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이야기는 요즘 TV 뉴스에서 거의 매일 접하고 있는 주제다. 디젤 자동차에 대한 규제 이야기가 나올 만큼 미세먼지는 국가적인 문제가 된 것이다. 우리는 흔히 편의성을 이유로 무선 청소기를 자주 사용한다. 당연히 그 청소기의 공기 배출구에도 먼지가 새어 나올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든다. 과연 우리가 사는 집의 내부, 혹은 차 안에서 사용하는 무선 청소기는 이런 미세먼지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그래서 시중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여러 종류의 무선 청소기를 대상으로 미세먼지 발생 테스트를 진행했다.
우선 미세먼지라는 개념은 10마이크로미터 (이하 ㎛) 보다 작은 먼지를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2.5㎛ 이하는 '초미세먼지'로 다시 분류하기도 한다. 테스트를 위해 마트에 가서 "미세먼지 한 봉지 주세요~"라고 할 수도 없을 터. 이번 테스트에는 특별히 흡입할 재료와 청소기를 구동시킬 환경에 신경을 써야 했다. 여러 가지 청소기를 최대한 같은 환경 안에서 작동시켜 그 영향으로 발생할 수 있는 미세먼지를 측정했다.
첫 번째 환경은 청소기로 흡입할 먼지를 대신할 재료다. 사실 여러 청소기를 같은 환경에서 구동시킨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동일한 양과 입자 크기의 먼지를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따라서 이번 테스트에는 밀가루, 그것도 가장 곱다는 박력분을 동원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10 ㎛ 이하다. 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중력분 입자 크기가 대략 25㎛이며 이보다 미세한 입자 크기인 박력분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 중 가장 미세먼지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제로 출발했다. 사실 제분사인 D 모사와 H 모사에 전화문의를 했으나 정식 보도 요청 혹은 정부의 정보 공개 요청이 아니면 영업 비밀인 입자 크기는 알려주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아무튼 테스트는 박력분으로 진행했다.
두 번째 환경은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기기다. 최근 미세먼지가 국가적인 문제로 거론되면서 IoT 기기의 일환으로 SK에서 출시된 Air Cube 제품이 있다. Air Cube는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결과를 도표, 그래프로 표시해준다. 물론 산업체에서 사용하는 정밀 기계보다는 정확도가 떨어지겠지만, 일반 사용자들이 구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측정 기기 아닐까 싶어서 동원했다.
마지막 환경은 방 구조다. 방의 크기는 15.6㎡(4.6평형)로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다. 테스트 전 방 안을 환기해 평상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다음 방문, 창을 닫아 공기 변화를 최소화했다. 그 후 청소기로 밀가루를 흡입한 다음 다시 미세먼지 농도를 기록한 방식으로 진행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테스트에 돌입하자. 계량컵을 사용해 박력분을 100mL씩 방바닥에 뿌렸다. 박력분 밀가루를 흡입하는 시간 역시 1분으로 동일하게 배분했다. 참고로 100mL의 밀가루는 약 50g의 중량이다.
LG 코드제로 핸드스틱
제일 먼저 테스트한 제품은 LG전자 코드 제로 핸드 스틱 청소기다. 기존의 무선 청소기는 충전지를 하나만 제공하지만, LG 코드 제로 핸드 스틱은 여분의 충전지를 추가로 제공하고 있어 배터리 소모에 대한 걱정 없다.
처음이라 그런지 결과는 놀라웠다. 청소기 구동 전의 공기 상태는 45㎛이었으며, 박력분을 청소기로 흡입한 다음에는 56㎛로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소기의 공기 배출구에서 먼지가 새어나온다는 것을 처음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다. 하지만 56㎛ 정도면 보통 수준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덤으로 각 청소기의 흡입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았다. 영상 후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LG 코드 제로 핸드 스틱은 밀가루를 100% 완벽하게 흡입하지 못하고 바닥에 희미한 흔적을 남겼다. 청소기를 더 오래 구동시키거나 젖은 걸레로 마무리를 해야 깨끗한 청소가 될 것 같다.
블랙앤데커 오라 2IN1
두 번째 주자는 블랙앤데커 오라 2IN1. 청소기 출시 이전에는 전동공구로 더 잘 알려진 제조사다. 전동 공구에서의 이미지를 굉장히 강한데, 청소기의 경우는 어떨까 굉장히 궁금하다. 이번 테스트에 동원된 오라 2IN1은 핸드청소기로 분리가 되는 타입이라 가정 내에서는 물론 차량용 청소기로 활용이 가능하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결과가 나타났다. 테스트 전 공기의 상태는 44㎛이었다. 청소기를 작동한 다음의 공기 상태는 46㎛으로 약 2㎛ 정도 올라갔다. 이 정도면 거의 무시해도 될 차이라 느껴지지만, 엄연히 숫자니까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실제 흡입 장면을 보자. 조금 반전이 있다. 블랙앤데커 오라 2IN1는 청소기 흡입구 부분이 바닥에 너무 밀착되어 지면에서 살짝 솟아 오른 밀가루 일부가 밀려 여러 번 청소기를 왔다갔다 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밀가루 흔적이 바닥에 남지는 않았으므로 흡입력은 나쁘지 않는 수준. 내심 먼지가 저 정도로 쌓인 집이 얼마나 있을까 콧웃음이 나왔다.
일렉트로룩스 울트라파워
다음은 스웨덴의 대표적인 기업인 일렉트로룩스의 무선 청소기 울트라 파워다. 이 제품은 25.2V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빠른 충전과 강력한 흡입력을 장점인 제품이다. 과연 이름값을 할까?
