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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에게 묻다] 게이머의, 프로에 의한, 모두를 위한 게이밍 기어

랏팅 2017. 1. 10. 01:49

이제 기계식 키보드나 고성능 마우스는 전문가나 프로게이머의 전유물이 아니다. 게이밍 기어의 저변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자기 손에 착 감기는 장비를 비싸지 않은 가격에 장만할 수 있게 됐다. 기계식 키보드는 저렴한 중국과 대만산 키 스위치 덕에 과거 10만 원대를 훌쩍 넘었던 가격대가 4~5만 원대까지 낮아졌고 고성능 마우스나 헤드셋도 저렴한 가격대에 쓸 만한 제품들이 많다. 평소엔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게임 장비에 조금만 투자하면 더 나은 게임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장비들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는 것은 소비자에겐 당연한 일인 동시에 고민을 떠안기는 요소다. 선택의 폭이 좁았을 때는 지갑이 가벼워지는 것을 감수할 만큼 성공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고르는 것만큼이나 넓어진 선택의 폭은, 그만큼 장비 교체에 대한 부담을 늘리기도 했다. 제품의 가격대는 낮아졌지만 그에 대한 만족도 역시 과거에 비해 기대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특히 게이밍 기어의 전문가인 프로게이머라면 더욱 확실하다. 다나와 소속의 오버워치 프로게임 팀 ‘OPPA.danawa’를 통해 게임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이밍 기어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선수들에게 그래픽카드,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등 4개 제품군을 전달했고 그들의 사용 경험을 공유해 본다.

 

게이밍 기어의 기준은?
게이밍 기어로 불리는 장비는 대략 3가지로 구분한다.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이 그 주인공이다. 여기에 추가로 마우스패드를 포함하기도 한다. ‘게임에 적합한 장비’란 부제를 얻기 위해선 다양한 제품의 구성 요소 중 우선 성능을 만족시켜야 한다. 프로들이 선호하는 것은 화려한 디자인이나 제품 자체의 편의성이 아닌 성능, 성능, 오로지 성능이다. 기자와 같은 보통 사용자들이 굳이 프로의 기준을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겉보기에 화려하고 멋진 생김새의 제품이 실제론 성능이 별로라면 그만큼 실망스러운 것도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의 핵심 키워드는 딜레이다. 입력장치인 키보드와 마우스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키보드의 경우 키를 누른 즉시 해당 명령에 대응해야 좋은 장비다. 사용자가 근접공격 키를 눌렀는데 게임 속 캐릭터가 “응? 지금 저 사람을 찌르라고? 알았어~”라는 듯 여유를 부렸다간 상대방에 당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찰나의 순간이 승패를 좌우하는 프로들의 경기에선 더욱 중요하다.

 

마우스 역시 움직임을 1초에 몇 번 탐지해서 반응하는지가 중요하다. 보통 게이밍 마우스의 반응 속도(폴링레이트)는 1,000Hz인데 이는 마우스 하단의 광센서가 1초에 1,000번의 탐지를 통해 움직임을 제어한다는 뜻이다. 일반 사용자들은 250Hz, 프로들의 경우 500Hz 정도로 설정하는 것이 보통. 상한선이 높을수록 더 정확한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출력장치인 헤드셋은 반응 속도보다 소리의 해상도가 좋아야 한다. 적이 풀숲을 걸어오며 잔디 밟는 소리를 내는데 과자 봉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려준다면 낭패다. 적과 아군이 혈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저 멀리서 이것도 너프해 보라는 도발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게임과 더불어 영화나 음악 등 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때도 중요한 요소다. 지금 흘러나오는 곡에서의 연주가 어떤 악기 소리인지 하나하나 구분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제품으로 봐도 무방하다.

 

오버워치 프로게임팀 OPPA.danawa


 

현재 국내엔 약 20여 개의 오버워치 게임단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기사에선 다나와 소속 OPPA.danawa 선수들에게 그래픽카드 외 게이밍 기어의 체험을 의뢰했다. OPPA.danawa는 ‘팀 포트리스 2’에서 활동하던 게이머들이 오버워치 출시 후 무대를 옮겨 온 팀이다. 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기존의 기사를 참조하자.

