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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랏팅 2020. 1. 30.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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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리의 재 CF 중


일 년 전 즈음, 이병헌과 변요한을 앞세운 월 정액 독서 앱 ‘밀리의 서재’란 광고가 주목을 받았다. 워낙 인기 있던 배우라 그들에게 시선을 두는 이들은 많았고, ‘첫 달 무료’라는 이벤트에 많은 독서인이 유혹되곤 했다. 회사에 다니고 있는 A 씨도 그중 한 명이다. 독서에 흥미가 많던 그는 그 광고를 보자마자 회원 가입을 했고, 한 달 동안 13권이라는 책을 읽었다.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는 부담도 없고, 종이책을 샀다면 적어도 13만 원이라는 금액을 지불해야 했는데, 비용도 꽤 많이 절감됐다”라며 좋아했다. 더군다나 '어디서든 볼 수 있어 책을 빠르게 읽어 나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피나 비용 면에서 따져보면, 기기를 통해 책을 보는 일은 엄청난 이점이 있다. 


사실 오프라인으로 존재했던 종이가 온라인으로 들어간 지는 꽤 오래됐다. 관공서에 있는 종이 문서는 대다수가 PC 안에 머물기 시작했고, 신문은 스크롤을 이용한 모바일 속 뉴스 페이지로 정리가 됐다. 서점에서 책을 사는 사람들도 앱을 통해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디지털화가 점점 종이의 숫자를 줄여나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종이책,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  




분위기로 보자면 ‘유지된다’가 맞다. 파피루스라는 식물을 이용해 고대 그리스부터 이어져 온 기록의 종이는 대나무나 양의 가죽 형태에서 종이를 직접 생산 가공하는 현재까지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식물 혹은 동물의 표면을 가공해서 기록해왔던 옛 시대나 나무를 가져다 얇고 부드럽게 만들어 사용하는 지금까지도 종이의 활용 비율만 줄어들었을 뿐 없어지지는 않았다. 또 전자책이 등장하던 시기, 말은 많았지만 종이책과 서점 그 어느 것도 도태되지 않았다. 다만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과 단말기를 이용해 책을 보는 이들로만 나뉘었을 뿐이다.   


나는 종이책 선호자일까? 아니면 전자책 선호자일까? 종이가 주는 질감부터 냄새까지 그 어느 것도 종이를 대체하긴 어렵다는 종이책 예찬론자 박필수(어원 파피루스[Papyrus]) 씨와 모든 문서가 디지털화되어가는 만큼 책도 기기를 통해 보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라고 이야기하는 종이책 종말론자 이부욱(어원 e-book)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어디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종이책 예찬론자 ‘박필수 씨’ 

vs 

종이책 종말론자 ‘이부욱 씨’


이부욱솔직히 요즘 누가 그렇게 무거운 것을 들고 다닙니까? 뭐든 심플하게 가지고 다니는 것이 트렌드에요. 책도 가볍게 가지고 다녀야죠. 데이터는 무게가 없어요. 디지털화되면서 책을 가볍게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다 마련했잖아요. 책도 단말기 하나로 해결이 된 시대라고요. 단말기 하나에 많은 정보가 저장되고 활용되는데 왜 그렇게 불편하게 사나요? 


박필수: 무게로만 전자책이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죠. 종이의 질감이나 냄새, 책 넘기는 소리, 그 어느 것도 기기로는 흉내 낼 수가 없어요. 트렌드라고 했나요? 요즘 트렌드야말로 ‘복고’ 아니겠습니까? 아날로그 감성이 중요하게 떠오르는 시대에요. 오감을 그대로 느끼는 시대에 단말기가 아닌 종이책이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죠. 지금 출간되는 책들을 보면 모양이나 형태가 가지각색이에요. 어느 책은 가로로 길고, 어느 책은 아주 작습니다. 서로 다른 형태의 책을 들고 읽는 그 기분을 전자책에서는 알 수 없죠.  


▲ 오늘도 전자책과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이부욱 씨


이부욱: 무게만 어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볍다는 이점 이외에도 실용성은 많아요. 밤에 책 한번 보려고 해도 책은 스탠드 없이는 보기 어려워요. 하지만 전자책은 다릅니다. 스탠드를 켜지 않고도 볼 수 있도록 빛이 지원되잖아요. 또 깜빡임이 없는 이-잉크(e-ink)로 눈의 피로도 확 줄였죠. 전력 소모량도 스탠드와 비교하면 훨씬 적고요.      


박필수: 낮에 책을 본다면 종이책이 눈에는 더 낫죠. 어두운 이 잉크(E-ink)로 되어 있는 전자책보다는 눈이 더 편하니까요. 활자만 비교해도 종이책이 우세에 있어요. 일 년에 한번 출간하는 예술 독립 잡지인 '버수스'가 2011년 디스플레이 활자를 다룬 내용을 살펴보면, 디스플레이 활자는 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표현해요. 반면 텍스트 활자는 읽는 영역에 비중을 두었다 말하죠. 정교하고 매끈하게 다듬어지는 디스플레이 활자는 굵고 가는 부분을 강조해서 미를 강조하는 형태로, 텍스트 활자는 안정되면서도 견고성을 가지도록 폭을 넓히고 두툼하게 디자인했어요. 간소하면서도 절도 있는 형태로 가독성이 우수하다 정리하고 있죠. 책은 읽는 것이에요. 활자로만 봐도 종이책이 눈에는 더 좋죠. 



