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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에 근접한 영상, 소니 최상위 3DTV 'HX920'

랏팅 2011. 7. 23. 07:23

표준에 근접한 영상, 소니 최상위 3DTV 'HX920'


2011년 소니의 3DTV 라인업

KDL-HX920은 소니의 새로운 플래그십 3D TV 모델이다. 소니의 2011년 TV 라인업 중 스펙이 가장 뛰어나고 가격도 제일 높다. 2010년 플래그십 모델이었던 HX900을 후속 버전으로 패널이 더 빠른 것으로 바뀌었고 엔진도 개량 되었다. 소니 코리아의 경우 작년에는 플래그십 모델인 HX900을 수입하지 않았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본 까닭인지는 모르겠다. 올해에도 또 그럴 것인지 의문스러웠는데 다행히 올해에는 HX920을 수입했다. 참 다행스런 일이다.

소니의 2011년형 3DTV 모델은 모두 5종이다. 최상위 모델이 HX920이고 그 뒤로 HX820, HX720, NX720, EX720 등이 있다. 이 중 HX920, NX720, EX720 세 종이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 한편 KDL-HX920은 미국에서는 XBR-HX929라는 형번으로 출시 된다.

▲ 2011년 소니 3DTV 라인업

HX 시리즈는 240Hz 패널, NX/EX 시리즈는 120Hz 패널을 쓰고 있다. NX/EX 시리즈가 간혹 240Hz로 잘못 소개되기도 하는데 120Hz에 백라이트 스캐닝이 적용시킨 MotionFlow XR 240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이다. 원래 LG 전자는 자사(自社) 제품에 백라이트 스캐닝이 적용되면 무조건 패널 프레임 레이트를 두 배로 올려 표기한다. 따라서 240Hz로 표기된 LG 모델의 실제 패널 프레임 레이트는 120Hz이고, 480Hz로 표기된 제품은 240Hz가 맞다.

소니의 NX/EX 시리즈가 일부에서 240Hz로 표기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소니의 일본 쪽 자료에는 NX/EX가 ‘배속(倍速) 패널’(120Hz)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표기되었다(늘 말하지만 백라이트 스캐닝은 패널의 오리지널 프레임 레이트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전 모델 모두 소니의 화질 보정 회로인 X-Reality 회로를 장착했는데 HX 시리즈는 SBM과 패턴 데이터베이스 기능이 추가된 Pro 버전을 장착했다. 한편 HX 시리즈 중에는 HX920만 유일하게 직하형 LED 모듈에 로컬 디밍을 구현한 제품이다. 또 유일하게 4분할 백라이트 스캐닝 기술을 사용한다. 디밍이나 프레임 보간 기법의 차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설명할 기회를 갖기로 하자.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 TV 기능을 없다. 그러나 기본적인 DNLA 기능, 인터넷 비디오 기능은 있다. 무선 Wi-Fi 도 내장하고 있다.

일단 스펙만 놓고 보면 HX920은 소니 라인업은 물론이고 경쟁사인 삼성, LG의 제품들과 비교해도 가장 뛰어나다. 대신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55인치 모델을 기준으로 할 때 HX920은 490만원(6월 말, 다나와 표시가 기준)으로, 삼성의 UN-D8000(340만원), LG의 LW6500(290만원)에 비해 훨씬 비싸다. 그러니까 이 모델은 가격보다는 화질과 성능으로 어필하는 컨셉의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HX920의 디자인

HX920은 소니 고유의 모노리틱(Monolithic) 디자인을 채택했다. 스크린과 베젤이 분리되지 않고 일체형으로 설계되어 깔끔한 느낌을 준다. 직하형이기 때문에 LED 모듈이 뒤쪽에 배치되어 있어 엣지형보다 1cm 가량 더 두껍다. 그래도 별로 두껍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 HX920 전면 사

스탠드가 좀 특이하다. 얼핏 보면 모노리틱 디자인에서 흔히 보는 메탈 소재의 바(Bar) 형태 스탠드로 보인다. 그러나 이 스탠드(SU-B551S)에는 2.1채널 스피커가 내장되었다. 앞쪽 메탈 바 안에는 풀 레인지 프런트 스피커가 들어 있고, 뒤쪽에는 서브우퍼가 붙어 있다. 출력은 프런트가 10W+10W, 서브우퍼가 20W다. 디자인 때문에 사운드를 포기하는 LCD TV의 트렌드를 소니 또한 따라가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식의 ‘사운드 스탠드’를 이용하면 굳이 사운드를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도 HX920은 LCD TV 중에서는 가장 건실하고 두께감 있는 사운드를 들려 준다. 단, 벽에 바짝 붙일 경우 서브우퍼에서 나오는 저음역이 웅웅거릴 가능성이 있다.