 



▲ 역시 프로게이머답게 OPPA.danawa 팀 선수들이 일반적인 사용기를 넘어 다양한 입장에서의 의견을 내줬다. 장점과 더불어 아쉬운 점도 얘기하며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잘 맞는 게이밍 기어를 고를 수 있을지 알 수 있었다

 

그래픽카드 - 이엠텍 XENON 지포스 GTX1060 Super JETSTREAM D5 6GB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시리즈의 중견을 맡고 있는 GTX1060은 현재 성능 대비 가격이 안정을 찾은 형세다. 이엠텍의 제논 지포스 GTX1060 슈퍼제트스트림 D5 6GB(이하 GTX1060 6GB)는 30만 원대 중반의 가격에 선배 라인업인 GTX960보다 월등히 높은 성능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팩토리 오버클록으로 기본 1,620MHz, 최대 1,848MHz 속도로 동작하며 GTX970과 대등한 성능을 뽐낸다.

 

GTX1060 6GB는 GTX960 대비 성능이 최대 3배까지 높아진 그래픽카드다. 특히 PC VR 기기를 구동하기에도 만족스러운데 스팀VR 퍼포먼스 테스트에서 평균 품질 8점 후반대로 ‘very high’를 얻을 정도다. 2개의 100mm 냉각팬은 100% 동작 상태에서도 GPU의 온도를 낮추고 로드가 적게 걸렸을 때는 팬이 회전하지 않아 소음을 줄인다. HDMI, DP, DVI 단자를 활용해 최대 4대의 모니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고 100%의 성능을 발휘해도 소비전력은 최대 120W로 이전 시리즈보다 낮다.

 


 

한 가지 의외의 사실은 대부분의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들은 게임 옵션을 최저 값으로 낮춰 플레이한다는 점이었다. OPPA.danawa 선수들은 모두 144Hz 주사율의 게이밍 모니터를 사용하는데 어지러운 난전에서도 주사율 144Hz를 내기 위해선 옵션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게임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덕분에 GTX1060 6GB이 내는 주사율에 만족했다는 것이 모든 선수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물론 GTX1070 이상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래픽이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쓰기보다 자신이 어떻게 플레이하는지에 더 중점을 맞춘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회를 치르지 않을 때는 연습과 더불어 게임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는 선수들. GTX1060 6GB를 사용해 게임할 때는 약간 버벅대는 현상이 생긴다고 한다. 이는 방송 프로그램과 게임 등 많은 그래픽 리소스를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동시에 돌리느라 발생하는 연산 작업에서의 병목 현상 때문이다. 그래픽 메모리와 함께 CPU, 메모리의 성능 및 용량을 더 높인다면 이 현상을 해결할 수 있지만 선수들의 목표는 BJ가 아니라 대회에서의 POTG(Play Of The Game)이기 때문에 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훗날 e스포츠가 계속 발전하면서 디스플레이 역시 현재의 풀HD에서 2K, 4K 등의 고해상도를 적용할 가능성도 크다. 지금은 모든 선수들이 풀HD 모니터를 사용하는데 해상도가 높아지면 게임 화면을 보는 시청자들에겐 더 좋겠지만 선수들에겐 오히려 역효과가 될 수 있다. 풀HD의 4배 해상도인 UHD 화면에선 그만큼 선수가 봐야 하는 시야도 넓어지고 개체의 크기도 작아져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UHD 144Hz 모니터를 경기에 사용하는 날이 오긴 하겠지만 여러모로 아직은 시기상조인 듯하다.

 

키보드 - ROYCHE XECRET K820L (블랙, 청축)
없어서는 안 될 PC 입력장치인 키보드. 최근 성능을 유지하며 가격대를 낮춘 키 스위치 덕에 기존에는 꿈꾸지 못했던 가격대에 기계식 키보드를 장만할 수 있게 됐다. 프로 선수들에게는 가격보다 성능이 더 중요하지만 모든 사용자들이 프로들의 장비만을 지향할 순 없는 노릇. 게다가 로이체의 씨크릿(XECRET) K820L(이하 K820L)은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성능에 6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대까지 마음에 드는 제품이다.

 


 

OPPA.danawa 선수들 사이에선 K820L에 대한 평가가 양분됐다. 의외로 성능보다는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의견이 나뉘었다. 사실 기계식 키보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반응 속도나 동시입력 등의 요소는 다른 제품과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카일 키 스위치의 성능이 기존의 기계식 키 스위치와 대등하다는 의미다. 카일 스위치의 성능이나 청축 특유의 타건감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다.

 


 

마우스의 움직임이 많은 FPS, 그것도 오버워치 같은 하이퍼 FPS 장르에선 마우스의 이동 범위가 꽤 넓은 편이어서 풀사이즈 키보드의 숫자 키패드 부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선수들의 의견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텐키리스 키보드를 선호하는 이유와 상통했다. 또한 고정돼 있는 손목받침대 역시 사용자에 따라 편하다는 의견과 탈착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함께 나왔다. 그럼에도 K820L에 만족했다는 선수들은 청축 특유의 타건감을 이유로 언급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사용했다가는 몰매를 맞겠지만 0.01초가 중요한 프로 게임에서 소음은 키보드의 성능을 판가름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넌클릭 방식의 갈축이나 적축을 선호한다는 선수도 많았다. K820L은 현재 청축만 출시돼 있는데 추후 4개 키 스위치 중 선호도가 높은 갈축 제품이 출시되면 더 좋을 듯하다.

