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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중요하지 않다고? 무슨 섭섭한 말씀을!

랏팅 2017. 1. 11. 02:41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는 저마다 달리 정의할 수 있는데, 기자는 스토리, 그래픽, 그리고 사운드까지 3개를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다. 시간강탈자로 불리는 게임 ‘시드 마이어의 문명 4’의 수록곡 ‘Baba Yetu’는 지난 2011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작/편곡 분야의 ‘Best Instrumental Arrangement Accompanying Vocalist’ 부문을 수상하며 게임 음악의 저변이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게임 속 사운드는 게임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필수 요소가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제작자가 제대로 된 소리를 제공한다면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선 더 나은 환경에서 소리를 제대로 즐겨야 한다. 게이밍 기어 시장이 급부상하며 전문 음향기기 제조업체에서도 게임에 특화된 기기를 내놓고 있다. 이번에는 독일의 오디오 브랜드 젠하이저가 출시한 2개 제품을 살펴보고 게임을 비롯한 PC 음향기기로서의 성능에 대해 알아보자. ‘GSP300’은 3.5mm 잭을 사용해 PC, 게임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고, ‘GSP350’은 USB 포트를 사용해 PC에서 최적의 오디오 성능을 끌어내는 7.1채널 헤드셋이다.

 


이어폰보다 헤드폰이 좋다?

 

 


프로게이머 초창기 시절, 선수들은 음향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게임 사운드를 들어야 하는 것과 동시에 외부에서의 소음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무대의 세트 내에 있으면 바깥의 소리가 어느 정도 차단되긴 하지만, 간혹 있을 수 있는 일명 ‘귀맵’(경기장 내에서 모든 상황을 볼 수 있는 관람객의 소음이나 함성으로 선수들이 상황을 알아채는 행위) 행위를 막는 것이 프로 경기의 과제 중 하나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커널형 이어폰을 끼고 밀폐형 귀마개를 착용하는데, 부스 내에서 이 정도까지 조치를 취하면 외부 소음이 거의 차단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등 팀 단위 경기가 인기가 높다. 이 경우엔 거의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이어폰보다 헤드셋을 사용하는데, 소리를 듣는 것과 더불어 팀원과 의사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음향기기 전문업체에서도 마이크가 장착된 헤드셋을 많이 출시하고 있다. 기본 기능과 더불어 뛰어난 음향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게임 시장의 성장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음향기기 전문이 아니더라도 키보드, 마우스와 더불어 헤드셋을 만드는 기업들이 많다.

 

그렇다고 무조건 게임에 이어폰보다 헤드셋이 좋다고 단언할 순 없다. 팀 단위의 게임에선 거의 모든 선수가 헤드셋을 사용하지만, 스타크래프트2 등 개인 단위의 게임은 아직도 이어폰+귀마개 조합을 사용하고 있다. 어느 한 쪽이 우월하다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장비가 있는데, 팀 단위 게임의 인기가 훨씬 높은 지금의 대세는 헤드셋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굳이 프로게이머가 아니더라도 FPS나 MMORPG 등의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방, 혹은 팀원과의 대화가 필요한 상황에선 마이크가 장착된 헤드셋이 좀 더 유용하다.(물론 음성으로 부모님의 안부를 거칠게 묻는 행위는 절대 안 된다)

 

 

7.1채널 헤드셋 제대로 활용하기

 



다중채널 스피커는 이미 2000년대 중반 이후 시장에서의 파이는 조금 줄었다. 2.1채널과 5.1채널 스피커는 아직도 수많은 제품이 나와 있지만, PC 스피커 성능의 상향 평준화로 2채널 구성이 대세 자리를 되찾았다. 그리고 게이밍 기어에 헤드셋이 포함되며 음향기기 업체들은 제품의 고급화 전략을 게임과 융합시켜 고성능 게이밍 헤드셋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 기자와 같은 보통 사람들이 헤드셋의 성능 차이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물론 3천 원짜리 저가형 제품과 10만 원 이상의 제품이라면 그 차이를 금방 알 수 있지만, 수만 원대 제품들 사이에서 그 성능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제품의 차이가 다중채널의 지원 여부라면 얘기가 다르다. 2채널 스테레오 구성의 헤드셋과 달리, 5.1채널 이상의 다중채널 헤드셋은 공간감이 풍부하고 소리의 위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소리의 분해력이 뛰어나다. 이는 영화를 볼 때보다는 게임을 할 때, 그것도 적의 위치 파악이 중요한 FPS 게임에서 그 진가가 발휘된다. 최근 다중채널 헤드셋이 많이 출시되는 경향을 ‘오버워치’의 영향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7.1채널의 구성은 6각형을 연상하면 된다. 전면, 양 측면, 후면에 한 쌍씩 있고, 전면 중앙에 센터 스피커와 우퍼가 놓인 것이 기본 구성이다. 7.1채널 헤드셋은 이 배치에서의 소리를 헤드셋의 유닛 2개로 재현한 것이다.

