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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는 빨간 맛? 어디까지 알고 마시니?

랏팅 2017. 12. 15. 05:11


잠시 기자의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친구가 종로 찻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서 놀러 간 적이 있는데 각종 홍차를 파는 ‘티포투’(現 반줄)라는 곳이었다. 홍차라는 걸 제대로 접한 건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자세한 설명이 쓰여있는 두꺼운 메뉴판도 있고, 샘플 찻잎을 진열해 직접 향을 맡고 고를 수도 있게 해놨다. 당시 무슨 차를 선택했는지, 맛이 어땠는지는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홍차에 이렇게나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는 게 꽤 신선한 충격이었고, 예쁜 잔과 주전자로 차를 계속 우려 마시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홍차의 입지는 그다지 다져지지 않았다. 홍차 하면 립톤 아이스티나 트와이닝 티백 정도를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공부해보니 홍차의 세계도 커피 못지않게 어마어마하더라. 그리고 우리나라 홍차 시장도 알음알음 커져서 최근엔 곳곳에서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길 수 있다. 그럼 이제 홍차의 세계로 들어가 볼 시간.

 

 

홍차는 빨간 맛일까


홍차는 말 그대로 하면 붉은 차다. 하지만 영어로 하면 ‘Black tea’, 즉 검은 차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찻잎의 색깔이 까매서 Black tea, 우려낸 물이 빨개서 홍차로 불린다. 동양에서는 홍차, 서양에서는 Black tea라는 것만 알아두자. 서양에서는 그냥 tea라고 해도 일반적으로 홍차를 떠올린다. 홍차를 즐기는 나라로는 영국이 가장 대표적이고 터키, 이란 등에서도 식사 후에 꼭 홍차를 마신다.

 


홍차의 찻잎은 까맣게 될 정도로 강하게 발효시켜 약간 떫은맛과 씁쓸한 맛이 난다. 다른 차에 비해서 산도가 높고 향기도 강한 게 특징이다. 커피보다 카페인 함량이 높아 피곤할 때 커피 대신 홍차로 카페인을 충전해도 된다. 그 밖에도 폴리페놀의 일종인 카테킨 성분이 들어있어 항산화 기능도 갖고 있다. 장 내 유해균을 죽이는 역할도 해서 변비나 설사에도 도움이 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기도 한다고. 이 정도면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무궁무진한 홍차의 세계

 

우리가 아는 홍차는 얼그레이, 아쌈 정도에 불과하지만, 홍차의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일단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원산지의 찻잎만 사용한 스트레이트 티, 여러 산지의 찻잎을 배합한 블렌디드 티, 향이나 과일 같은 것을 첨가한 플레이버리 티가 그것이다.

 

▶ 스트레이트 티(Straight tea) : 원산지의 찻잎만 사용한 홍차

▲ 스리랑카 우바 지역의 차밭


<출처 : Flickr>

 

스트레이트 티는 한 원산지의 찻잎만 사용하기 때문에 찻잎의 질이 중요하다. 그래서 세계 3대 홍차라 불리는 다즐링, 우바, 기문 등은 스트레이트 티로 마시는 게 좋다. 좋은 찻잎은 보통 인도, 스리랑카, 중국 등에서 난다.

 

① 다즐링 Darjeeling

홍차의 샴페인이라 불리는 다즐링은 인도의 다즐링 마을에서 생산되는 홍차다. 우려낸 차가 밝고 옅은 오렌지 빛깔을 내고 맛도 색처럼 가볍고 섬세하면서 은은하게 포도 향이 난다. 다른 홍차에 비해 발효를 약하게 해서 입문용으로 좋다.

 

② 우바 Uva

우바는 스리랑카의 고산지대에 위치해있다. 투명한 빨간색 차에서 달달한 장미향이 나는 게 특징이다. 스트레이트 티로 즐기기에도 훌륭하고 과일을 첨가한 아이스티나 밀크티로 마시기에도 좋다.

 

③ 기문 Keemun

중국 기문 지방의 홍차로 옛날에는 중국의 귀족들만 마실 수 있는 차였다. 차의 맛도 좋지만 향이 끝내준다고. 건조와 발효를 번갈아 가면서 생기는 스모키한 향과 사과 향, 난꽃 향 등이 오래도록 난다. 워낙에 향이 좋은 차라 플레이버리 티의 베이스로 많이 쓰인다.


 

▶ 블렌디드 티(Blended tea) : 여러 원산지의 찻잎을 배합한 홍차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애프터눈 티

 

블렌디드 티는 여러 원산지의 찻잎을 배합해 새로운 이름으로 불린다. 우리에게 익숙한 애프터눈 티,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도 블렌디드 티에 속한다.