▲ HX920의 사운드 바 스탠드

위의 바 형태 스탠드를 사용하면 TV 본체를 6도 가량 뒤로 눕힐 수 있다. 의자에 앉아서 플로어에 있는 TV를 내려다 볼 때에는 이 각도도 무난하다. 그러나 TV의 설치 위치는 환경마다 다 다르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눈 아래 쪽에 두는 경우가 흔치 않다. 일단 수직으로 세운 뒤에 조정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TV 앞 쪽 하단에 센서가 달려 있다. 메뉴에서 인텔리전스 센서 기능을 작동시키면 센서가 시청자의 위치를 파악해서 여러 가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1) 특정 범위 내에 얼굴이 감지 되지 않으면 시청자가 자리를 떴거나 잠이 들어 누웠다고 판단하고 알아서 화면을 끈다(소리는 안 꺼진다). (2) 또 어린이 시력 보호를 위해 1m 이내에 근접해도 경고음과 함께 화면을 꺼버린다. (3) 마지막으로 시청자의 위치를 센서가 파악해 화면과 스피커의 밸런스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위치 제어’ 기능도 제공한다.

전용 3D 안경은 TDG-BR250 모델로 예전에 제공되던 BR100B 모델보다 디자인도 더 세련되었고 사용하기도 더 편하다. 또 충전식이라서 무게도 훨씬 가볍다.

LED 백라이트 모듈 방식

HX920은 직하형(Direct) LED 방식으로 ‘Full Local Dimming’이 구현되는 제품이다.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LCD TV들이 엣지형 LED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모듈 수를 줄일 수 있어 원가도 낮아지고 TV의 두께를 줄여 외관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 할 것도 없이 화질은 직하형이 더 좋다. LED 백라이트 모듈의 숫자가 많아 밝기를 높일 수 있고, 동적 해상도도 더 좋아지며, 무엇보다 로컬 디밍을 사용할 수 있어 LCD TV의 약점 중 하나인 블랙의 심도를 깊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원가가 높아지고 모듈과 패널 사이에 빛 확산을 위한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Edge형보다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직하형은 ‘Full Local Dimming’이 가능하다. LCD TV는 스스로 빛을 발광하는 PDP나 CRT TV와 달리 광원(백라이트)으로부터 빛을 공급받아 영상을 표시한다. 각각 밝기(계조)가 다를 수밖에 없는 화소들이 공통된 백라이트에서 빛을 일괄적으로 받게 되면, 어두워야 할 화소가 이웃한 밝은 화소에게 영향을 받아 들떠 보이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백라이트가 화면 전체를 하나의 블록으로 간주해 일괄적으로 통제하는 방식(글로벌 디밍)이 아닌, 화면을 잘게 여러 블록으로 나누어 각각 그 블록의 밝기에 맞게 나눠서 통제를 하는 방식(로컬 디밍)을 쓰면 그만큼 블랙이 깊고 명암비가 높은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원래 로컬 디밍은 직하형에만 적용되는 용어였다. 그런데 요즘은 엣지형 제품에서도 로컬 디밍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직하형처럼 화면을 100여개 이상으로 잘게 나누지는 못하지만, 다만 몇 개라도 제한적인 수의 존(Zone)으로 나누어 엣지형 LED에 장착된 모듈을 껐다 켰다 하는 방식이다. 이를 ‘Limited Zone Dimming’이라고 부르고 이와 구별하기 위해 기존의 직하형의 로컬 디밍을 ‘Full Local Dimm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그런데 사실 어폐는 있다. 진정한 의미의 ‘Full Local Dimming’은 PDP가 되어야 한다. 직하형도 블록의 수는 실제 픽셀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 이전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주요 조작 버튼을 뒷면에 마련했다.

제조사들은 마케팅 목적으로 ‘Limited Zone Dimming’도 ‘Local Dimming’인 것처럼 부풀려 광고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혼동하기 쉽다. 용어도 소니는 ‘Dynamic Edge Dimming’, 삼성은 ‘Spotlighting Dimming’, LG는 그냥 거두절미하고 ‘Local Dimming’ 등 각기 다 다르다.

