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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도 대비할 이것을 24명이 먹어보았다

랏팅 2016. 11. 4. 02:49

지난 9월 지진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피해 규모만 자그마치 약 58억 원에 달할 정도. 지진만큼은 우리와 먼 얘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진작부터 빨간불이었다. 이번에도 뭔가 뒤통수가 얼얼한 거 같지만 요즘 세상에 이 정도는 기분 탓으로 넘길 수준. 어쨌든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다. 아무리 안전불감증이 팽배하다지만 나름대로 대비는 해야겠다. 생존 배낭 같은 것 말이다. 안 그래도 벌써 구비해 놓은 집이 적지 않다더라.

 

 

생존배낭은 생존에 필요한 물, 손전등, 구급약, 비상식량 등의 물품을 싸놓은 비상용 배낭을 말한다. 하지만 이런 데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 ‘뭣이 중헌지’ 도통 모르겠다. 특히 비상식량 말이다. 주로 라면, 초코바, 통조림 정도를 꼽던데 왠지 끼니로는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떠올린 게 전투식량이다. 군대에서 훈련 때마다 보급받던 그 녀석 말이다. 끓는 물을 붓거나 끈을 당기면 알아서 한 끼 식사를 완성한다. 간편하면서도 효율적으로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것. 요새는 시중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물론 머슴 밥을 먹어도 뒤돌아서면 배고픈 군인일 때야 이마저도 황송했지만 재난 상황에서도 괜찮을까? 양은 어떨까? 맛은? 불안함이 꼬리를 문다. 사진과 상품 정보만 보면서 고민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바야흐로 신뢰가 바닥을 치는 시대가 아닌가.

 

직접 먹어보자.

 

 

 

평가단, 객관성을 위해 24명을 모았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더라. 그래서 한 사람이 아닌 여럿의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객관성을 더하기 위해 특별히 제한을 두지도 않았다. 개인의 경험과 입맛, 기호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부분도 감안한 것.

 

단, 허기진 배는 필수다.

 

(주)다나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지원자를 모았다. 총 24명. 남자 16명, 여자 8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그중 전투식량을 먹어본 사람은 15명으로 대부분이 군대에서 먹어봤다. 캠핑 때 혹은 그냥 먹고 싶어서 사 먹어본 사람도 있었다.

 

 

 

품목, 12종의 인기 제품을 선정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전투식량이 재난 대비 품목으로서 충분한지를 알아보는 게 목적이지만 그래도 참전 선수의 신상은 밝히는 게 인지상정. 총 12종을 골랐으며 각각 두 개씩 구입했다. 그래야 24명이 하나씩은 먹을 테니.

 

선택받은 제품은 다음과 같다.

  • 한계령식품 김병장 전투식량 소고기맛 고추장 비빔밥
  • 한계령식품 김병장 전투식량 해물 짬뽕 라면밥
  • 한계령식품 밥차 소고기맛 고추장 비빔밥
  • 참맛 즉각취식형 불닭 비빔밥
  • 참맛 즉각취식형 쇠고기 고추장 비빔밥
  • 참맛 더온 라이트 불고기비빔밥, 참맛 더온 발열도시락 플러스 카레밥
  • 참맛 더온 발열도시락 플러스 짜장밥
  • 참맛 더온 발열도시락 플러스 마파두부밥
  • 불로 전투식량 2형 스프 쇠고기 비빔밥
  • 불로 전투식량 3형 고추장 쇠고기밥
  • 상일제과 김병장 전투식량 밥과 함께 라면

 

 

시식회, 화기애애하면서도 진지하다

 

시식회가 열린 시간은 점심시간. 다른 곳보다 30분이나 느린 12시 30분이다. 굶주림에 지쳐 사기가 떨어지고 온몸이 쳐지며 의욕을 잃고 움츠러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전투식량을 먹지만 군대는 아니다.

그래도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오와 열을 맞췄다. 이제 민방위에 접어드는지라 ‘칼각’까지 할 수는 없었다.

 

 

전투식량을 먹지만 이곳이 군대는 아니다.

그래도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식순을 적어본다. 기억이 가물가물해 인터넷의 도움을 받았다. 태극기도 앞에 띄우고 국민의례 배경 음악도 틀었다. 막상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지만.

 

 

시간이 되니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테이블에 무작위로 놓인 전투식량을 보고 개인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는 제품 앞에 앉는다. 미리 자리를 잡은 참가자는 서로의 전투식량을 비교하기도 한다. 화기애애하다. 양이 부족하리라 생각했는지 컵라면을 챙겨 온 참가자도 적지 않았다.

 

 

시식회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바로 시작했다. 먼저 사용법 정독.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이제 조리(?) 시작. 물을 붓거나 끈을 당겨 음식이 완성되기를 기다린다. 물은 시간 맞춰 미리 끓였다. 물론 물 붓는 건 계급순이 아니다. 전투식량을 먹지만 군대는 아니다. 진짜다.

 

끈을 당기는 발열도시락에선,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다들 신기해했다.

 

 

대기 시간은 제품에 따라 5~20분. 기다리는 동안 성분표를 보거나 설문지에서 먹기 전에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을 채운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대기 시간이 짧은 라면 밥부터 시식을 시작한다. 곧이어 비빔밥. 소스를 넣고 비비기 시작한다. 한입 넣고 음미하기도 하고 같이 온 무리와 나눠 먹기도 한다. 성분표를 보며 꼼꼼히 먹는 참가자도 있다.