 

마우스 - RIZUM G-FACTOR Z4 Pro Gaming Optical Mouse (블랙)
프로게이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이밍 기어는 역시 마우스다. FPS를 비롯해 모든 e스포츠 선수들이 동감할 듯하다. 리줌의 지팩터(G-FACTOR) Z4 프로’(이하 Z4)는 옵티컬 센서를 사용하는 게이밍 마우스다. 측면 2버튼을 포함해 기본 5버튼 구성이며 폴링레이트 1,000Hz에 최대 5,000dpi를 지원한다. 아바고(AVAGO) ADNS3050 칩셋과 옴론 스위치를 적용했고 2,000만 회의 내구성으로 수명과 품질을 유지했다.

 


 

OPPA.danawa 선수들은 Z4를 상당히 만족스럽게 사용했다고 의견을 모았다. UV 코팅된 표면은 미끄러지지 않아 그립감이 좋고 버튼이 많지 않은 심플함이 오히려 좋다고 한다. 사용하는 키가 10여 개 정도로 많지 않은 만큼 마우스에 별도로 매크로를 설정하는 선수들은 많지 않았고 휠 키에 점프나 앉기 등 한두 개 정도의 매크로를 적용해 사용하는 정도가 보통이었다. 메인 버튼 끝부분 양쪽이 약간 걸쳐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프로들은 대부분 레이저 마우스를 선호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레이저 센서 특유의 가속이 스캐닝에 방해가 된다며 옵티컬 마우스가 더 좋다고 한다. 제품별 소프트웨어를 통해 가속을 끄거나 제어할 수 있지만 경기장에서 PC를 세팅할 때마다 별도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일 듯하다. 같은 맥락으로 제품마다 모두 다른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는 것도 개선됐으면 하는 것이 선수들의 의견이었다.

 

헤드셋 - ABKO Hacker B510U 버추얼 7.1 진동 LED 게이밍
게이밍 기어를 종류별로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는 앱코의 해커 B510U 버추얼 7.1 진동 LED 게이밍(이하 B150U)은 가상 7.1채널을 지원하는 게이밍 헤드셋이다. 40mm 네오디뮴 유닛을 사용해 게임에 요구되는 음질을 충족시켰고 25mm 깊이의 이어패드는 귀를 완전히 덮는 형태로 외부의 소음을 최대한 차단한다. 팀 게임에 필수 요소인 고감도 마이크는 마이크 유닛 전체가 회전해 단선의 위험을 없앴다. 볼륨 컨트롤러와 진동 온오프 버튼이 왼쪽 유닛 뒤에 배치돼 있어 필요할 때 컨트롤하기 좋다.

 


 

B150U의 가상 7.1채널 기능은 오버워치의 사운드 옵션에서 지원하는 돌비 애트모스와 같은 기능이다. OPPA.danawa의 몇몇 선수들도 사용하고 있는 7.1채널 기능은 우퍼 포함 총 8개의 유닛을 사용자 주변에 배치해 공간감을 높이는 방식이다. 모 커뮤니티의 댓글처럼 ‘석양이 어디에서 지는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다만 게임 내 옵션과 가상 7.1채널 기능을 동시에 켤 경우 게임 내에서 위치를 잡아 보정한 소리를 헤드셋 자체에서 한 번 더 보정하게 된다. 헤드셋 자체의 7.1채널 기능은 별도로 설치하는 소프트웨어에서 제어할 수 있으니 게임 내 옵션과 헤드셋 옵션 둘 중 하나만 켜고 사용하면 된다.

 


 

진동 기능은 현장감을 더하는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실제 대회에서는 사용하기 힘들다는 것이 선수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 물론 일반 사용자라면 온오프 버튼을 통해 필요에 따라 진동 기능을 선택하면 된다. 하나 더. 게이밍 헤드셋이라고 해서 게임할 때만 사용하라는 법은 없다.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도 소리에 더해지는 진동은 박진감을 더해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기획, 편집 / 다나와 한만혁 (mhan@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정환용



원문보기:
http://news.danawa.com/view?boardSeq=64&listSeq=3313215&page=2&site=1#csidx632dd16efa04b79a4aba5e601e16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