용어가 어찌 되었든 소비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최종 결론은 ‘Limited Zone Dimming’ 방식은 ‘Full Local Dimming’ 방식과는 효과가 천지차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사실상 글로벌 디밍에 더 가깝다. 따라서 흔히 말하는 고화질을 상징하는 ‘로컬 디밍’이라는 용어는 소니의 HX920, LG의 LX9500 처럼 직하형의 ‘Full Local Dimming’ 제품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소니에서는 ‘Full Local Dimming’ 방식을 ‘Intelligent Peak LED’라고 부른다. 엣지형 ‘Local Dimming’인 ‘Dyanamic LED’와 구별하기 위해서다).

HX920의 ‘Local Block’이 몇 개나 되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2010년 모델인 HX900도 직하형 로컬 디밍이었는데 52인치 모델의 블록수가 96개(12x8)였고, 블록당 9개씩 총 864개의 LED 모듈이 들어 있었다. 리뷰 제품은 55인치이기 때문에 아마도 100개 이상의 블록에 1000개 이상의 모듈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추정이다. LG의 경우는 직하형의 모듈 수나 로컬 디밍 블록수가 소니보다 월등히 많다. 같은 55인치라도 블록수와 모듈수가 2~3배가 더 많다.

한편 HX920은 3D 영상 모드에서도 로컬 디밍이 된다. 매우 큰 강점이다. LG의 직하형 3D TV인 LX9500의 경우(SG 방식) 2D에서만 로컬 디밍이 작동하고, 3D 모드에서는 글로벌 디밍으로 전환되었다. 따라서 3D 영상의 블랙이 들뜰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니 HX920은 2D와 3D 모드 모두에서 로컬 디밍이 가능하다.

소니의 MotionFlow XR 기술(3D TV의 프레임 처리 기술)

‘MotionFlow’는 소니의 프레임 보간 기술을 일컫는 명칭이다. 3D TV에서는 프레임 보간 기술이 상당히 중요하다. HX920에 적용된 MotionFlow 기술은 XR960이다. XR960은 HX920에만 적용되었고, 다른 3D TV 모델들은 XR480 또는 XR240 등이 사용된다.

MotionFlow XR 기술은 (1) 패널의 오리지널 프레임 레이트, (2) 블랙 필드 어드레싱의 적용 유무 등, (3) 백라이트 스캐닝 기술의 적용 유무와 분할 개수 등의 세 가지 요인에 따라 그 등급이 결정된다. XR960, XR480, XR240 등의 명칭은 소니 고유의 것이지만, 경쟁사들의 3D 영상 프레임 처리 방법도 알고 보면 비슷하다.

SG(셔터 글라스) 방식 3D TV는 크로스 토크(X-Talk)를 줄이는 것이 가장 큰 선결과제다. 크로스 토크는 잔상(殘像)에 의해 발생되므로, 잔상을 줄이는 여러 가지 기법이 동원된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것은 반응속도가 개선된 패널을 개발하는 것이다. 반응속도가 빠른 OLED나 PDP 등에서 크로스 토크가 문제되지 않는 것도 그 이유이다.

▲ 벽에 직접 부착할 수 있도록 주요 단자들을 수직 배치했다.

두 번째는 블랙 필드 어드레싱(Black Field Addressing)을 하는 것이다. 240Hz 프레임 레이트를 가지고 있는 패널에서 1/240초 간격으로 정상 프레임과 블랙 필드를 교대로 내보내면 잔상이 대폭으로 줄어든다. 대신 밝기가 떨어진다.

또 반드시 240Hz 이상의 패널에서만 가능하다는 제한점이 있다. SG 방식은 좌/우안 프레임이 각각 Full HD 영상이어서, 각각 한 개씩의 프레임을 차지한다. 블랙 어드레싱에 전체 프레임의 1/2울 헐당하고, 남는 1/2을 가지고 다시 좌/우안으로 나누게 되면, 결국 한쪽 눈에 해당되는 프레임은 전체 패널 프레임 레이트의 1/4이 된다.

