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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형 노트북 공습, 제 2의 ‘넷북’ 시대 열까

랏팅 2014. 12. 24. 03:19

저가형 노트북 공습, 제 2의 ‘넷북’ 시대 열까

[미디어잇 노동균] 2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휴대성까지 갖춘 저가형 노트북의 공세가 거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넷북’의 바통을 이어받아 PC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2000년대 말 등장했던 넷북은 작고 가벼울수록 가격이 비쌌던 노트북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작고 가벼운 폼팩터를 내세워 주로 여성과 학생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무거운 윈도 운영체제를 운용하기에는 아쉬운 성능으로 넷북은 2010년 판매량 면에서 정점을 찍은 후 급속한 하락세를 맞았다.


합리적인 가격과 휴대성을 내세운 넷북은 짧은 시간 큰 인기를 얻었지만, 2% 부족한 성능으로 빠르게 하락세를 맞은 제품이기도 하다.(사진= Dell)

 

넷북 이후 노트북 시장은 울트라북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저가형 노트북 시장은 대만 및 중국 제조사들의 완제품을 수입, 유통하는 방식의 제품들이 차지했다. PC 시장 침체 여파로 부품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직접 제조하는 방식으로는 경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품들은 가격을 극단적으로 낮추기 위해 운영체제를 미탑재한 ‘프리도스’ 노트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저가형 노트북에 탑재되는 정품 윈도의 가격을 OEM 제조사들에게 파격적으로 할인하는 정책을 취하면서 운영체제를 탑재하고도 20만원대의 경쟁력 있는 가격을 갖춘 노트북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노트북에 장착되는 주요 부품들의 설계가 몇 년 새 발전해 과거 넷북보다 성능은 뛰어나면서도 더 작고 슬림한 디자인까지 완성했다.

실상 이러한 저가형 노트북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국내에서는 거의 활성화되지 않은 크롬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윈도 의존도가 낮은 해외에서는 크롬북의 인기가 상당하다.

인터넷을 통해 자원을 끌어쓰는 크롬 OS 기반으로 구글의 클라우드 서버에 파일을 저장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용도가 한정적이라는 단점도 있지만, 가볍고 앱 구동 속도가 빨라 주로 교육 시장 등에서 넷북의 거품이 빠진 저가형 노트북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렇듯 크롬북의 급성장에 위협을 느낀 MS가 윈도 8.1의 라이선스를 헐값에 제공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저가형 윈도 노트북이 새 국면을 맞은 셈이다. 해외에서 199달러에 출시돼 눈길을 끌었던 HP의 ‘스트림 11’이 대표적인 예다. 이 제품은 최근 국내에도 출시됐는데, 현재 20만원 중반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도 출시된 HP 스트림 시리즈. 199달러의 출시가로 주목받았던 11.6인치 제품의 경우 국내에는 20만원 중반대로 출시됐다.(사진= HP)

 

HP 스트림 11의 면면을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넷북을 떠올릴 만하다. 11.6형 디스플레이에 1.28Kg의 무게로 휴대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사양은 아톰보다 상향된 인텔의 셀러론 프로세서와 32GB SSD를 탑재해 부족한 성능을 보완했다.

저장장치인 SSD 용량이 낮은 점이 흠이지만, 과거 넷북의 주 용도가 인터넷 강의 시청이나 웹서핑 등이었음을 고려하면 인터넷 연결이 필수적인 크롬북과 비교해도 큰 손색이 없다. MS가 1년간 무료로 제공하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원드라이브 1TB 용량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HP 외에도 레노버와 에이서 등도 11인치 크기에 20만원대 가격의 저가형 윈도 노트북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정품 윈도를 탑재하고도 기존 프리도스 제품과 비교해도 가격과 사양에서 크게 뒤지지 않기 때문에 초심자들에게 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도 큰 메리트다.

다만,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면서도 눈높이가 높은 국내 시장 특성상 저가형 노트북이 기존 울트라북 시장을 위협할 수준으로까지 성장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올 한 해 노트북 판매량을 보면, 인텔 4세대 코어 i5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의 판매량이 전체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올 한 해 프로세서별 노트북 판매량 점유율(자료= 다나와)

 

뒤이어 인텔 i7 프로세서 탑재 노트북이 22%, 인텔 i3 프로세서 탑재 노트북이 14%를 차지했고, 저가형 노트북에 주로 탑재되는 인텔 셀러론 프로세서 탑재 제품의 판매 비중은 전체의 10%에 그쳤다.

윈도 8 시리즈의 부진도 걸림돌이다. 다나와의 노트북 판매량을 운영체제별로 살펴보면 여전히 운영체제 미탑재 제품이 67%로 전체의 2/3를 차지한 반면, 윈도 8 및 8.1 탑재 제품의 비중은 26%에 머물렀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올 한 해 운영체제별 노트북 판매량 점유율(자료= 다나와)

 

결국 20만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진 저가형 노트북이 제 2의 넷북으로서 틈새시장을 형성할 여지는 충분하지만, 기존 시장을 뒤흔들 만한 돌풍을 일으키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나아가 내년에 출시될 예정인 윈도 10이 PC 시장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하면, 현재의 윈도 8.1 기반 저가형 노트북은 과도기적인 제품에 머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노동균 기자 yesno@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