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제 PC가 불타고 있잖아요
PC 내부의 모든 부품은 열을 낸다. 단 하나의 부품도 예외는 없다. 심지어 케이블에서도 미약하지만 열이 발생한다. 그 이유는 전기를 사용하고 전기가 흐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열량은 PC가 하는 일의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단순한 문서작업, 또는 다나와에 접속해서 쇼핑하는 정도라면 많은 열이 나지 않는다. 반면 3D 게임이나 동영상 인코딩/디코딩을 한다면 많은 리소스를 사용하는 부품(CPU, 그래픽카드, 메인보드)부터 열을 내기 시작한다. 주요 PC 부품들은 작업량에 따라 동작 속도를 조절하면서 소비전력과 함께 발열량도 변한다.
이런 이론적인 부분은 이미 다들 알고 있을 터. 그렇다면 실제 PC 내부의 각 부품들의 발열량을 직접 찍어보면 어떨까? 작업 할 때와 하지 않을 때 각 부품들의 온도가 얼마나 변하게 될지 제법 흥미롭다. 프로그램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CPU나 GPU 외에도 본체 내부의 다른 부분이 얼마나 뜨거운지 궁금하지 아니한가? 지금부터 한 번 확인해 보자.
▶ 측정에 사용한 시스템
▲ 측정에 사용한 시스템 내부
품목 | 제품명 |
CPU | AMD 라이젠 1700 (3.0GHz → 3.8GHz로 오버클럭) |
램 | 삼성전자 DDR4 PC4-19200 16GB (8GB x 2ea) |
그래픽카드 | ASUS ROG STRIX 라데온 RX480 08G GAMING 8GB |
메인보드 | ASUS PRIME X370-PRO |
저장장치 (촬영한 제품) | 도시바 Q 시리즈 SSD 128GB |
전원공급장치 | EVGA 750W GQ GOLD |
케이스 | ABKO SUITMASTER 501S (구형) |
시스템 팬 | 전면 - 2개 (흡기) 후면 - 1개 (배기) CPU - 2개 (흡기+배기) 상단 - 2개 (배기) |
▲ 열화상 및 온도 측정 장비로는 FLIR C2 열화상카메라를 사용했다
측정에 사용한 본체는 기자가 게이밍 용도로 사용하는 PC로, 최고급 사양은 아니지만 나름 발열량이 높은 축에 속한다. CPU는 오버클럭을 했으며 그래픽카드도 꽤 열을 많이 내는 라데온 RX480이다.
▲ CPU의 발열을 잡기 위해 공랭 쿨러 가운데 고급에 속하는 제품을 장착해 사용한다
▲ 케이스 외관 및 내부 공기 흐름 예상도
측정용 시스템은 그래픽카드와 파워 기본 팬 외에도 총 7개의 팬을 사용해 적절한 흡기와 배기를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실 이 정도면 매우 적극적인 쿨링 솔루션을 갖춘 셈이다. 기본적으로 팬을 장착할 수 있는 곳은 꽉 채웠기 때문이다. 보통은 후면에 배기용 팬 1개와 전면에 흡기용 팬 1~2개가 대부분이며, 저가형 시스템은 후면에 팬 1개만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PC 부품들의 열을 측정하는 환경은 세 가지로 구분했다.
1. 부팅 후 2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2. <문명6> 실행과 유튜브 영상 재생으로 GPU 100%, CPU 40~50% 상태 (시스템 팬 속도 최소)
3. <문명6> 실행과 유튜브 영상 재생으로 GPU 100%, CPU 40~50% 상태에서 팬 속도를 최소에서 최대로 올렸을 때의 특정 부위의 온도변화
총 3가지의 측정 환경 중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가 중요하다. 이번 측정은 ‘주요 부품에 로드가 걸렸을 때 열이 많이 난다’는 것을 확인하는 측정이기도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쿨링 솔루션을 완비하지 않은 사용자들에게 기본적인 쿨링의 중요성을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비록 거창한 쿨링 시스템이 아니라도 말이다.
보통 PC를 조립하거나 구매할 때 성능이나 외부 디자인, 가격에는 많은 관심을 갖지만, 내부 쿨링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고가의 튜닝 PC라면 멋을 위해서라도 LED가 장착된 팬을 넣지만, 평범한 사용자들은 케이스에 기본 탑재된 전면~후면 팬이 고장 나서 멈추거나 천천히 돌아서 시스템 온도가 크게 올라도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 보통은 이렇지만 이것도 양호한 편이다
물론 평범한 사양의 본체에 수만~수십만 원짜리 수랭 패키지까지 갈 필요는 없다. 단지 내부에 팬만 한두 개 더 넣어주면 된다. 돌아갈 때 LED가 켜지면서 오색영롱한 빛을 내면 좋겠지만, 검은색의 투박한 팬이어도 충분하다.
PC 내부는 항상 열이 많이 나니까 쿨링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모든 전자 부품은 열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수명 단축과 고장의 원인이 되는 것은 대부분 ‘열’이라는 것을 항상 잊으면 안 된다.