일반적인 비디오 영상 프레임 규격이 60Hz이므로 x4를 하면 최소 240Hz의 패널 프레임 레이트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반해 편광은 블랙 필드 어드레싱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120Hz만 있어도 3D TV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편 백라이트 스캐닝은 2D 영상에서도 자주 쓰이는 기법으로, 특히 LG전자에서 주도적으로 사용해 왔다. 블랙 필드 어드레싱보다 잔상 제거 효과는 적지만 대신 화면 밝기에 끼치는 영향도 적어 주로 2D 영상에서 많이 사용했었다. 그러나 3D 영상에서도 블랙 필드 어드레싱 기법과 병합해서 사용하면 크로스 토크 제거 효과가 더 확실하기 때문에 LG뿐 아니라 소니, 삼성 등에서도 SG 방식 제품에서 이 기술을 계속 사용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블랙 필드 어드레싱을 전혀 쓰지 않고 백라이트 스캐닝만 사용하는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니 NX720, EX720, 삼성 D6400 같은 120Hz 패널 제품은 엉겁결에 탄생한 느낌이 있다. 패널이 120Hz이기 때문에 블랙 필드 어드레싱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부득이 백라이트 스캐닝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120Hz 패널을 쓰게 된 것은 물론 가격 때문이다. LG가 120Hz 패널이 주종인 편광 제품을 내놓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바람에 삼성, 소니 쪽에서 맞대응 하려고 울며 겨자 먹기로 만든 감이 있다. 그러나 HX920 같은 240Hz 패널 제품은 경우가 다르다. 패널의 반응속도가 예전보다 빨라졌기 때문에 보다 정교한 백라이트 스캐닝만으로도 충분히 크로스 토크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 하에서 휘도를 확보하기 짐짓 그렇게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HX920의 MotionFlow XR960은 이런 이치다. 240Hz이므로 초당 240개의 영상 프레임이 보인다. 즉, 한 프레임이 보이는 시간은 1/240초 동안이다. 이때 뒤쪽의 백라이트가 좌측 표처럼 스캐닝을 한다. 한 번은 상단 3/4의 백라이트 모듈을 끄고, 다음 번은 중간 1/2의 백라이트를 끄고… 하는 식으로 각기 다른 형태의 4분할 백라이트 스캐닝을 한다.

이 모든 작업이 1/240초 사이에 이뤄지니까 한 가지 형태의 백라이트 스캐닝이 진행되는 시간은 1/960초에 불과하다. 1초에 보이는 240개의 영상 프레임마다 매번 이런 식의 4분할 스캐닝이 진행되므로 백라이트 스캐닝의 횟수로만 따지면 1초에 960번이 진행되는 셈이다. 그래서 XR960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이를 960 프레임 레이트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백라이트 스캐닝은 패널에 디스플레이 되는 영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고, 광원인 백라이트의 작동이 달라지는 것 뿐이다.

HX920에 사용된 XR960은 4분할 백라이트 스캐닝 기술이다. 일전에 리뷰한 LG의 72인치 SG 방식 3D TV 모델인 LEX9의 경우는 무려 10분할 백라이트 스캐닝이 가능했다. 백라이트 스캐닝 기술은 LG가 가장 앞서 있다. 최근에는 삼성의 3D TV들도 백라이트 스캐닝을 하고 있다. 소니로 따지면 HX820, HX720 모델에서 사용된 XR480 기술과 흡사하다.

일단 1/240초 간격으로 블랙 필드 어드레싱을 한다. 따라서 초당 240 프레임 중 120 프레임이 블랙 필드로 할당된다. 나머지 120 프레임이 영상 프레임인데, 매 한 프레임 당 2분할의 백라이트 스캐닝이 행해진다. 2분할이기 때문에 240x2=480의 수식이 적용되어 “XR480”이라고 명명 되었다(블랙 필드도 2분할 된 것으로 계산한 셈이다). 이 기술은 현재 삼성의 240Hz 3D TV 모델에 적용되는 기술과 비슷하다.

그러나 XR960은 그렇지 않다. 크로스 토크를 크게 줄이고 3D 영상의 휘도를 높인 HX920의 기술적 성과는 기본적으로 MotionFlow XR960 기술에서 기인했다고 말할 수 있다.

X-Reality Pro

X-Reality는 소니 고유의 화질 보정 회로인데, HX 시리즈는 더 진화된 X-Reality Pro 회로를 내장하고 있다. X-Reality는 사실 소니가 1997년 Wega 시리즈를 처음 발표할 때 내놓은 DRC 기술의 확장판에 다름 아니다. 소니는 이 기술에 정성을 많이 들였고 원가도 적잖이 썼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다. 간단히 말하면 이 또한 그 흔한 ‘윤곽강조’ 기능의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단지 일상적인 ‘윤곽 강조’ 기능보다 조금 더 복잡하고 교묘한 기법을 사용해 눈에 약간 덜 거슬릴 뿐이다.