 

① 애프터눈 티 Afternoon tea

영국의 오랜 차 문화 중 하나로 이름 그대로 오후에 마시는 차다. 하루 두 끼만 먹던 옛 영국에서는 출출해질 즈음인 3~5시 사이에 티타임을 가졌다. 배를 채우기 위한 티타임이라 스콘, 케이크, 샌드위치 등 주전부리를 곁들이는 게 일반적이다. 차는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실론산 찻잎을 베이스로 해서 가볍고 산뜻하게 블렌딩하는 편.

 

②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English breakfast

영국의 또 다른 차 문화다. 아침에 마시는 차로 우리로 따지자면 모닝 커피 같은 개념이다. 몽롱한 아침에 정신이 들게 하는 차로, 대부분 아쌈 홍차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맛이 진한 차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밀크티로 마시기에도 좋다.

 

③ 오렌지 페코 Orange peko

실론산 홍차만을 사용하여 블렌딩하던 오렌지 페코는 시간이 흐르면서 인도산 홍차도 함께 블렌딩하고 있다. 이름 때문에 오렌지 맛이나 향이 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진 않고 차의 색이 오렌지빛을 띄는 정도. 다른 홍차에 비해 맛이 순한 편이다.

실론 티 : 실론은 스리랑카의 옛 이름으로 스리랑카에서 나는 홍차이다.

아쌈 : 인도의 아쌈 지역에서 나는 홍차로 짙은 맛과 향으로 밀크티로 많이 쓰인다.

 

▶ 플레이버리 티(Flavory tea) : 천연향료나 과일 등을 첨가한 홍차

 ▲ 사과 향을 더하거나 진짜 사과를 말려 넣어 만든 애플 티


 

가향차라고도 불리는 플레이버리 티는 천연향료나 과일 등을 첨가한 홍차다. 과일 향이 나는 애플 티, 레몬 티 등은 당연히 플레이버리 티고, 얼그레이도 여기에 속한다.

 

① 얼그레이 Earl grey

영국에서 개발된 홍차로 향수에도 많이 쓰이는 베르가못 향이 더해진 차다. 19세기 영국의 수상이었던 그레이 수상이 즐겨 마셔 얼그레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아이스티나 밀크티로도 즐기기 좋다. 향이 워낙 좋아 베이킹에도 많이 쓰인다.

 

② 애플 티 Apple tea

홍차와 가장 어울리는 과일은 사과다. 홍차에 사과 향을 더한 것도 있지만 터키식 애플 티는 진짜 사과를 말려서 넣어 만든다. 터키에서는 설탕을 넣어서 달게 마신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홍차! 이 브랜드를 기억하자 

 

홍차만 다루는 브랜드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홍차 문화 자체가 영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영국 브랜드가 강세다. 아래와 같은 브랜드에서 홍차를 산다면 실패하진 않을 것. 앞서 소개했던 세계 3대 홍차 다즐링, 우바, 기문 같은 경우 브랜드만 잘 고르면 맛 차이가 크지 않으니 이 브랜드들을 기억하자.

 

① 300년 역사의 명품 홍차, 트와이닝 Twinings


<이미지 출처 : twinings>

 

맛도 좋고, 가격도 사악하지 않고, 구하기도 쉬운 트와이닝이다. 300년 전 영국 런던에 홍차 전문 카페를 따로 열어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이 영국 홍차 문화를 주도했다. 스트레이트 티의 질도 좋고, 다양한 블렌디드 티도 가지고 있다.

 

② 영국 왕실에서 마시는 홍차, 포트넘 앤 메이슨 Fortnum & Mason


<이미지 출처 : fortnum & mason>

 

포트넘 앤 메이슨도 트와이닝과 비슷한 시기부터 홍차를 판매해왔다. 영국 왕실에도 납품될 정도로 품질이 뛰어난 홍차를 제공한다. 최근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에 매장을 오픈해 접근성도 좋다.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품을 출시했다고 하니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③ 홍차 애호가들이 특히 선호하는 홍차, 아마드 Ahmad


<이미지 출처 : Ahmad>

 

아마드는 위의 두 브랜드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홍차의 맛으로 인정받고 있는 브랜드다. 찻잎을 영국까지 가져오는 과정에서 찻잎의 성분과 향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더했다고. 찻잎을 그대로 가져와 아마드 본사에서 가공해 현지와 비슷한 맛을 구현한다. 홍차 애호가들이 특히 선호하는 브랜드라고 하니 믿음이 간다.

 

 

잘 나가는 홍차! 딱 집어서 소개해줄게요 

 

브랜드마다 맛이 다른 건 오히려 블렌디드와 플레이버리 티다. 어떤 비율로 어떤 찻잎을 블렌딩하느냐, 어떤 향을 첨가했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니까. 각 브랜드에서 특히 잘 나가는 홍차도 있어 몇 가지 소개한다.