▶ 부팅 20분이 지난 후 (20분 동안 방치한 idle 시 온도)
▲ 부팅 20분 후 PC 내부 온도
먼저 부팅 후 20분 동안의 idle 상태의 온도이다. 측정 현장의 실내 온도는 20~21도를 유지했다.
| 최소 | 최대 (메인보드 칩셋) | 평균 |
PC 내부 | 23.1도 | 54.5도 | 29.4도 |
CPU나 그래픽카드가 가장 뜨거울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전체적으로 볼 때 가장 열이 많이 나는 부분은 메인보드 칩셋과 그 주변이다. 사진에서는 한가운데에 있는 가장 밝은 부분이다. 작은 히트 스프레더 하나로 열을 분산시키는데, 더구나 바로 아래쪽에는 그래픽카드가 있어서 여기에서 나오는 열의 영향도 받고 있다.
▲ 메인보드 칩셋 부분 추가 사진
조금 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칩셋 부분만 다시 열화상 카메라로 찍어본 것이다. 일하지 않는 CPU를 덮고 있는 거대한 쿨러는 온도가 상당히 낮다. 반면 메인보드 칩셋은 온도가 높다. 그래도 칩셋에는 히트 스프레더가 붙어 있어 열 분산이 그나마 되고 있지만, 우측의 콘덴서는 상대적으로 온도가 더 높다.
▲ 메인보드 상단 전원부
| 최소 | 최대 | 평균 |
메인보드 전원부(상단) | 28.8도 | 40.7도 | 34.6도 |
메인보드에서 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또 다른 곳은 ‘전원부’이다. 위 측정 부위는 메인보드의 가장 윗부분, 다시 말해 CPU의 윗부분이다. 그래도 이 부분은 메인보드 칩셋에 비하면 온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 그래픽카드 후면 온도
열이 많이 나는 부품 중 하나인 그래픽카드 후면 온도는 아이들 상태에서 57.0도로 측정되었다. 메인보드 칩셋 부위와 함께 가장 뜨거운 부위 중 하나로 꼽힌다.
▲ 전원 공급장치
전원 공급장치(PSU, 파워) 역시 열이 많이 나는 곳이다. 220v의 교류 전압을 직류 전압으로 바꿔주는 과정에서 열 손실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부분의 전원 공급장치는 별도의 쿨링팬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온도 관리가 되는 편이다.
실제 테스트 결과에서도 40.7도로 준수한 편이었다.
▲ 메모리(램) 온도
▲ SSD 측정 온도
이 외에 램과 저장 장치의 온도는 각각 41.4도와 27.6도로 나타났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측정 부위 | 온도 (최고점) |
메인보드 칩셋 | 55.0 |
메인보드 전원부(상단) | 40.7 |
메인보드 전원부(백 패널 부분) | 53.9 |
전원 공급장치 (후면) | 40.7 |
그래픽카드(PCB 뒷면) | 57.0 |
SSD | 27.6 |
램 | 41.4 |
CPU와 GPU 코어의 다이렉트 온도는 쿨러를 제거하고 열화상 측정을 하기에 무리가 있어(높은 열로 인한 손상을 막기 위해 PC가 자동으로 다운된다) 제외했다.
▶ CPU와 GPU에 로드를 걸었을 때
이번에는 CPU와 GPU 등 전체 시스템이 제법 힘겹게 일하는 상황을 만들고,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를 확인해 봤다.
▲ 문명 6를 실행해 도시가 많은 화면에서 계속 턴을 넘기며 PC에 부하를 걸었다
▲ 문명 6만 실행한 상태이며, 이후 유튜브 영상을 여러개 실행하여 CPU 이용률을 50% 수준으로 올렸다. 왼쪽 아래의 그래픽카드 열일(?) 그래프는 이미 100%를 가리키고 있다.
PC에 로드를 걸기 위해 <문명 6>와 유튜브 영상 재생을 하고 CPU는 40~50%, GPU는 100%를 만들었다. 이때는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게 될까?
▲ PC 전체 온도
PC의 전체적인 온도도 당연히 상승했다. 가장 낮은 부위의 온도는 23.1도로 변화가 없었지만, 가장 높은 부분의 온도는 54.5도에서 66.8도로, PC 내부의 평균 온도도 29.4도에서 35.3도로 대략 2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30분 idle 시 측정 자료와 부분별로 비교해 보자.
▲ 메인보드 칩셋 부분
앞서 30분 idle 테스트 시 가장 높은 온도를 보였던 메인보드 칩셋 옆 콘덴서의 온도는 55.0도 → 73.9도까지 치솟았다.
▲ 메인보드 전원부 (상단)
메인보드 칩셋 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았던 상단 전원부의 온도는 40.7도 -> 65.9도 까지 수직 상승했다. CPU 쿨링 효과가 아주 우수하여 장착한 거대한 쿨러가 의외로 주변 전원부 쿨링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기자는 이 사진을 촬영한 후 전원부에 추가로 바람을 불어줄 쿨링팬을 구매하기 위해 다나와에 접속했다.
▲ 그래픽카드 후면
아무래도 GPU 사용률이 100%에 이르다 보니 가장 열일한 곳이 바로 그래픽카드가 아닐까 한다. 실제 테스트 결과에서도 57.4도에 불과했던 그래픽카드 후면 온도는 70.4도까지 올랐다.
