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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야기한 주민번호 수집 금지…"어쩌란 말이오"

랏팅 2014. 8. 8. 06:09

혼란 야기한 주민번호 수집 금지…"어쩌란 말이오"

 

[미디어잇 유진상, 최재필] 7일부터 시행된 주민등록번호 무단 수집금지(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모든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가 법령상 근거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게 되면서 일대 혼란이 일고 있다.

 

대형마트, 통신사를 비롯해 인터넷 쇼핑몰을 포함한 온라인 영세사업자 등 사회 곳곳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주민번호 사용 금지 범위가 모호한데다 일부 업종에서는 주민번호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번호는 지난 46년동안 개인간 거래, 구직, 회원가입 등 모든 일상생활에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새로운 법이 시행되면서 금융거래나 통신서비스 가입 등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집이 원천 봉쇄된 것이다.

 

마트, 백화점의 멤버십 회원가입과 건물 출입에 출입증 발급을 위한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없다. 신입사원 채용과 콜센터 상담 시 본인 확인에도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된다. 또 요금 자동이체나 렌터카 이용자의 교통법규 위반 등에 대한 범칙금 통고, 미납요금 채권 추심 시에도 주민번호를 사용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적법하게 수집한 주민번호라 하더라도 불법 유출 시에는 최대 5억원의 과징금까지 물어야 한다.

 

중소·영세업체 ‘대책없다’

 

당장 혼선을 빚고 있는 곳이 영세 사업장과 중소업체들이다. 학원, PC방, 식당 등 주민번호 수집 금지 조항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무심코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주민번호를 대체할 ‘마이핀 시스템’ 구축과 보급이 이뤄지지 않아 이를 도입하기 위해 혼란이 예상된다.

 

특히 PC방의 경우 10시 이후에는 미성년자 출입에 제한이 따르는데, 연령 확인과 회원관리 등의 목적으로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경우가 잦다. 프랜차이즈 PC방들은 본사에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 큰 혼란 없이 대처해 나가고 있지만, 영세한 개인 점주들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결혼을 비롯한 각종 기념일 행사 등을 예약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혼선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결혼과 돌잔치 업체들은 예약을 위해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 역시 대체할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택시·택배 등 중범죄자 구별 어려워

 

일각에서는 구인구직 시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되기에 택시 등 운수업을 비롯해 택배, 퀵서비스 등의 서비스업종에 범죄자 조회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택시의 경우, 범죄경력 조회를 통해 범죄경력이 있는 자가 택시운전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또 취득 이후에 저지르는 범죄 경력에 대해서는 법, 제도적으로는 범죄경력을 확인하도록 되어 있는 등 범죄에 노출되지 않게끔 조치가 취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는 실제 범죄에 노출되는 등 관련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택배 역시 일부이긴 하지만 택배기사로 위장 취업해 물건을 훔치거나 성범죄 등을 일으키는 사례가 적지 않아 주민등록 수집 금지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택시운수종사자는 자격 관리를 하기 때문에 이번 개인정보수집 금지와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만약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개선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계는 편법동원, 병의료계는 유예적용

 

금융권에서는 주민번호 수집과 활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금융관련법 개정안이 대거 통과되면서 편법을 동원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는 지난 6일 주민번호 수집과 활용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자본시장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전자금융거래법, 보험업법 등 20여종에 달하는 금융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때문에 채권추심, 신용정보 활용 등 개인정보 유출과 직결돼 있는 민감한 금융업무에 사실상 예외규정을 허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에서는 주민번호 수집의 범위가 불분명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콜센터 상담과 대출모집인 등록, 자동차 보험 비교견적, 사고출동, 구상권 행사 등 수 많은 업무에 주민번호가 사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범위가 모호해 자칫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병의료계에서는 급한 불은 끈 상태다. 대책마련이 시원찮은 병의원들이 많아 보건복지부가 나서 예약시스템 개편이 완료되지 못한 의료기관에 대해 일시적으로 유예토록 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2월 6일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계도기간을 두고 시스템 개편상황, 오류상황 발생 여부 및 개선사항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마이핀' 적용 시스템 구축 어렵다

 

통신업계도 곤혹스러하고 있다. 이동3사는 업무 성격상 주민번호 처리가 필요한데, 법적으로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는 있지만 용도에 제한이 있어 불편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장기 연체자 채권 추심 등에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이로 인해 미납요금 회수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민번호 대체 수단인 마이핀을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어려워 주민번호 대체 수단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마이핀에 대한 규격이나 적용 가이드가 없어 당장 시스템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마이핀을 전 국민이 모두 가지고 있을 때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될텐데,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it.co.kr / 최재필 기자 jpchoi@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