발열도시락은 대기 시간이 가장 길다.

 

 

 

먹으면서 혹은 먹고 나서 설문지를 채워나간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지만 설문지를 작성할 때만큼은 진지하다. 의견 교환도 활발하다. 얼핏 들어 보니 “생각보다 맵다” “양이 부족하다” 등의 의견이 오간다.

 

 

시식회가 끝난 후 청소까지 깔끔하게 했다. 쌀쌀한 날씨지만 냄새 제거를 위해 창문도 열었다. 전투식량을 먹었지만 군대는 아니니까.

 

 

전투식량, 재난 대비용으로 합격?

분주한 시식회가 끝나고 이제 전투식량을 평가할 차례. 소중한 24장의 설문지를 면밀히 분석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개인의 경험과 입맛, 기호에 따른 주관적 평가다. 항목별로 5점 만점의 점수를 준 후 자유롭게 의견을 기재하도록 했다. 물론 설문지는 굳이 익명으로 걷었다.

 

 

1. 맛

평균 점수는 3.29. 제품에 따라 맵고 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대체로 괜찮다는 평이다. 4점을 받은 제품이 많았다. 특이하게도 남성보다는 여성층의 점수가 후하다. 따뜻해서 좋았다는 의견도 보인다. 특히 참맛 더온 발열도시락의 평이 좋다. 풍성한 소스와 인스턴트 식품 같지 않은 밥 덕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맛있다는 것.

반면 불로 전투식량 시리즈는 맛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2. 끼니 대용 여부

끼니를 대체할 수 있나에 대한 질문에는 대부분 3점 이상을 매겼다. 일부 제품의 경우 양이 적다는 평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끼니를 해결하기에는 충분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물론 비상시라는 전제하에. 한 참가자는 “맛과 별개로 끼니 채우기에 충분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맛이 없다고 평한 응답자의 대부분은 끼니를 대체하기 힘들다고 평했다. 비상시에도 맛은 중요하다는 얘기다. 평균 점수는 3.63점. 이번에도 참맛 더온 발열도시락 시리즈가 높은 점수를 많이 받았다.

낮은 점수 대에는 한계령식품과 불로 전투식량이 많이 보인다.

 

 

 

3. 지속적 섭취력

이번엔 일주일간 먹을 수 있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질릴 것 같아서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비상시라면 어쩔 수 없지 않겠냐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뭔가 포기한 듯한 말투다. 역시 이 항목은 이번 설문지 중 평균 점수가 가장 낮은 2.67점.

한계령식품 김병장 시리즈와 불로 전투식량, 참맛 더온 발열도시락이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4. 영양소 평가

영양소가 충분하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여성층은 낮은 점수를 매겼다. 탄수화물, 나트륨 비중이 높아 아쉽다는 것. 반면 남성층은 대부분 3~4점을 줬다. 생존을 위한 만큼은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단 이 부분에서 만큼은 여성층의 답변이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다.

일부 남성 참가자는 영양소는 잘 몰라 3점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평균 2.83점을 받았다. 재미있게도 참맛 제품이 좋은 점수를 받은 반면 최하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계령식품 김병장 시리즈는 낮은 점수대에서 많이 보인다.

 

 

 

5. 조리 편의성

평균 점수 3.67점으로 이번 설문지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물론 비상시에 끓는 물을 구하기가 어렵고 조리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는 부분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기도 했지만 대체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답했다.

 

6. 체감 가격 

가격은 대체로 저렴한 편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평가자 절반이 2점 이하의 점수를 매겨 싸다고 답했다. 물론 맛과 양을 볼 때 적당하다는 답변도 있었고 일반 라면과 비슷한 수준인데 그보다 비싼 것에 대해 불만을 갖기도 했지만. 평균 점수는 2.75점이다.

가격 측면에서는 참맛 더온 발열도시락과 한계령식품 김병장 시리즈가 저렴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참맛 더온 발열도시락의 경우 '싸다(1점)'와 '비싸다(5점)'를 동시에 받기도 했다.

 

7. 주변 추천 여부

마지막으로 추천 여부를 물었다. 사실 가장 궁금한 질문. 이 항목에서는 평균 2.96점이 나왔다. 보관이 편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과 다른 대체품을 찾아보겠다는 의견으로 갈린다. 물론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먹어야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5점 쪽으로 갈수록 참맛 더온 시리즈가 많았고 점수가 낮을 수록 한계령식품 김병장 시리즈가 많이 보였다.

 

 

정리해보면 조리법이 간편하고 맛도 나쁘지 않아 끼니를 대체할 수는 있겠지만 오래 먹기는 힘들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제품별로 보면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기도 하지만 평균값을 내보면 대부분 항목이 중간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얘기. 그러니까 이 정도면 생존 배낭에 넣어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겠다. 단 다양한 종류를 함께 챙길 것.

 

대체로 낮은 점수를 받은 한계령식품 김병장 대신 참맛 더온 발열도시락의 비중을 높이는 것도 잊지 말아야 겠다.


 

기획 홍석표 대리 hongdev@danawa.com

취재 한만혁 기자 mhan@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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