 

① Harrod’s : 해로즈 No. 14


<이미지 출처 : harrods>

 

런던의 해로즈 백화점에서 내놓은 홍차 브랜드다. 다양한 홍차 중 No. 14는 다즐링, 실론, 케냐 홍차를 블렌딩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로 가장 인기가 좋다.

 

② 포숑 Fauchon : 애플티

<이미지 출처 : faouchon> 

 

드디어 영국 태생이 아닌 홍차 브랜드다. 포숑은 프랑스 브랜드로 130년 전통을 자랑한다고. 프랑스 출신답게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홍차를 즐길 수 있다. 스리랑카산 홍차에 1% 정도의 사과 향을 첨가해 만든 애플 티가 인기다.

 

③ 카렐 차페크 Karel capek : 홀리밀크티


<이미지 출처 : Karel capek>

 

일본은 녹차의 나라 같지만 홍차 수요도 꽤 높다. 홍차 브랜드도 다양하게 있다. 그 중 기자가 고른 건 카렐 차페크. 홀리밀크티는 연말에 출시되는 크리스마스 시즌 티로 차가 담겨 있는 틴케이스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도 인기에 한몫한다. 아쌈을 베이스로 했고 설탕과 우유를 넣어 마시면 딱 좋다.

 

 

홍차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 티백은 2분만 우리기

 


우리가 홍차를 맛있게 먹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어떻게 먹는지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먼저 간단한 티백 우리는 법부터 알고 가자. 보통은 티백에 얼마만큼의 물에 몇 분 동안 우리라고 쓰여있지만 그대로 하면 쓰디쓴 홍차를 맛볼지 모른다. 우리나라 물은 유럽의 물보다 차가 더 잘 우러나는 성분이라 티백을 오래 담그고 있지 않아도 된다. 200ml 물에 2분 정도 우려내고 티백은 짜거나 흔들지 말고 그대로 들어 꺼내면 끝.

 

▶ 찻잎은 찻잎이 튀어 오를 정도로 물을 세게 부어 우리기


찻잎으로도 제대로 우려보자. 찻잎을 직접 우려 마실 땐 예쁜 찻잔과 티포트를 준비하는 게 먼저다. 티포트에 찻잎을 티스푼으로 한 스푼 넣는다. 그 위로 팔팔 끓여낸 물을 끼얹는다. 드립 커피처럼 천천히 물을 붓지 말고 찻잎이 튀어 오를 정도로 세게 부어야 잘 우러난다. 2~3분 정도 우려 색깔이 제대로 우러났으면 필터를 건져낸다. 이렇게 설명했지만 사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본인에게 맞는 농도를 찾으면 되겠다. 너무 쓰게 우러났을 땐 우유를 부어 밀크티로 즐기는 방법도 있다.

 

▶ 홍차를 마실 때는 달콤한 디저트를 곁들이기


홍차를 세계적인 차로 만든 데는 영국의 영향이 제일 크다. 그래서 같이 곁들이는 다과류도 영국 스타일이 많다. 대체로 스콘이나 조각 케이크와 함께 즐기는 편이다. 프랑스식으론 마들렌이나 사브레, 마카롱도 추천.


 

▶ 밀크티는 진한 홍차로 만들기


밀크티는 말 그대로 우유를 넣은 홍차다. 베이스가 될 홍차는 우유와 섞여 연해질 것을 감안해 진한 홍차로 고르는 게 좋다. 아쌈이나 실론티가 일반적이다. 홍차를 먼저 우린 다음 우유를 부어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 홍차와 우유의 비율이 중요한데 보통 우유보다 홍차가 더 많이 들어간다. 홍차와 우유의 비율이 1:1인 것은 로열 밀크티라고 말한다. 인도나 스리랑카식의 차이는 냄비에 찻잎과 우유를 넣고 바로 끓이는 방식이다. 인도식 차이는 여기에 시나몬, 정향 등의 향신료를 더하기도 한다.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날 때, 이제 홍차는 어떨지. 최근엔 서울 하늘 아래에서도 영국의 고급 홍차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는데 아직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부담스러운 3단 트레이에 배부를 만큼 디저트가 딸려오고,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차의 맛을 즐기기보단 영국 귀족 놀이를 즐기는 편에 가깝다고나 할까. 이런 것 다 내려놓고 차에만 집중해보자. 고심해서 고른 찻잎의 향기, 찬찬히 붉게 물드는 차, 씁쓸하지만 싫지 않은 맛. 제대로 쉼표 하나 찍고 갈 수 있는 순간이다.

 

기획, 편집 / 이은화 (hongdev@danawa.com)
글, 사진 / 염아영 (news@danawa.com)



원문보기:
http://news.danawa.com/view?boardSeq=64&listSeq=3507913&page=1#csidx55ec601c96b7e21ab633b134b428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