 


GSP300

 


 

GSP300은 PC, MAC 등의 컴퓨터와 게임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2채널 게이밍 헤드셋이다. 자유롭게 늘이고 줄일 수 있는 헤드밴드와 함께, 밴드와 이어 유닛을 이어 주는 힌지의 움직임은 사용자의 얼굴 형태에 헤드셋을 완전히 밀착시켜 준다. 귀 전체를 덮는 밀폐형 유닛이 주변의 소음을 차단해 주고, 사용자가 최적의 위치를 설정할 수 있는 마이크는 말소리 이외의 노이즈를 잡아 준다.

 

 


오른쪽 유닛에 볼륨 조절 휠로 간편하게 음량을 조절할 수 있다. 완전히 낮춰도 음량이 0이 되진 않고, 아주 작게 들리는 정도까지 줄어든다.

 

 


헤드폰과 마이크 단자가 나뉘어 있어 PC에 사용할 땐 그대로 해당 포트에 꽂으면 되고, 함께 제공되는 콤보 케이블을 연결하면 게임 콘솔이나 다른 기기에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 탈착식 마이크가 아니긴 하지만 모바일 기기로 영화나 음악을 감상하기 좋다.

 


GSP350

 



상위 모델인 GSP350은 GSP300과 거의 동일한 성능에 7.1채널을 추가로 지원한다. 헤드셋에 연결하는 케이블에 서라운드 동글이 이어져 있어 멀티채널을 켜고 끌 수 있고, USB 포트로 PC와 연결해 게임 모드, e스포츠 모드 등 4개의 환경에 맞는 음향을 각각 달리 사용할 수 있다. 음악을 들을 때는 2채널 서라운드 모드로, 게임이나 영화를 즐길 때는 7.1채널 모드로 사용하면 꽤나 색다른 음향을 체험할 수 있다.

 

 


 


헤드셋과 서라운드 동글 케이블은 탈착식으로 GSP350을 보관하기에 좋은 구조다. 서라운드 동글은 PC와 연결하고 유틸리티를 설치하면 LED가 흰색으로 바뀌며 7.1채널이 활성화되고, 유틸리티에서 각종 설정으로 게임, 영화 등의 환경에 적당한 모드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1.2m 길이의 USB 확장 케이블은 기본 장착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별도 판매하는 변환 케이블을 이용하면 3.5파이 케이블로 바꿔 PC 이외의 다양한 기기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PC 이외의 기기에선 7.1채널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게이밍 사운드 평가

 




GSP300과 GSP350의 가장 큰 성능상의 차이는 7.1채널의 지원 여부다. 이는 게임을 즐길 때 가장 크게 부각되는데, 소리의 위치가 중요한 FPS 게임의 경우 GSP350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인기가 높은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는 게임 내 사운드 옵션에서 가상 7.1채널 기능을 지원하는데, GSP350은 리얼 7.1채널을 지원하기 때문에 옵션에서 해당 기능을 끄는 것이 좋다.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나 ‘폴아웃4’ 등의 어드벤처 게임에서도 다중채널의 효과를 볼 수 있는데, 평점이 달라질 만큼의 차이는 아니지만, 소리의 방향성이 다양해진다는 점에 있어선 좀 더 박진감이 더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기자의 게임 실력은 다중채널의 덕을 봐도 바닥을 기는 수준이지만, 적어도 한조가 쏘는 용의 일격이 어디에서 자신을 먹어치우러 오는지, 내 머리에 꽂힌 위도우메이커의 총알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2채널의 GSP300 역시 가상 7.1채널을 켜면 공간감이 상당히 향상돼 게임 플레이에 도움이 됐다. 메인보드의 기본 사운드카드의 성능도 나쁘지 않지만, 별도로 장착하는 내․외장형 사운드카드와 함께 사용하면 소리의 볼륨감이 좀 더 향상돼 더 나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 사운드 평가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영화 DVD와 블루레이 타이틀은 음향이 DTS로 인코딩돼 멀티채널을 지원한다. 기자는 보유하고 있는 DVD나 블루레이 영화들을 무손실 인코딩 파일로 HDD에 저장해 수시로 보는 것이 취미다. GSP300과 GSP350의 영화 감상 테스트를 위해 좋아하는 영화 타이틀 2편을 도합 4번 정주행했다. 첫 신의 롱 테이크가 무척 인상적인 ‘그래비티’, 그리고 영화 내내 작가 조나단 놀란의 집필력에 감탄했던 ‘인터스텔라’로 두 제품의 소리를 비교했다.


