컨을 개발했고, 처음에는 산업 현장에서 주로 사용되었으나 1920년대부터 점차 백화점, 극장 등에 설치되기 시작했다.
이후 에어컨은 자동차나 비행기 등 이동수단과 일반 가정에도 설치되어 많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켰다. 에어컨이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은 여름에도 자유롭게 이동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더위와 관련된 질병 사망률도 40% 감소했다.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는 고온 다습한 열대기후에서 싱가포르가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에어컨을 꼽기도 했다. 에어컨 덕분에 더 쾌적한 환경에서 오래 일할 수 있게 되었고 산업도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 국내 최초 창문형 에어컨, 금성사 GA-111
<출처: LG전자>
한국 땅을 밟은 최초의 에어컨은 1960년대 일본에서 수입한 것으로, 일제가 석굴암을 시멘트 등으로 잘못 보수하여 발생한 결로현상을 막기 위해 설치되었다. 이후 1968년 금성사(LG)에서 미국 GE(제너럴일렉트릭)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국내 최초의 에어컨 ‘GA-111’을 생산했다. 당시의 에어컨은 실외기 없이 창문에 바로 설치하는 형태였으며, 점차 스탠드형 에어컨, 벽걸이 에어컨, 시스템 에어컨 등 다양한 형태의 에어컨이 출시되었다.
▲ 인공지능 스스로 에어컨, LG전자 FQ22P7DPA
요즘 에어컨은 단순히 공간을 시원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입체 냉방 및 공기 청정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더욱 효율적이고 안전한 냉방을 즐길 수 있도록 발전했다. 실내 온도를 파악하고 사람이 있는 곳을 감지해 맞춤 냉방을 제공하는 인공지능 에어컨도 출시돼 있으며, 스마트폰과 연결해 집 안은 물론 집 밖에서도 자유롭게 에어컨을 조종하는 IoT 에어컨도 인기다. 전력 소모량을 줄인 인버터 에어컨이 대중화되면서 전기 요금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게 되었다.
▲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무풍 에어컨
그리고 2017년, 삼성전자에서는 ‘무풍 에어컨’을 선보이며 에어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무풍 에어컨은 ‘찬 바람이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이 싫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발된 에어컨으로, 바람이 아닌 냉기를 통해 실내를 시원하고 쾌적하게 유지해준다. 덕분에 찬 바람을 기피하는 사람이나 바람에 민감한 산모와 아기들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으며, 전력 소모량도 최대 90%까지 절감된다. 무풍 에어컨은 현재까지 100만 대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 위니아 제습기 WDHB16W2HD
덥고 습한 여름에는 제습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제습기와 에어컨은 냉각 기능 여부만 제외하면 동작 원리가 비슷하다. 다만 제습기는 오직 습도 조절을 위해 만들어진 가전으로 냉방 기능 없이 집 안을 건조해주기 때문에 여름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장마철이 점점 길어지고 미세먼지로 인해 빨래를 집 안에서 말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제습기의 수요가 늘었다.
전기장판/온수매트 : 안전 → 저전력 → 보관/세탁 편의성
▲ 거실에서 사용하는 일월 전기매트
요즘같이 추운 겨울, 언 몸을 사르르 녹여주는 전기장판은 1970년대부터 사용했다. 그런데 처음 출시한 제품들은 쉽게 과열되는 등 단점이 많아 곧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후 1976년 덕광기업에서 내부 온도를 감지하고 과열되면 전류가 차단되는 감열발열선을 개발하면서 전기장판이 다시 판매되기 시작했다.
전기장판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수요가 많이 늘어났고 옥이나 황토, 게르마늄 등 다양한 소재의 전기장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전자파의 위험성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전자파 차단장치가 탑재된 전기장판이 출시되었다. 특히 전기장판은 몸을 가까이 대고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전자파 차단이나 화재 및 과열 방지 등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발전해 왔다.
▲ 동양이지텍 스팀보이 온수매트
최근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바로 ‘온수매트’다. 온수매트는 전기가 흐르는 열선이 아니라 온수가 흐르는 호스가 내장된 장판으로, 전원을 연결한 뒤 보일러에 물을 채우면 보일러가 물을 가열해 장판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전자파 걱정이 없고 안전하지만 약간의 소음이 발생하며, 보일러는 몸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것이 좋다.
온수매트는 2000년대 초 등장해 2010년대부터 판매량이 늘어났으며, 계속해서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기장판을 성공적으로 대체하고 있다. 전기장판은 침대에서 밀려나긴 했지만, 거실이나 의자 등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난방기구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세탁기 사용이 가능한 보국 제로 전기요
한편 바닥에 까는 장판 외에도, 이불처럼 덮을 수 있는 전기요가 인기다. 전기요는 온수매트나 전기장판에 비해 얇고 가벼워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으며, 디자인도 비교적 다양하다. 또한, 최근 출시되는 워셔블 전기요는 물세탁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손빨래는 물론, 드럼세탁기에 넣고 돌려도 문제없으며 탈수도 가능하다.
공기청정기 : 계절가전에서 필수가전으로
▲ 공기청정기를 발명한 프레드릭 코트렐
<출처: 위키피디아>
마지막으로는 계절가전을 넘어 필수가전이 되어버린 공기청정기의 변천사를 살펴보자. 과거 산업화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공기청정기가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자연이 다 알아서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대기오염이 점점 심해지면서, 천으로 코와 입을 막는 것으로는 부족해졌다. 19세기 말 미국의 프레트릭 코트렐은 정전기를 이용해 공기 중의 먼지를 걸러내는 전기집진기를 개발했고, 이 최초의 공기청정기는 화력발전소 굴뚝에 가장 먼저 설치되었다.
▲ 청풍무구 공기청정기 CAP-M2010
20세기에는 미국의 우주항공기술이 발전하면서 공기청정기에 대한 기술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며, 산업현장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이나 회사에도 점차 공기청정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국내에는 1980년대부터 공기청정기 개발이 시작되었으며, 1989년 청풍에서 국내 최초의 음이온 공기청정기를 출시했다. 청풍 공기청정기는 1999년부터 해외에도 수출되었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공기청정기 점유율 60%를 차지했다.
▲ 복합식 공기청정기 필터
과거 공기청정기는 이처럼 전기를 이용한 집진식과 음이온을 발생하는 이온식을 주로 사용했으나, 현재 공기청정기는 필터를 사용해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필터식을 많이 사용한다. 특히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요즘에는 작은 입자의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HEPA 필터를 탑재한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 밖에도 큰 먼지와 꽃가루를 걸러내는 프리필터나 악취 및 유해가스를 제거하는 탈취필터 등 다양한 필터를 적용해 단계별로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 반려동물 맞춤형 공기청정기 위닉스 펫
최근에는 필터식과 이온식을 결합한 복합식 공기청정기가 많이 출시되고 있다. 필터식은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해주며, 이온식은 공기 중의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아토피나 천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공기청정기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공기청정기 등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반영한 맞춤형 공기청정기가 늘어나고 있으며, 건조한 겨울철을 맞이해 공기청정과 가습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에어워셔’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 청정과 가습 기능을 갖춘 에어워셔 블루스카이 6000
기획, 편집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사진 / 박다정 news@danawa.com
원문보기:
http://news.danawa.com/view?boardSeq=64&listSeq=3512511&page=2#csidxa5c22a23c32413ebf6a2f67eb02c35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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