X-Reality Pro 회로는 X-Reality에 XCA7 회로를 하나 더 장착한 것으로 (1) 패턴 데이터베이스 기능과 (2) SBM 기능이 추가된 것이 다르다. 나머지 NR(Noise Reduction) 기능은 동일하다. 패턴 데이터베이스 기능은 사전에 저장된 동화상(動畵像)의 무빙 패턴 분석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움직이는 동영상의 윤곽을 보정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윤곽 보정 기술에 비해 섬세하고 거부감이 적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권장할 만한 기능은 아니다. 패턴이 아무리 정교하고 많더라도 윤곽 보정 기능은 오리지널 영상에 왜곡된 데이터를 추가할 뿐이다. 얼핏 보면 더 정세하고 그림이 또렷해진 느낌이 든다. 특히 카메라가 패닝 할 때 동적 해상도가 증가하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기 쉽다. 해상도가 높은 것과 윤곽선이 보정된 것의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는 사용자에게는 ‘신기한 마법의 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된다면 사용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고대역의 세세한 화소정보가 많은 영상이 나오면 화면이 거칠고 지저분해진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어떤 방법을 쓰든 윤곽보정은 노이즈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HX920 뒷면

X-Reality를 동작시킨 상태로 TV를 보면 영상 고유의 자연스러움이나 순수한 맛이 없는, 작위적이고 까끌까끌한 느낌의 영상에 익숙해지게 된다. 정상적인 그림이 오히려 밍숭맹숭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그다지 사용을 권장하고 싶지 않다. 단, 저해상도의 비디오 소스, 예를 들어 인터넷 동영상이나 DLNA 연결을 통해 보게 되는 AVI 파일 등에서는 꽤 효과적이다. 결론적으로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별로 아쉽지 않은 기능이라 하겠는데, 문제는 이런 것 때문에 제품 원가가 올라간다는 점이다.

SBM은 Super Bit Mapping의 약자로 8비트인 영상신호를 14비트로 업스케일링 함으로써 계조 표현력을 높여주는 기능을 한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원본이 14비트인 데이터를 비압축으로 보여주는 경우라면 모를까, 원본 자체가 8비트인데 이를 작위적으로 업스케일링 해봐야 ‘빈 깡통 억지로 채워 넣기’ 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SBM을 작동시켰을 때 계조 표현력이 향상되는 요소는 거의 없었다.

컨투어링(Contouring)을 줄여준다는 홍보 문구도 있었는데, 해상도가 많이 떨어지는 소스에서는 다소의 보정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HD, DVD 급 영상에서는 그다지 뚜렷한 효과를 찾기 힘들었다. 14비트는 8비트의 1.75배가 아니다. 14비트는 214이고, 8비트는 28이기 때문에 무려 64배가 된다. 극단적인 컨투어링(계조의 층이 지는 현상) 에러를 검색해 보정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한 화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계조의 경우의 수를 모두 64배의 단계로 확장해서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버스캔 해제

HX920을 제대로 시청하려면 기본 설정 단계에서 반드시 바꿔줘야 할 메뉴가 있다. 바로 ‘화면 모드’에 관한 것으로, 소니 HX920은 디폴트 값이 5% 오버스캔 된 화면 상태로 되어 있다. 환장할 노릇이다. 왜 이렇게 해 놓은 것일까? 오버스캔이란 한 마디로 화면을 주욱 잡아당겨 늘려 놓은 것이다.

HD 영상의 해상도는 1920x1080이다. 5%씩 오버스캔 되면 가로/세로 가장자리 5%가 잘려 나가고 가운데 95%(1,800x1,000) 부분만 남긴 뒤 이를 1,920x1,080 화면에 맞게 억지로 늘리게 된다. 이렇게 하면 각종 노이즈와 픽셀 뭉개짐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지상파 방송을 볼 때는 채널 간 블랭크 싱크 신호가 서로 맞지 않아 짐짓 일부러 오버스캔을 시킬 때도 있다. 그러나 외부입력 단자에서는 이렇게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왜 기껏 좋은 제품 만들어 놓고 일부러 뭉개진 그림으로 보도록 할까? 누가 디폴트 값을 그렇게 설정했는지 답답하다.

오버스캔을 해제하려면 ‘홈 메뉴’에 들어간 뒤 ‘화면 설정’ 메뉴의 1번 ‘와이드 모드’ 항목에서 ‘전체’를 선택해야 한다. 이어 2번 ‘자동표시영역’에서 ‘해제’를 선택한 후, ‘표시영역’ 항목에 들어가 ‘전체화소’를 선택해야 오버스캔이 해제된다.

▲ 오버스캔 해제 메뉴

화질 모드의 선택 및 밝기 설정

▲ 장면선택 메뉴

소니 TV에는 ‘장면선택’ 기능이 있다. ‘시네마’, ‘스포츠’, ‘사진’, ‘음악’ 등 소스의 종류에 따라 알맞은 화질 모드를 제공한다. ‘장면 선택’ 메뉴에서 ‘자동’을 선택하면 TV가 소스의 종류까지도 알아서 판단해 준다. 화질 세팅 작업이 번거롭게 느껴지는 이들에게는 이 기능이 안성맞춤이다.