테스트 전 공기의 상태는 44㎛, 청소기를 작동한 다음의 공기 상태는 60㎛로 무려 16㎛의 상승폭을 보였다. 잘나가는 일렉트로룩스의 제품이 아니었나? 분명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제품이었다. 먼지를 흡입하고 필터링하는 구조에서 취약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흡입력은 어떨까? 미세먼지 배출 여부와는 반대로 일렉트로룩스 울트라파워는 밀가루를 단번에 흡입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였다. 역시, 완벽한 제품은 없는 것인가?
다이슨 V6
명품 가전으로 유명한 다이슨이 이번에 새로 출시한 V6 무선 청소기가 마지막 선수다. 가벼운 것은 물론 강력한 흡입력을 자랑하는 제품이다. 엄청난 가격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그런지 외관 디자인만 놓고 보더라도 다른 제품들과 무엇인가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자! 몸값을 하는지 실험해보자.
테스트 전 공기의 상태는 49㎛, 다이슨 V6을 작동한 다음의 공기 상태는 무려 50㎛! 거의 차이가 없다. 블랙앤데커가 2㎛ 차이로 꽤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다이슨의 위력 앞에선 어쩔 수 없나 보다. 이 정도면 청소 전, 후 공기가 거의 똑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이와 가족의 호흡기를 위해서는 다이슨을 사야 하나? 역시나 가격 때문에 좌절하고 만다.
흡입력은 어떨까? 유투브에서도 다이슨 V6의 흡입력 테스트가 많이 올라왔던데, 실제로 찍은 영상을 참고하자. 역시 단번에 밀가루를 모두 흡입될 정도로 강력했다. 덕분에 청소기를 구동시키는 시간도 굉장히 짧다. 먼지가 적게 나오는 것은 청소기 자체의 필터뿐만 아니라 이렇게 강력한 흡입력으로 구동시간을 줄이는 것도 한몫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위에서 본 결과들을 그래프로 정리해보았다. 그래프의 길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청소 전후 먼지 농도의 차이가 중요한 포인트다. 이점을 참고하자. 서로 다른 무선 청소기 4개로 거의 같은 조건으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청소 전후 공기의 변화가 가장 적었던 제품은 단연 다이슨 V6이다. 그 뒤를 근소한 차로 블랙앤데커 제품이 뒤따른다. 먼지 농도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은 일렉트로룩스. 제품 간 필터의 차이, 내부 구조의 차이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2위를 차지한 블랙앤데커 제품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미세먼지 배출도, 흡입력이 두루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소위 가성비가 제일 높은 제품이라고 할까? 다이슨은 무조건 1등 해야 할, 아니 1등이 아니면 이상한 가격이니 말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무선 청소기 4대 모두 작동 여부와 상관없이 "보통" 수준의 미세먼지 농도를 보인다. 일반 가정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먼지라는 말이다. 예민한 소비자라면 이런 미세먼지 배출 여부가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겠으나 너무 치명적인 약점으로 파악해서는 안 될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테스트를 마치며
읽는 사람에 따라 고작 청소기 따위로 굉장히 거창한 자화자찬을 한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이번 테스트의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이었다. 최대한 객관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동일한 청소 환경을 꾸미고 가급적 폐쇄된 공간에서 진행했다. 또한, 흡입력 테스트 영상 촬영은 미세먼지 측정 테스트와 별도로 진행했다. 혹시나 영상 촬영으로 인해 테스트 시간에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가정용 무선 청소기 4종은 모두 보통 수준의 미세먼지 발생 성능을 보여주었다. 제품마다 청소 전, 후의 농도 차이가 달랐을 뿐이다. 오히려 청소기 작동 여부를 떠나 이불이나 카펫을 옮기는 등의 움직임이 미세먼지 발생률을 더 크게 변동시킨다.
소비자의 마음은 미세먼지같이 미세한 차이로 구매결정에 엄청난 변덕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제품 구입시 이런 미세먼지 배출 여부까지 따져보는 것은 결코 손해 보는 일이 아닌 듯싶다. 더불어 청소기의 성능, 작동 여부를 떠나 덥다고 에어컨을 틀고 창문을 하루종일 닫아놓는 것보다 자주 환기를 시키는 게 미세먼지 스트레스를 무선 청소기에 푸는 만행(?)을 미리 방지하는 일이 아닐까? 무선 청소기! 잘 사자!
※ 맨 첫 사진을 봐서 알겠지만, 이번 테스트는 가정용 무선 청소기 4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차량용 4종도 포함하여 2부에서 더 자세한 사항을 비교해보려 한다. 2부가 나올때까지 기대해주시라!
기획,편집/다나와 정도일(doil@danawa.com)
글/테크니컬라이터 유종진(news@danawa.com)
Read more: http://news.danawa.com/view?boardSeq=67&listSeq=3191118&page=1#csidxe32067a0ae1fcbfa66970fdb7aa02c3
Copyright © LinkBack
'정보(생활·컴퓨터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스플레이는 역시 모니터! 미래를 여는 지식 PC편 (0) | 2016.07.11 |
---|---|
노트북 직접 뜯어서 업그레이드 하기 7 [카드뉴스] (0) | 2016.07.10 |
세상은 넓고 SSD는 많다 3부 유럽편 (0) | 2016.07.06 |
자동차용 청소기에서 미세먼지가 나올까? (0) | 2016.07.05 |
메인보드 고를 때 이것만은 꼭! 명심하자! (0) | 2016.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