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생활·컴퓨터등)

초고속 블렌더, 비싸면 진짜 좋나?

랏팅 2016. 6. 4. 03:15

  

최근 블렌더와 믹서기에 대한 혼란기가 도래했다. 블렌더, 영문으로 하면 Blender로 전기 믹서기를 의미하는 단어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믹서기와 같은 듯 다른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렌더와 믹서기,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또, 어떤걸 골라야 만족할 수 있을까? 꽤 단순한 의문으로부터 이 글을 시작해본다. 실험을 통해 알아보자.

 


귀하신 몸, 리큅 LB-32HP 초고속 블랜더

 

 

이번 실험에 사용될 블렌더는 리큅에서 출시한 LB-32HP 제품이다. 약 20만 원대 중반. 제품 하단을 보면 RPM Professional이라고 인쇄가 되어 있다. 일반 믹서기보다 회전 속도가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제품 본체에 인쇄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름이 초고속 블렌더 아닐까?) 하지만 다른 외관에서는 일반 믹서기와 큰 차이를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직접 재료를 가는 칼날에서 서서히 차이점이 드러난다. 리큅 LB-32HP 블렌더에는 입체 칼날이 탑재되어 있다. 얼핏 보기에는 일반 믹서기와 큰 차이가 없지만, 상단과 중단 그리고 하단에 칼날 3개가 겹쳐 있는 구조다. 이 칼날은 티타늄 코팅이 되었고 중간의 센터 칼날이 블렌딩 중 재료가 끼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리큅 LB-32HP 블렌더는 12개의 톱날의 드라이브로 제작되었다. 여기에 1.7리터 컵을 돌려 고정시키는 구조다. 이 부분은 기존 믹서기와 비교해 큰 차이는 없다.

 


 

마치 경찰봉을 연상시키는 이 방망이는 바로 누름봉이다. 재료를 위에서 눌러 더욱 쉽게 블렌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성품이다. 누름봉은 플라스틱 재질로 보기보다는 무겁지 않고 가볍다. 얼핏 드는 생각이지만, 경찰봉 대용이나 호신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어 보인다.

  


 

블렌더의 하단에는 제품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흡착판이 달려 있다. 하단 중앙에는 전원 케이블을 돌돌 말아서 정리할 수 있는 구조가 배치되었다. 전원선이 길에 나와 불편함을 줄이는 장치다.

 

  
LB-32HP 리큅 블렌더는 3.2마력 30,000ROM/2,400W 출력이 가능하다. 단단한 재료를 순간 분쇄할 수 있는 성능이다. 더불어 분쇄 중 섬유질과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고 재료가 담고 있는 영양 그대로를 보존할 수 있다. 따라서 착즙기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이 점이 바로 '초고속 블렌더'의 장점이라 손꼽힌다. 더 정확한 것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 알아보기로 하자.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고 블렌딩할 수 있다고 했기에 이번 실험에서는 사과를 껍질은 물론 씨까지 그대로 넣어 갈아보기로 했다. 일단 사과 2쪽과 탄산수를 소량 넣어 갈아봤다.

 

  

순간 빠른 회전을 보이는 LB-32HP 리큅 블렌더에 들어간 사과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재료가 폭발하듯 블렌더 컵 위까지 올라온다. 회전 속도는 사용자가 원하는 단계로 나눠가며 블렌딩 할 수 있지만 최고 3만 RPM까지 올릴 수 있어 단단한 재료 역시 어렵지 않게 갈린다. 

 

  
사과 두 쪽과 탄산수만 가지고 건강한 사과 주스를 만들었다. 사과 껍질은 물론 씨까지 함께 블렌딩한 덕분에 사과의 영양소를 100%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사과 주스 하나 먹자고 20만 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하는 게 현명한 일일까? 보급형 고속 블렌더나 일반 믹서기에서도 이렇게 갈아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10만 원 미만의 보급형 블렌더와 일반 믹서기로 동일한 테스트를 시도했다.


블렌더가 비쌀 필요 있나? 신일산업 SMX-S1000JR

 

  

테스트에 동원된 보급형 블렌더는 신일산업에서 출시한 SMX-S1000JR이다. 외관 디자인은 리큅 제품과 거의 동일한 모습이다.


   
리큅 블렌더는 3중 입체 칼날이 탑재되어 있었지만, 신일 블렌더는 2중 6중 칼날이다. 사실 일반 소비자들이 보기에는 두 제품 칼날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2중 칼날인지 3중 칼날인지는 상품페이지를 봐야지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일 SMX-S1000JR의 컵은 유리 재질이다. 수분이 스며들 수 있는 플라스틱 재질에 비해 위생적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중량이 높다는 것은 감안해야한다.

 
  

신일 블렌더에는 리큅 블렌더와 같이 누름봉이 제공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리형 뚜껑을 제공하기 때문에 블렌딩 중 추가로 재료를 넣을 수 있는 것은 리큅과 마찬가지다.

 
 
신일 SMX-S1000JR의 결합 부위 역시 리큅 제품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톱니바퀴 형식의 드라이버에 믹싱 컵을 올려놓는 방식 그대로다. 한가지 차이점이라고 하면 리큅 블렌더같이 돌려서 고정하는 방식이 아닌 그냥 올려놓으면 끝난다는 것이다. 믹싱 컵이 꽤 무거워 그냥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사용에 문제가 없어 이런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리큅 제품과 마찬가지로 사과 두 쪽과 소량의 탄산수를 갈아 보기로 하자. 일단 블렌더와 달리 재료가 믹싱 컵 위로 높게 튀어 오르는 현상은 볼 수 없었다. 회전수의 차이인가? 더불어 중앙 칼날로 인해 탄산수에 거품이 올라왔다. 결국, 리큅 블렌더보다 갈리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

 

  

10만 원 미만의 보급형 신일 초고속 블렌더로도 사과주스 만들기는 충분히 가능했다. 그런데 결과물을 보면 리큅 블렌더와는 색상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다른 테스트를 한 번 더 해봐야겠다.

