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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개발자로 산다는 것…5명 중 1명 "미래 계획 없다"

랏팅 2015. 5. 10. 04:08

한국에서 개발자로 산다는 것…5명 중 1명 "미래 계획 없다"

[미디어잇 박상훈] 우리나라 개발자의 직업 만족도는 5점 만점에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에 따라 임금 차이가 최대 2배까지 벌어졌고, 특히 IT 서비스 분야는 임금이 비교적 높지만 만족도는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자 5명 중 1명은 미래에 대해 "모르겠다"고 답했는데, 열악한 처우와 SW에 대한 낮은 인식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7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개발자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온라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먼저 개발자의 나이별 분포의 경우 남성은 30~34세가 31.5%로 가장 많았다. 남성은 25세 미만 개발자도 있어 여성보다 비교적 일찍 SW에 노출되는 인구가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여성은 25~29세가 가장 많았다. 응답자들은 개발자의 정년으로 45세를 꼽았다.


개발자 경력에 따른 수입과 만족도 (그래프=SW정책연구소)

나이별 수입과 직업 만족도를 보면, 21~25세에 2800만 원에서 시작해 40~45세에 6635만 원으로 성장했다. 매년 191만 원 임금이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기대한 수입과 비교하면 70~80% 수준에 그쳤고 만족도 역시 5점 기준 2.45로 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만족도는 21~25세 2.0에서 35~39세 2.79로 점진적으로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다가 40~45세에 2.45로 다시 하락했다.

이번엔 경력에 따라 수입과 만족도를 조사했다. 1~3년 2596만 원에서 18~21년 7929만 원으로 경력이 1년 증가할 때마다 수입이 296만 원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9년 사이 임금 인상 폭이 가장 컸는데 3~6년 3211만 원, 6~9년 4919만 원이었다. 일반 직장의 대리, 과장급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만족도는 15~18년이 3.19로 가장 높았고 이어 18~21년, 6~9년 순이었다. 

한편 기업 규모에 따라 수입, 만족도를 분석해 보니 규모가 커질수록 수입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10명 3255만 원, 1000명 이상 6178만 원으로 임금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프리랜서인 독립개발자의 수입 평균은 4707만 원으로 조사됐다. 흥미로운 것은 만족도 조사 결과다. 프리랜서가 1.69로 가장 낮았고 임금이 가장 높은 1000명 이상 기업(2.80)보다 300~1000명 규모 기업의 만족도(3.07)가 더 높게 나타났다. 


개발자 업종별 수입과 만족도 (그래프=SW정책연구소)

개발자가 종사하는 업종별 수입과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수입 측면에서는 모바일/인터넷 서비스, 만족도 측면에서인 게임 개발이 가장 높았다. 모바일/인터넷 서비스가 4951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임베디드(융합) SW 개발(4863만 원), IT서비스(4404만 원) 순이었다. 그러나 만족도 측면에서는 게임개발이 2.99로 임금이 가장 높은 모바일/인터넷 서비스(2.72)보다 높았다. IT서비스는 2.04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종합해 보면 개발자들은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고 40대 중반 정도를 일할 수 있는 한계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경우 임금이 높지만 만족도까지 월등한 것은 아니었고, 게임 개발 같은 분야에서 개인적인 성취감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알려졌던 IT서비스는 게임개발보다 임금이 높았지만 만족도는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개발자의 미래에 대한 설문에 대해 프리랜서라고 답한 응답이 31.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관리자로 직군 변경(15.4%), SW 벤처기업 창업(14.2%), 급여와 직급을 낮춰서라도 개발 직종 유지(12.4%)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4명 정도가 지속해서 개발하기를 원하고 있고 창업에 대한 욕구도 높다는 분석이다. 반면 19.5%는 모르겠다고 답해 상당수 개발자가 미래가 불투명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개발자 퇴직 후 계획 (그래프=SW정책연구소)

이 같은 결과는 열악한 처우와 SW에 대한 낮은 인식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주관식 응답을 보면 가장 많은 응답자가 '낮은 개발자 처우'를 지적했다. 한 개발자는 "국가 규정이 제대로 없고 하청에 하청을 주면서 업체만 늘고 있다"며 "결국 돈은 회사가 벌고 개발자는 일한 만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개발자는 "지식 노동을 우습게 아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맞추기 쉽지 않다"며 "사람은 기계가 아니므로 효율적으로 일하려면 휴식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으로만 진행됐고 총 응답자가 184명이어서 국내 개발자 현황 전반에 대한 정확한 통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개발자들이 가진 문제 의식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은 조사결과를 통해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양병석 SW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더 자세한 해석은 모수의 부족으로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자료는 신뢰할만한 다른 통계를 추가로 확보하고 SW 정책을 연구하는데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