 

결론적으로는(그리고 약간은 당연하게) GSP350의 승리였다. 7.1채널까지 지원하는 GSP350은 5.1채널인 영화 타이틀의 소리에 대한 공간감을 확실하게 들려줬다. 눈을 감고 있어도 ‘그래비티’의 스톤 박사가 어느 쪽으로 날아가는지, ‘인터스텔라’의 로봇 CASE가 브랜드 박사를 구하기 위해 어디로 굴러가는지도 알 수 있었다. GSP300도 2채널 스테레오 사운드를 지원해 영화 속 소리의 방향은 알 수 있었지만, 그 방향이 좌우와 함께 앞뒤, 위아래까지 더해졌을 때는 GSP350의 공간감이 더 강했다.

 

 

음악 재생시 평가

 


 



영화 청음 테스트를 마쳤을 때 들었던 생각은 ‘음악 테스트 결과는 비슷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테스트 결과와 일치했다. 일단 멀티채널의 지원 여부를 제외하면 음압이나 주파수 등 성능적인 부분은 GSP300과 GSP350이 거의 같다. 게다가 음악은 녹음에서부터 2채널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DTS 기술을 이용해 5.1채널, 7.1채널 등으로 공간감을 더할 수는 있으나, 영화와 달리 음악은 필요한 감각이 청각뿐이다. 때문에 음악 CD는 공간감보다는 음질이 더 중요한 미디어 소스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지고 있던 휴대용 CD플레이어가 고장난 지 오래라, 스마트폰 스트리밍 앱의 무손실 원음(FLAC, Free Loseless Audio Codec) 재생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USB 포트를 사용하는 GSP350은 같은 품질의 음원을 PC에서 청취해 비교했다. 게임이나 영화 테스트에선 GSP350의 승리였지만, 음악 재생에선 두 제품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일단 소리 자체는 연주에 사용된 악기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두 제품 모두 분석력이 좋고, 헤드폰 특유의 공간감도 이어폰보다 나았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비교 청취했을 때도 그렇고, 기자가 좋아하는 국내외 록 음악에서도 두 제품은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큰 차이가 없었다. 음악 감상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GSP300과 GSP350 모두 만족스러웠다.

 

 

기자의 선택, 어렵다 어려워

 



두 제품을 다양한 콘텐츠로 체험해본 결과, 섣불리 어느 한 제품이 더 낫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리얼 7.1채널을 지원하는 GSP350은 게임을 즐길 때의 경험이 더 좋고 풍부한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게임 콘솔 등 다른 기기에선 그 성능을 100% 활용할 수가 없다. USB 포트를 사용하기에 별도의 커넥터가 필요한 것도 걸린다. GSP300은 무난한 2채널 스테레오 사운드를 다양한 기기에서 경험할 수 있고, GSP350 대비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멀티채널 기능 등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성능의 GSP350에 비해 2%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게임을 할 때나 영화를 볼 때 다른 음향기기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PC 사용 성향에 맞춰 결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게 통장을 비울 수 있는 방법이다. 기자처럼 게임보다 영화를 더 많이 본다면 GSP300을, 영화나 음악보다 게임을 더 많이 즐긴다면 GSP350을 선택하면 후회가 덜할 것이다. 정확히 게임과 영화를 절반씩 즐긴다고 한다면, 그냥 동전을 던져 결정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7.1채널을 경험해보는 것이 결코 돈낭비가 아니란 걸 염두에 두시기 바란다.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정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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