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생활·컴퓨터등)

커스텀 키보드 만들기, 이렇게나 쉬운데…

랏팅 2018. 6. 15. 02:31

▲ 커스텀 키보드의 작은 예

<출처: 22kbd.com>


키보드를 커스터마이징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커스터마이징’의 개념은 단지 키 캡만 다른 색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게임에서 많이 사용하는 ‘WASD’ 키 색만 바꾸는 정도로는 커스텀이라고 할 수 없다. 커스터마이징이라면 최소한 스위치 정도는 모두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손으로 '치는' 키보드이므로 키감, 타건음 정도는 내 입맛에 맞게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통 '커스텀' 하면 어렵게 생각하기 쉬운데, 오늘 소개하는 커스텀 키보드들을 살펴보면 의외로 쉽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키 캡은 물론이고 스위치까지 모두 바꿀 수 있어 나만의 키보드를 만들 수 있다. 키보드 만들기가 어렵지 않을까 고민된다고? 납땜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할 필요 없다. 납땜도 필요 없이 5~10분이면 만들 수 있다. 참말인지 아닌지 뒤에서 살펴보자.



커스텀 키보드, 무조건 비싼 것은 아니다?


커스텀 키보드라고 하면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키보드보다 무조건 비쌀 것이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기성품이라서 저렴하고 커스텀이라서 비싼 것은 아니다. 커스텀도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고, 기성품도 어마어마하게 비싼 물건이 있다.



▲ 이렇게 완벽하게 커스텀한 키보드라면 비싸겠지만…


기성품이 저가부터 고가까지 다양하듯 커스텀 키보드 DIY 제품도 다양한 가격대가 있다.



▲ 기존 게이밍 키보드 중 축 교환식도 커스텀 키보드라 할 수 있으나 제약이 많다


기존 판매 중인 축 교환 방식의 기계식 키보드도 넓게 본다면 커스텀 키보드에 포함될 수 있다. 그 제품들 역시 스위치와 키 캡을 쉽게 교환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완제품을 구입 후 스위치와 키 캡을 모두 분리하고 호환이 되는 스위치를 다시 구매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하느니 그냥 처음부터 커스텀 키보드를 구매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쉽게 도전해 볼만한 커스텀 키보드 KIT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커스텀 키보드 KIT은 아래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아콘 RE:AL PLATINUM FX 기계식 키보드 DIY 세트와 몬스타 데빌스킬 퀵스왑 MGK-C1 하우징 DIY 세트가 그것이다. 



▲ 아콘 RE:AL PLATINUM FX 기계식 키보드 DIY 세트


아콘 RE:AL PLATINUM FX 기계식 키보드 DIY 세트(이하 아콘 DIY 세트)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100% 풀 알루미늄 하우징을 사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무게는 2.3kg으로 매우 무거운 편이다. 가격은 186,000원이지만 여기에는 스위치와 키 캡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아콘 RE:AL PLATINUM FX 기계식 키보드 DIY 세트는 한정판으로 출시되었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몬스타 데빌스킬 퀵스왑 MGK-C1 하우징 DIY 세트’ 뿐이다.



 


▲ 몬스타 데빌스킬 닌자87 퀵스왑 MGK-C1


몬스타 데빌스킬 닌자87 퀵스왑 MGK-C1 하우징 DIY 세트(이하 데빌스킬 닌자87 퀵스왑) 역시 PCB와 하우징만 포함되어 있고 스위치와 키 캡은 별도 구매하거나 기존에 사용했던 것을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무엇보다 이 제품의 강점은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는 것.


스위치와 키 캡은 몬스타기어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카일/오테뮤/게이트론 등의 다양한 스위치 제조사가 만든 청축/갈축/흑축/적축/황축/백축/녹축 등의 스위치를 구할 수 있어서 '내가 원하는 키감의 키보드'를 만들기 수월하다. 스위치는 10개 단위로 구매할 수 있으므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어서 경제적이다. 여러 종류의 키캡도 함께 판매 중이다.



그래서 한 번 만들어봤습니다



데빌스킬 닌자87 퀵스왑 하우징


데빌스킬 닌자 87 퀵스왑을 구매하면 박스에는 위 사진처럼 하우징 + PCB가 조립 상태로 제공된다. 


 



스위치를 결합하는 PCB 부분이다. 각 스위치가 체결되는 칸을 보면 가운데 원을 중심으로 위에는 스위치와 연결되는 2개의 핀이 있고 아래에는 LED가 붙어 있다. 이 제품은 '퀵 스왑(납땜 없이 스위치를 교체할 수 있는 방식)'을 지원하기 때문에 조립 과정은 아주 간단하다. 스위치에 붙어 있는 2개의 금속 핀을 금속 홈에 끼우기만 하면 된다.


