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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강국의 오명, ‘액티브X’ 탈피 신호탄 될까

랏팅 2015. 8. 3. 02:47

[윈도 10 레디] ③IT 강국의 오명, ‘액티브X’ 탈피 신호탄 될까

윈도 10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물론 업계, 사용자 입장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컴퓨터에서부터 모바일, 사물인터넷(IoT)에 이르는 ‘하나의 플랫폼’을 표방하는 윈도 10은 포스트 PC 시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윈도 10 정식 출시를 전후해 윈도 10이 관련 생태계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변화와 극복해야 할 한계, 앞으로의 향방을 조망한다. <편집자주>


엣지 브라우저는 IE의 장기독식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인터넷 시대를 여는 윈도 10의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로 손꼽힌다.(사진= MS)

 


[미디어잇 노동균] 예고된 혼란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10을 출시하자마자 국내 인터넷 업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MS가 윈도 10의 윤곽을 드러내며 프리뷰 버전을 선보인지 8개월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IE)와 액티브X로 대변되는 비표준이 지배하는 국내 인터넷 환경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가장 큰 문제는 윈도 10부터 기본 웹브라우저로 탑재된 ‘엣지’다. MS는 웹표준 기술을 적극 반영하면서도 빠르고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 사용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엣지 HTML 엔진을 개발해 새로운 브라우저에 적용했다. 물론 비표준인 액티브X는 사용 불가능하다. 대신 기존 IE보다 한층 가볍고 빠르게 동작한다. 엣지 브라우저는 최근 IE의 아성을 급격히 위협하고 있는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에 대한 MS의 반격의 카드이기도 하다.

단, 엣지 브라우저는 기존 IE에서 지원했던 브라우저 헬퍼 오브젝트(BHO) 비주얼 베이직 스크립트(VBScript) 언어 등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아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웹사이트를 구성하는 구형 코드 수정이 불가피하다. 은행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 전자금융거래가 발생하는 사이트에서는 비(非) 액티브X 방식의 보듈이나 웹표준 기반의 보안 기능을 개발해 새로이 적용해야 한다.


정부 전자민원 포털 ‘민원24’는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하지 않으면 아예 사이트 메인화면을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액티브X 의존도가 높은 국내 관공서 및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엣지에 대한 지원에 손을 놓은 상태다. 대신 윈도 10에서 엣지 브라우저와 함께 IE 11도 제공된다는 점을 적극 강조하고 나서는데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IE 11용 호환성 모듈은 이미 확보된 상태지만, 엣지 브라우저에서 사용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윈도 10 보급에 우려의 뜻을 표했다. 미래부는 아직 국내 웹사이트에서는 엣지 브라우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윈도 10에서 IE 11을 사용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해달라고 MS에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관공서와 은행 사이트 중 엣지 브라우저로 사용 가능한 곳은 없다. 그나마 은행들은 IE 호환성 작업을 신속하게 끝낸 탓에 윈도 10에서도 IE 11로 대부분 사용이 가능하다. 윈도 10에서 관공서 사이트 접속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될 전망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은행 사이트는 윈도 10과 엣지 브라우저로 접속 시 IE 11로 접속할 것을 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의 등장에 기존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이는 해당 서비스 제공자의 경쟁력이 그만큼 뒤떨어짐을 의미하며, 자연스럽게 도태되기 마련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무엇보다 만약 이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이 또한 서비스 업데이트 및 기능 개선을 소홀히 한 서비스 제공자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정부가 앞장서서 호환성 문제의 책임의 일부를 MS에, 나머지는 사용자의 선택에 돌렸다. 덕분에 정작 기존의 서비스 제공자들과 보안 업체들은 매번 땜질 수준으로 버틸 수 있었고, 이제는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IT 업계에서 쉬지 않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페이팔, 알리페이와 같은 서비스의 등장이 요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잘잘못을 따지고 들면 MS도 억울한 입장이다. 액티브X 때문에 IE까지 비표준의 대명사 취급을 받았지만, 실상 MS는 IE 7부터 웹표준을 준수하고자 하는 시도를 쉬지 않았다. 덕분에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 출시된 윈도 XP와 기본 웹브라우저로 탑재된 IE 6가 10년 넘게 활발하게 사용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IE 6는 사실상 액티브X를 적극 지원했던 마지막 IE였기 때문이다.



윈도 10이 윈도의 마지막 버전이듯, IE 11도 IE의 마지막 버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MS도 최근까지 갈피를 잡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윈도 10 정식 출시를 앞두고 엣지 브라우저의 장점을 알리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한국MS는 호환성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마련한 IE 11의 존재를 적극 부각해야 했다. 윈도 10의 기본 브라우저를 엣지가 아닌 IE 11로 변경할 수 있는 방법을 홍보하는 보도자료는 그야말로 넌센스였다. 물론 새로운 플랫폼에서 하위호환성은 기존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지만, 그 자체가 혁신이 될 수는 없다. MS도 ‘윈도의 마지막 버전’으로 불리는 윈도 10의 자랑거리로 IE 11을 내세우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편, 이번 윈도 10 및 엣지 브라우저가 단기적으로는 사용자들의 불편을 야기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인터넷 환경에서 액티브X와 같은 비표준을 걷어내고, 서비스도 웹표준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없지 않다. 윈도 10에 대한 초기 사용자 반응이 비교적 긍정적이라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한국이 인터넷 속도만 빠른 나라가 아니라 진정한 IT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한 번은 겪어야 할 성장통이 다가오고 있다.

노동균 기자 yesno@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