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의 반란…모바일 금융시장 '새국면' |
소셜네트워크 기반의 메신저 기술이 모바일 금융 서비스와의 접목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금융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메신저 기업 카카오와 포털 기업 네이버는 자사 모바일 IT 기술과 금융 서비스를 접목한 신규 서비스 론칭 계획을 밝히면서 금융회사의 텃밭인 모바일 금융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이종 산업 간 영역 붕괴 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금융 분야로 영토 확장에 나선 카카오와 네이버가 진입장벽이 높은 금융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편집자 주>
[미디어잇 김남규] 최근 카카오에 이어 네이버가 소액 송금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모바일 금융 시장을 선점한 기존 금융회사와 이 시장으로의 진출을 꿈꾸는 IT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금융결제 서비스 진출을 선언한 카카오(왼쪽)와 최근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인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 밴드.
카카오는 오는 9월 중 소액 송금서비스가 포함된 '뱅크 월렛 카카오'를 출시할 예정이며, 네이버 역시 자회사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 중인 '밴드'에 소액 송금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오는 3분기 중 서비스 될 카카오의 전자지갑 서비스 '뱅크월렛 카카오'와 네이버의 차기 서비스를 관심있게 지켜보면서,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과 함께 단기적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전망이 엇갈리는 속에서도 일단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통해 소액 송금 기능이 포함된 '뱅크 월렛 카카오'를 오는 3분기 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가상 지갑에 최대 50만원의 '뱅크머니'를 충전한 후, 카카오톡 친구끼리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하루에 10만원까지 송금이 가능하다.
또한 카카오는 늦어도 다음달까지 공인인증 절차가 필요없는 온라인 쇼핑몰 결제 서비스 '카카오 간편결제'를 선보이고 VAN과 PG, 카드사로 이어지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택시업체와 제휴를 맺어 카톡창에 행선지를 입력하면 이용자와 가까운 택시를 연결해주는 서비스 추진 등을 검토 중이다.
네이버 역시 모바일 메신저 '밴드'에 송금 기능 추가를 검토 중에 있다. 현 단계에서 송금서비스를 밴드에 직접 붙일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 중으로, 본격적인 서비스 론칭을 위해 전자결제 기업 옐로페이와 제휴를 추진 중이다.
◆성공 가능성 배경…충만한 잠재 수요
스마트폰 뱅킹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금융 서비스가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점차 대중화되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 트렌드에 부합하며, 동시에 이미 4000만명을 넘어선 잠재 수요고객을 확보했다는 점에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뱅킹 등록고객 수는 2014년 1분기를 기준으로 4034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중 인터넷뱅킹 이용건수 및 금액이 전년대비 각각 18.7%, 1.3% 증가했다. 이 가운데 모바일 뱅킹 이용건수는 66.5%가 증가했고, 거래 금액 역시 59.0%가 늘어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다.
서비스 이용 패턴 변화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금까지 모바일 뱅킹은 자금이체 등 실거래보다 계좌잔액 확인 등의 조회서비스 위주로 이뤄졌다. 모바일 뱅킹이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건수의 39.2%를 차지했지만, 거래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 수준에 그쳐 실제 금전 거래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처럼 이용자 수가 많지만 실제 거래실적이 미진한 현상은 상대적으로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메신저 사용에 익숙한 고객 층을 대상으로 사용편의성을 개설한 경우 실제 거래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현재 카카오는 3600만명의 충성도 높은 모바일 사용자를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초부터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쇼핑 시장의 실제 경제 주체로 20~30대 연령층이 급부상하고 있어, 카카오 이용자 층과 잠재 고객이 부합하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준비 중인 네이버 역시 기존 포털 검색 시장이 성장의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두 업체의 모바일 금융 서비스가 전체 모바일 시장, 더 나아가 인터넷 금융과 광범위한 스마트 금융 시장을 재편할 것이라는 예상이 정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ICT 분야 이종 간 산업 융합 현상 '주목'
모바일 소액 결제 시장은 지금까지 서비스 주체를 달리할 뿐 꾸준히 존재한 시장이다. 그러나 모바일 소액 결제 시장 공략에 나선 이들 기업이 다시금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이종 산업 간 융합 현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인터넷, 모바일, 스마트 기술로 대변되는 이른바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의 발전으로 플랫폼을 활용한 산업 진입과 이종 산업 간 경쟁 및 협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컴퓨터 및 IT기기 회사인 애플은 '아이튠즈' 출시 후 강력한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5년 만에 미국 최대, 7년 후에는 세계 최대의 음악 판매사로 거듭났다. 또한 구글 역시 '모바일 구글맵'을 출시한 후 2년 만에 미국 네비게이션 산업의 강자인 '가민'과 '탐탐'의 시장가치를 각각 70%와 80%씩 폭락시켰다.
이외에도 케냐의 최대 이동통신사 'Safaricom'과 영국의 'Vodafone'이 제휴해서 선보인 개인 간 모바일 송금서비스 'M-PESA'는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저개발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바일 뱅킹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앞선 해외 사례에 비춰볼 때 IT와 금융을 접목시킨 카카오와 네이버의 소액 결제 시장이 전체 금융 산업의 판도를 바꿀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 3.0 개념도 (사진=하나은행)
◆소비자 주도로 변하는 '금융 3.0' 시장 시현
기존 금융기업이 제공했던 모바일 뱅킹 서비스는 금리 경쟁에 집중했던 데 반해, 카카오와 네이버는 편의성을 강조한 '금융 3.0'(Bank 3.0) 전략에 매우 근접해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1990년대 이전의 금융 서비스는 공급자 중심으로 브랜치 채널 운용을 중요시 했다. IT 인프라 운영의 효율성을 강조했고, 저장창고와 같은 Silo 형태로 고객 정보를 활용하는데 그쳤다.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한 2000년대 초 등장한 금융 2.0 개념 역시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를 중요시 한 데 머물렀다.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고 각각의 채널을 중심으로 세분화된 고객을 보유했으며, 비용과 효율성을 중요시 했다.
그러나 최근 부각되는 '금융 3.0' 개념의 스마트 금융 서비스는 소비자 중심에서 소비자 주도로 변화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이 보유한 각각의 전자기기가 서비스 이용 채널 역할을 하며, 서비스 수요 변화에 따라 즉각적인 변경이 가능하다. 멀티채널을 통합/연계해 활용할 수 있으며, 철저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 지원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 금융 시장의 질서를 흩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더 나아가 파급력이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두 기업이 준비 중인 신개념의 금융 서비스는 소비자의 시대적 요구를 충족한다는 점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금융 서비스가 새로운 형태의 고객 접점 채널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그 동안 더디게 발전한 모바일 결제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남규 기자 ngk@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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