 



스위치는 커스텀 키보드 사용자들에게 꽤 좋은 평가를 받는 게이트론 황축을 구했다. 걸리는 느낌이 없는 리니어 스위치이며, 적축과 흑축의 중간정도의 키압이다. 


조립은 사진에 보이는 2개의 핀을 키보드 PCB에 맞춰 끼우기만 하면 된다. 핀의 위치가 서로 달라서 다른 방향으로는 끼울 수 없다. 그래서 어떤 방향이 맞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누구나 쉽게 조립할 수 있으며, 어느 위치에 끼워도 상관 없다. 어찌 보면 레고보다도 훨씬 쉽다.


 



키 캡 내부에는 스위치 위쪽에 있는 십자형 돌출부와 맞물리는 같은 형태의 홈이 있다. 그렇다. 그냥 홈에 맞춰 끼우기만 하면 된다. 


 



조립이 쉽다 쉽다 하는데 얼마나 쉬운지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 봤다. 풀 사이즈는 아니지만 그래도 90개 정도의 스위치를 조립해야 하고, 자칫 핀이 휠 수도 있기 때문에 속도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신중하게 조립했다.


 



어려운 작업은 아니지만 스위치의 핀이 얇고 생각보다 잘 휘기 때문에 요령이 없다면 조금은 당황할 수 있다. 스위치 조립에 있어 한 가지 팁이라면 키와 PCB를 수직으로 맞춘 뒤 가운데 부분을 꾸욱 눌러주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90여 개의 키를 전부 조립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9분 30초 정도였다. 스위치 한개당 약 6.5초를 사용한 셈이다. 여러 번 조립하다 보면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겠으나 무조건 빠르다고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만족하기로 했다. 다음은 키 캡 조립이다.


 



키 캡은 실제 키보드 배열 상태로 패키징 되어 있어 키 배열을 알지 못하더라도 위치에 맞게 끼워주면 된다. 그러니 신난다고 한 번에 뜯어서 키가 섞이면 나중에 한참동안 찾아야 하므로 신중히 포장을 벗기도록 하자. 


스위치 조립 이후 키 캡까지 완성하기 위한 시간을 이어서 측정했다.


 



절반 정도 조립했을 때의 시간은 약 3분 10초 정도이다. 키 캡을 조립할 때 일반 문자/숫자 키는 조립에 어려움이 없으나 스페이스바나 엔터, 시프트, 백스페이스처럼 길이가 긴 키는 3개의 홈을 동시에 맞춰야 하므로 어려울 수 있으나 이 역시 요령이 생기면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조립 완료! 총 소요 시간은 16분 54초로 대략 17분 정도였다. 20분이 안 걸리는 시간에 키보드 하나를 만들 수 있는데, 이는 별도의 공구나 납땜 등을 하지 않고 손으로만 조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보드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10분 이내에도 완성 가능하다. 


 


▲ 키 캡 분해 모습


조립 이후 다시 분해 하거나 특정 스위치를 교체할 때는 전용 도구를 사용하면 쉽게 키 캡과 스위치를 분해할 수 있다.


 



스위치도 전용 핀셋을 이용해 쉽게 제거할 수 있다. 키 캡과 달리 스위치는 금속 핀이 PCB와 연결되므로 수직으로 뽑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역시 분해하는데 큰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조립 후 타건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상당히 가벼우면서도 절제된 소리가 딱 황축의 느낌 그대로이다. 스페이스바는 상당히 정숙한 편인데 오른쪽 시프트의 경우 철심 소리가 좀 많이 났다.  



이제 내 키보드는 내가 만들어 써보자


나만의 키보드를 만들 수 있다는 매력은 커스텀 키보드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키 캡부터 하우징까지 전부 나무로 깎아 만든 그야말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키보드도 있지만 도전하기에는 시간도 돈도 부족하다면 오늘 소개한 커스텀 키보드 DIY 세트도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 손맛에 맞는 다양한 스위치를 사용할 수 있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아직 국내에는 커스텀 키보드 전용 하우징이 많지 않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다양한 스위치가 판매되고 있고 키 캡 역시 마찬가지이므로 다양한 조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앱코 등 일부 업체에서 커스텀 키보드 DIY를 위한 하우징을 출시할 계획에 있다고 하니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핸드메이드 제품이라고 해서 다 비싼 것은 아니다. 이제는 기분 따라 목적에 따라 내가 원하는 키보드로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커스텀 키보드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만약 더 좋은 제품이나 희귀한 제품으로 바꾸고 싶다면츹 언제든지 하우징만 구매하면 된다.



기획, 편집 /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사진 / 유민우 news@danawa.com



원문보기:
http://dpg.danawa.com/news/view?boardSeq=64&listSeq=3641374&page=1&site=1#csidx7d41084ade61443af956d533f9b8a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