‘장면 선택’에서 일반을 선택하면 ‘장면 선택’ 기능이 비활성화 되면서 사용자가 직접 화질 모드를 선택하고 세팅값을 바꿀 수 있다. 메뉴 선택은 ‘홈 메뉴’ 버튼을 눌러 소니 고유의 XMB 트리 방식 메뉴를 불러낼 수도 있고, 간편하게 리모컨의 ‘옵션’ 키를 눌러 선택할 수도 있다. 화질 메뉴 선택 화면에 들어가면 우선 ‘메모리 선택’ 항목에서 ‘현재 입력’과 ‘모든 입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현재 입력’은 조정한 세팅값이 현재의 입력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모든 입력’은 모든 입력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HX920의 화질 모드는 ‘표준’, ‘선명’, ‘사용자’ 세 가지가 있다. 각 모드의 디폴트 값과 이를 실측 색온도 및 밝기 값은 아래와 같다.

▲ HX920 화질모드별 디폴트 값 실측결과

위 표에 보면 ‘표준’ 모드의 백라이트와 픽처(Contrast)가 모두 최대치로 설정되어 있는데도 정작 밝기가 208㏅/㎡(칸델라) 밖에 나오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짐작가는 이유가 있다. 최근 미국의 대형 가전매장은 에너지 절감에 대한 규제가 매우 엄격하다. 매장에 TV를 설치할 때 대개 ‘표준’ 모드로 놓게 되는데 이 때 소모되는 전기량이 많으면 아예 매장에 전시도 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요즘은 ‘표준’ 모드를 일부러 어둡게 세팅하는 것이 유행(?)이다. 전시조차도 못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서로 밝게 보이려고 야단이었는데 이제는 정반대가 되었다.

앞서 설명한 ‘장면 선택’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은 굳이 ‘표준’ 모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일반 사용자들은 ‘장면 선택’에서 ‘자동’을 선택하면 된다. 대신 고급사용자들은 ‘장면 선택’에서 ‘일반’을 선택한 후, 화질 모드를 ‘사용자’로 선택하면 된다.

‘사용자’ 모드 또한 튜닝을 다시 해야 한다. 우선 밝기를 조정해야 한다. 238㏅/㎡(칸델라)는 지나치게 밝다. 2D 영상에서는 100 IRE의 밝기를 110~160㏅/㎡ 범위 안에서 맞추는 것이 괜찮다. 보통 120~130㏅/㎡ 정도가 무난하다. 아래 표는 ‘사용자’ 모드에서 픽처(Contrast)의 밝기를 90 또는 80에 놓았을 때 백라이트의 밝기 설정에 따른 실제 측정된 밝기 값이다.

▲ ‘사용자’ 화질 모드에서의 백라이트/Contrast 별 실측값

HX920의 Contrast(=Picture)은 80~90 정도가 적당한데 90은 104% 화이트가 살짝 묻힌다. 80이 무난하다 싶다. 그리고 백라이트를 3에 맞추면 130㏅/㎡ 전후가 나온다. 이 정도가 적당하겠다. 디폴트 값(픽처 90+백라이트 7)은 지나치게 밝은 값이다.

로컬 디밍과 블랙 레벨

HX920은 직하형에 풀 로컬 디밍을 사용하기 때문에 블랙이 매우 깊다. 0% 올 블랙 필드의 밝기는 당연히 0라 측정된다. 백라이트 전원을 모두 끄기 때문이다. 이 보다는 실제 영상에서의 0% 밝기가 중요하다. 실제 영상에서 화면 전체가 0% 블랙인 경우는 거의 없다. 어떤 부분은 밝고 어떤 부분은 어둡다. 이때 어두운 부분이 밝은 부분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아 들뜨는 현상이 나타나게 마련인데 그 영향을 얼마나 적게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테스트 방법은 10~50%의 화이트 윈도 패턴을 중앙에 띄워 놓은 상태에서 윈도 측면의 0%에 해당하는 블랙(아래 그림의 동그라미 부분)이 얼마나 블랙의 깊이를 유지하는지 측정하는 방식이다.