박필수 씨는 기상하자마자 모닝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이부욱: 가독성이 높지 않은 활자여도 기기를 통해 글을 보는 경우는 많아요. 요새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스마트폰으로 ‘보고 읽는’ 일이 많아졌어요. 독서 앱 '밀리의 서재'도 웹툰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카카오 페이지도 웹툰에서 독서로 확장하고 있는 분위기고요. 들고 다니면서 웹툰을 보는 편리함이 책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장점만 봐도 단말기만 한 것이 없어요. 화장실에서도, 대중교통 이동 중에도 유용하니까요. 책은 한 손으로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스크롤 한 번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이점은 무시할 수 없어요. 물리적 조건만 봐도 단말기가 낫죠. 침 한번 흘려도, 물이나 음료를 조금만 쏟아도 책은 금방 손상을 입어요. 그만큼 외부 자극에 약하죠. 


박필수: 단말기도 물리적인 불편함이 있어요. 충전부터 번거롭죠. 깜빡하고 전을 안 했다면 그 기기는 아무것도 아닌 돌덩어리가 돼요. 또 가방에 잘못 넣었다가 금이라도 가는 순간 책을 읽는 것은 쉽지 않아요. 망가지라도 하면 책 몇 권이 날아가는 건가요. 




이부욱: 망가질 일은 거의 없어요! 전자책을 감싸는 케이스도 다양하게 나와있고, 충전도 오래 지속되는 만큼 전원이 꺼져 있는 일은 많지 않죠. 충전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요. 무엇보다 전자책은 종이책과 다르게 책을 분실할 염려가 없어요. 사이버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어 계정만 있으면 어디든 책을 펴 볼 수 있어요. 


박필수: 책을 많이 있는 사람이라면 종이책이 득이죠. 전자책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책은 한정되어 있어요. 서점에서 판매하는 책, 많이 읽히는 책 위주로 파일화되어 전자책으로 들어가죠.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 또 인기 없는 책 들 중에서도 보고 싶은 책이 있어요. 전자책 안에서는 확인하기 어렵죠. 그런 책을 찾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종이 책이죠. 







종이책 vs 전자책 스펙비교!



이부욱과 박필수의 얘기를 들어봤다.나는 어떤 사람일까? 전자책일까 아니면 종이책 선호자일까? 이렇게 봐도 어렵다면 경제적 이득을 따져 보자. 조건은 어느 서점이든 자리 잡고 있는 베스트셀러 ‘트렌드 코리아 2020’과 다나와 인기순위 1위에 빛나는 전자책 한국이퍼브의 ‘크레마 카르타G WiFi 8GB’를 비교했다. 어느 것이 더 가성비가 좋을까?  




 트렌드 코리아 2020크레마 카르타G WiFi 8GB 비고
단말기 가격0원165,640원 (20/01/21) 
가격16,200원12,600원1.3배 차이
용 량-35.57MB8GB -> 222권 저장가능
장 수448쪽448쪽 
무 게666g194g전자책 3.5개=종이책 1권


‘트렌드 코리아 2020’을 선택한 종이책 선호자는 1만6,200원만 지불하면 바로 읽을 수 있다. '크레마 카르타G'를 통해 책을 구입한다면, 가격은 종이책 보다 3,600원 더 저렴한 1만2,600원을 내면 된다. 단순히 책 가격만 따지자면, 종이책이 전자책 보다 1.3배 더 비싸다. 하지만 ‘크레마 카르타G WIFI 8GB’를 구입해야 하니, 총 금액은 16만5,640원을 더한 17만8,240원을 지불해야 한다. 1권의 책만 본다면 종이책이 더 저렴하다. 


하지만 전자책을 선택하는 이들 대부분 여러 권을 읽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 만큼 책 한 권으로는 비교가 어렵다. 전자책(크레마 카르타G WIFI 8GB)을 구입해서 본전을 취하겠다면, 최소 40권 이상 보려는 사람이라면 단말기 구입이 더 이롭다. 

 

무게 가성비도 전자책이 더 낫다. 448쪽의 ‘트렌드 코리아 2020’은 666g으로 다소 무거운 편이다. 반면 크레마 그랑데는 194g으로 종이책 보다 470g가량 더 가볍다. 전자책 3.5개를 합쳐야 종이책 1권이 되는 무게다.


전자책 내 ‘트렌드 코리아 2020’이 차지하는 용량은 35.57MB이다. 이 정도 용량이라면 8GB의 크레마 그랑데 기준으로 책 222권을 저장할 수 있다. 종이책으로 계산했을 때 222권의 무게는 148kg으로 타조 한 마리의 무게와 맞먹는다. 무게가 아닌 활용성 면에서도 더 유용하다. 이동 중 책을 한 장씩 넘기는 것보다 손가락을 하나씩 젖혀 보는 전자책이 더 편리하다. 화장실이나 지하철 내에서도 활용하기가 더 좋다.






전자책, 정말 살만한 건가?




나를 돌아보자. 종이책을 자주 접하는 사람인가? 아닌가?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고 한 달에 1권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전자책, 살만하다. 또 태블릿으로 자주 소설을 읽는 성향이라면 전자책 구매를 고려해 봐도 좋다. 반면 종이책을 사지도 보지도 않거나 책을 들고 다니는 것마저도 귀찮은 사람이라면 구입하지 않는 것이 낫다. 또 유튜브 프리미엄이나 넷플릭스 결제자 또한 구매를 권하지 않는다. 책 볼 여유가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제 답은 나왔다! 전자책 정말 살만한 건가?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 정소라 news@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