▲ 전원 공급장치
전원 공급장치의 온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40.7도에서 44.2도로 3.5도 상승에 그쳤다. 공기의 흐름에 방해가 될 만한 부품들이 많지 않은 데다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여 뜨거운 공기가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열이 금방 식어서 온도 상승 폭이 크지 않다. 게다가 최대 부하가 걸릴 정도로 시스템 전체의 전력소비량이 높지도 않았다.
▲ 램 온도
▲ SSD 온도
램 온도도 41.4도에서 45.5도로 약 10% 정도 상승했다. 테스트에 사용된 램은 방열판이 없는 삼성전자 제품이다. 만약 방열판이 붙어 있는 램을 사용한다면 온도는 조금 더 낮아질 수도 있다.
SSD는 오히려 온도가 낮아졌다. 부팅 30분 후 온도는 27.6도(최고 온도)였으나 이번에 측정한 결과에서는 27.0도(최고 온도)로 나타났다. SSD를 지속적으로 읽는 상황이 아닌 데다가 PC내부 팬의 회전속도가 빨라지면서 그 수혜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측정 부위 | 부팅 20분 후(최고점) | CPU 50%, GPU 100% 20분 후 |
메인보드 칩셋 | 55.0 | 73.9 (▲ 18.9 ) |
메인보드 전원부(상단) | 40.7 | 65.9 (▲ 25.2 ) |
메인보드 전원부(백 패널 부분) | 53.9 | 60.0 (▲ 6.1 ) |
전원공급장치(후면) | 40.7 | 44.2 (▲ 3.5 ) |
그래픽카드(PCB 후면) | 57.0 | 70.4 (▲ 13.4 ) |
SSD (2.5' SATA 방식) | 27.6 | 27.0 (▼ 0.6 ) |
램 | 41.4 | 45.5 (▲ 4.1 ) |
▶ 팬 속도를 바꾸면?
이번에는 PC 케이스에 장착한 팬 속도를 최저에서 최대로 올렸을 때 그래픽카드의 온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동영상으로 확인해 보자. 편의상 1.5배 재생으로 인코딩했다.
기자가 테스트에 사용한 ABKO 수트마스터 501S 케이스 상단에는 케이스에 장착된 팬(전면 흡기 + 후면 배기 / 상단 배기)의 속도를 바꿀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다. (테스트에 사용된 것은 구버전이며, 최근에는 아날로그 스위치가 아니라 리모컨으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변경되었다) 위 영상 첫 부분에는 LOW로 맞춰진 스위치를 HIGH로 바꾼 뒤 그래픽카드의 후면 온도를 재는 모습이 나온다.
▲ 팬 속도 Low 설정 시 그래픽카드 온도
▲ 팬 속도 High로 바꾼 뒤 그래픽카드 온도
팬 속도를 low로 한 상태에서는 위에서 사진으로 측정해본 것과 동일하다. 최고점이 대략 70.0 ~ 70.5도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서 팬 속도를 최대로 바꾸면 더운 공기가 밖으로 더 빨리 빠져나가고, 그만큼 찬 공기도 많이 유입되면서 60도 중반대까지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 해외 유튜버의 테스트 결과에서도 케이스 쿨링을 하면 온도가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유튜브 채널 'Linus Tech Tips'>
이렇게 팬의 동작 속도만 바꾸더라도 내부 부품들의 온도가 꽤 낮아지게 된다. 테스트 시스템은 케이스에 5개, CPU에 2개를 포함 총 7개의 쿨링 팬을 장착하고 있는데, 사실 국내외 벤치마크 결과를 찾아보면 7개까지 갈 필요도 없이 케이스 기준 3개(전면 흡기팬 2개, 후면 배기팬 1개) 정도면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출시하는 보급형~중급형 케이스 가운데 3~5개의 팬을 장착한 제품들이 있으므로 케이스만 잘 고른다면 그 덕을 톡톡히 볼 것이다.
열화상 카메라 측정의 정확도를 위해 케이스 측면을 잠시 오픈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케이스를 완전히 밀폐한 상태에서의 쿨링 효율은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 우리는 게이밍 환경과 일반 idle 환경에서 PC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를 알아봤고, 팬 속도에 따라 냉각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도 알아봤다. 이를 통해 어떤 부품의 어느 부분에 쿨링이 필요한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특히 일반적인 쿨링 솔루션을 이용할 때, 평소 신경쓰지 않았던 메인보드 전원부, 칩셋과 그래픽카드 뒷면의 발열량이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하드코어 쿨링 시스템을 맞추려는 유저라면 방금 언급한 부위의 발열 해소에도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스 상단과 내부에 별도의 팬을 장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전면 흡기 → 후면 배기의 기본적인 공기 흐름만 잘 지켜도 큰 효과를 본다. 만약 연식이 오래된 케이스라면 전면과 후면에 장착한 쿨링팬의 동작 상태를 확인해보고, 이상이 있을 경우 새것으로 교체만 해주면 된다.
기획, 편집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사진 / 유민우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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