▲ 0% 블랙의 깊이 측정 윈도 패턴

결과를 살펴보자. 아래 표에서 보듯 HX920의 블랙 레벨은 대단히 깊은 수준이다. 동사(同社)의 2010년 모델인 LX900은 아예 비교 대상이 아니며, 3D TV 모델 중에서는 꽤 깊은 블랙을 보여주는 삼성의 D8000보다도 훨씬 더 깊다. LG의 72LEX9 모델은 HX920과 동일한 직하형에 풀 로컬디밍 타입이며 로컬 블록 수는 오히려 HX920보다 더 촘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EX9 보다도 HX920이 더 안정된 블랙을 보여준다.

▲ 0~50% 윈도 패턴에 이웃한 0% 블랙 깊이 측정

파나소닉 VT25는 블랙이 깊은 PDP 제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HX920이 더 블랙의 심도가 좋다. 플랫 형 TV 중에서는 이제는 전설이 되어 버린 파이오니아 쿠로 101(PDP)을 제외하고는 블랙이 가장 깊게 내려가는 제품이 아닌가 싶다.

HX920에서 로컬 디밍 기능을 끄고 블랙의 깊이를 측정해 보면 대체적으로 삼성 D8000과 비슷하거나 아주 약간 더 높은 값이 나온다. 두 모델이 유사한 특성의 패널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HX920의 블랙은 오로지 직하형+풀 로컬 디밍의 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HX920은 3D 영상에서도 로컬 디밍이 작동된다. 작년에 출시된 LG의 직하형 SG 방식이었던 LX9500이나 LEX9은 2D에서만 오로지 로컬 디밍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HX920은 3D에서도 풀 로컬 디밍이 가능한데 실제로 3D에서도 블랙의 심도가 깊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니포미티와 할로 현상

S-PVA 패널은 S-IPS 패널에 비해 유니포미티가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HX920 같은 직하형은 빛샘 현상이 없다는 이점이 또한 있다. HX920의 유니포미티는 나름 우수한 편이다. 삼성 D8000과 나란히 비교해 보면 밝은 쪽 유니포미티는 비슷한 수준이고, 50% 그레이 필드부터는 HX920이 다소 더 깔끔한 모습을 보인다. 25% 그레이 필드에서는 화면 중앙부분의 색조가 다소 불균일하게 나타나지만 눈에 쉬 뜨일 정도는 아니다. 이 정도면 S-PVA 패널 치고는 썩 좋은 편에 속한다.

로컬 디밍의 단점으로 늘 지적되는 것이 할로(Halo) 현상이다. 어두운 배경에 아주 밝은 피사체가 있을 경우 피사체 주위에 밝은 빛무리가 형성되는 현상이다. 할로 현상은 블록 수가 적으면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HX920 역시 할로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할로 현상은 일반적인 그림에서는 눈치채기 어렵다. 동굴 속의 횃불 또는 밤하늘의 달빛 같은 극단적인 대비가 이루어지는 영상에서 주로 눈에 뜨인다.

감마

HX920의 공장 디폴트 값은 로컬 디밍이 ‘해제’된 상태다. 그런데 실제 영상을 세팅해 보면 로컬 디밍을 ‘켠’ 상태를 기준으로 화질이 튜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HX920은 감마를 -2~+2 다섯 단계로 조정할 수 있는데 디폴트 값은 0 이다. 로컬 디밍이 꺼진 상태에서 감마 0의 실측 값은 2.10 이하가 나온다(표 참조). 그러나 로컬 디밍을 켜고 측정해 보면 감마 0에서 평균 2.26의 감마 값이 측정된다. 표준 감마인 2.20에 근사한 값이다.

색 농도

HX920의 색농도 디폴트 값은 50이다. 디폴트 상태에서는 레드와 블루가 비교적 강하고 그린이 표준 값에 비해 다소 빠져있다. 영상을 더 선예하고 자극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짐짓 레드와 블루의 농도 비를 높이는 일은 흔하다. 의외로 많은 사용자들이 이런 류의 제조사들의 ‘의도적인 세팅’을 ’소니 특유의 색감’으로 오해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삼성 TV는 레드의 농도를 과하게 넣고 LG는 그린을 더 부각시키는 등의 세팅을 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소니 고유의 컬러’, ‘삼성 특유의 색감’ 같은 말은 대개 오해에서 비롯된다. 표준 값을 정확하게 지켜서 튜닝을 하면 제조사별로 색감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색상과 관련된 모든 표준 항목들을 100% 다 지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각각의 색이 달라 보이는 것이다. 색농도 값을 47로 조정하고 다시 측정해 보았다. 표준값에 더 근사(近似)한 값을 얻을 수 있었다.