 



이름 하여 핸드 블렌더 STM1200NK 제품은 작고 간편할 뿐 아니라 별도의 컵 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사실 일반 소비자에게는 핸드 블렌더라는 용어보다는 도깨비 방망이로 더 익숙한 제품이다.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었다.

   



익히 알고 있듯이 도깨비 방망이는 버튼 하나로 조작하는 방식이다. 칼날 역시 양쪽 2중이며 사이즈가 작아 덩치가 큰 과일을 갈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핸드 블렌더의 칼날 특성상 큰 과일을 갈기에는 어렵기에 동일한 사과를 작은 사이즈로 잘라 준비했다. 여기에 소량의 탄산수를 넣고 블렌딩을 시작해봤다.
 



사과가 갈린다는 느낌보다는 사과에 흠집을 낸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더 이상 사과가 갈리지 않아 핸드 블랜더로 갈린 사과 그대로를 컵에 담아 봤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사과가 갈리지 않고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핸드 블랜더로 과일주스를 만드는 건 무리가 아닌가 싶다.



성능은 단순히 가격에 비례하진 않았지만... 음?  




자, 그럼 실험의 결과를 종합해보자. 20만 원대 고급형 리큅 블렌더와 10만 원 미만 보급형 신일 블렌더로 만든 사과 주스는 어떤 차이를 보일까? 도깨비 방망이는 그냥 번외로 치자.

 
 
고급형 리큅 블렌더로 만든 사과 주스는 착즙기로 짜낸 것과 같은 갈색의 사과주스가 만들어졌다. 반면 보급형 신일 블렌더는 청량감이 느껴질 정도의 밝은 사과주스를 만들어냈다. 같은 재료를 사용한 게 맞을까 생각할 정도로 색상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놀라운 결과다. 살짝 신일쪽의 주스가 더 맛있게 보이는 건 선입견일까?

 


 

주스가 아깝지만, 실제 손으로 입자를 만져보았다. 리큅 블렌더로 만들어진 사과 주스는 고르게 갈린 반면 신일 블렌더의 사과 주스에는 과육 일부가 갈리지 않아 덩어리가 만져졌다. 3만 RPM으로 회전하는 리큅 블렌더가 아무래도 신일 블렌더보다 효과가 높아 보인다.

 

하지만, 소비전력을 감안하면 쉽게 리큅의 손을 들어주기에는 망설여진다. 리큅이 순간 최대 2,400W의 전기를 먹는 반면(3만 RPM 구동시), 신일은 1,000W만 소비하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적인 선택은 역시 소비자의 몫이 아닌가 싶다. 나도 순간 무책임해진 것이다. 



또 한가지 걱정은 초고속 블렌더의 치명적인 약점인 소음문제다. 카페에서도 이런 초고속 블렌더를 구동할 때 별도의 커버를 사용해 손님들에게 소음 공해를 일으키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한다. 가정에서 이런 초고속 블렌더를 사용하면 얼마나 많은 소음이 발생하나 스마트폰 소음 측정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테스트해보았다.


리큅 블렌더는 위 사진과 같이 순간 최대 81dB까지 올라갔다. 조용한 주택가 내부의 기준이 40dB 정도니 거의 두배의 소음이 일어난다는 결과다. 층간소음을 구분하는 기준을 살펴보니 80dB면 철로변이나 지하철이 역으로 들어올때 소음과 맞먹는 수준이란다. 좀 무서워진다.



그렇다면 신일 블렌더는 어떨까? 역시나 초고속 블렌더의 이름을 달고 나온 제품이므로 리큅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소음이 측정되었다. 블렌딩하는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아 다행이지만, 아이를 키우거나 공부하는 학생이 사는 가정에서는 사용하기가 꽤 꺼림직할 것이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커버를 괜히 씌우는게 아닌가 보다.

 


  

 

고급형과 보급형, 그 차이는 가격뿐!


초고속 블렌더는 강력한 출력과 빠른 RPM으로 재료를 잘게 분쇄해 마치 착즙기로 짜낸 것과 같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껍질과 씨까지 한 번에 분쇄해 마실 수 있으므로 재료의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단순히 "섞는다."는 개념의 믹서기와는 전혀 다른 제품으로 여기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 20만 원 중반을 훌쩍 넘는 리큅 제품은 성능은 굉장히 만족스러우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빈도나 효용성을 따져볼때 살짝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안으로 약 6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신일 제품이 존재하긴 하나 아쉬운 마음은 감출 수 없다.


리큅과 신일, 가격 차이만큼 분명 성능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착즙기의 성능, 그리고 초고속 모터와 다중 칼날 구조로 마치 전문 카페에서 먹는듯한 생과일 주스나 각종 음료들을 가정에서 맛볼 수 있게 하는 초고속 블렌더. 높은 가격과 소음을 감수하고도 최상의 과일 주스를 원하는 소비자는 리큅을, 상대적으로 살짝 떨어지는 성능이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모든 것을 누리고 싶은 소비자는 신일을 택하면 현명하겠다. 무더위가 다가오고 있다. 시원한 생과일 주스를 초고속 블렌더로 자주 만들어 먹자. 그게 바로 더위를 이기는 첫걸음 아니겠는가!



테크니컬라이터 유종진



Read more: http://news.danawa.com/view?boardSeq=62&listSeq=3184146&page=1#csidxbf0fd81a67892cba1f74dba88ce0e8f
Copyright © Lin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