▲ HX920의 색농도 비율

색상의 정확도

아래는 HX920의 색좌표를 측정한 CIE 차트다. 차트에서 볼 수 있듯이 Primary Color(Red, Green, Blue)는 물론이고 Secondary Color(Cyan, Magenta, Yellow)까지 모든 컬러의 좌표값(흰색 삼각형)이 BT 709 HD 색좌표의 표준값(검은 색 삼각형)에 거의 일치한다. 최근 출시되는 TV들은 색좌표가 대개 표준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HX920은 색상의 정확도가 더욱 돋보이는 수준이다.

▲ HX920 Color CIE Chart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Blue 값이 표준보다 약간 포화도가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대개 디스플레이 기기들은 Red나 Green, Yellow 값은 틀리는 경우가 많지만 Blue는 잘 안 틀리는 편인데, HX920은 오히려 다른 컬러 값은 정확한데 Blue 값이 다소 부정확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HX920은 컬러 값을 조정할 수 있는 고급 사용자 메뉴가 없다. 따라서 Blue 좌표 값을 캘러브레이션 할 도리가 없다. 사실 굳이 캘러브레이션이 필요하지는 않다. 블루의 색좌표가 약간 틀리기는 하지만, Blue와 연계된 Secondary Color인 Cyan과 Magenta의 값이 정확한 편이라서 전체적인 색상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HX920에게는 색상의 정확도 측면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그레이스케일

HX920은 모두 네 가지의 색온도 옵션을 가지고 있다. ‘사용자’ 모드에서 100 IRE를 측정해 보니 ‘시원하게’는 12,000K, ‘기본색’은 9,600K, ‘따뜻하게 1’은 8,200K, ‘따뜻하게 2’는 6,550K 정도가 나왔다. 당연히 권장모드는 표준 색온도 6,500K에 근사한 ‘따뜻하게 2’다.

디폴트 상태에서 HX920의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을 측정해 보니 비교적 평탄한 모습을 보인다. 아래는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 하기 전의 계조별 RGB Level 차트다. 전체적으로 Red와 Blue가 모두 과다하게 나타난다. Blue가 과다한 정도가 더 크기 때문에 색온도는 표준보다 약간 높은 6,600K 정도로 나타난다. 그런데 유의해서 볼 점은 색온도가 6,500K에 맞춰져 있지는 않지만, 어두운 계조부터 밝은 계조에 이르기까지 나란히 똑같은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델타 에러값도 10~100 IRE까지 똑같이 5가 나온다. 바람직한 모습이다. 이렇게 계조별로 평탄하면 켈리브레이션을 하기가 매우 쉬워진다.

▲ RGB Level (조정 전)

‘사용자’ 모드의 고급설정에 들어가면 화이트 밸런스를 조정하는 메뉴가 있다. Gain과 Bias를 맞추는 2포인트 조정 방식인데 정밀도가 다소 떨어진다. 소니 TV의 켈리브레이션 메뉴는 LG나 삼성에 비해 단출하고 정세하지 못하다. LG와 삼성의 화이트 밸런스 조정은 시간과 장비만 충분히 갖추면 ITU 표준에 거의 일치하게 조정할 수 있는데 소니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워낙 계조의 평탄성이 좋아 약간만 조정해도 델타 에러값을 0~1 수준으로 맞출 수가 있었다.

▲ RGB Level (조정 후)

위는 켈리브레이션을 마친 뒤의 RGB 레벨 차트다. RGB 레벨이 전 계조에 걸쳐 나란히 일치되어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색온도도 표준 값인 6500K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래 표는 켈리브레이션 조정 전후의 HX920의 계조별 색온도 및 델타 에러값이다. 20 IRE 이하의 깊은 암부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매우 우수한 그레이스케일 성능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 HX920 Grayscale

HX920의 2D 영상의 주요 지표를 종합해 보면, HX920은 밝기, 블랙, 색온도, 색상의 정확도 등에서 모두 최정상급의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제 기대되는 HX920의 3D 영상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SG 방식 3D TV의 진화

최근 치열해 지고 있는 3D TV 시장을 잠깐 조망해 볼 필요가 있겠다. 아시다시피 2010년의 3D TV 시장은 삼성의 압승이었다. 이때는 빅3(삼성, LG, 소니) 모두 SG 방식이었다. LG와 소니는 준비도 부족했고 기술적인 완성도도 많이 뒤진 편이었다. 그러나 2010년 3D TV 시장은 그 규모가 미미해 그다지 큰 영향은 없었다. 하지만 3D TV 시장이 곧 크게 성장 할 것이므로 LG와 소니는 어떻게든 ‘비상대책’을 세워야 했다. 여기서 두 회사의 대응방식이 판이하게 갈린다.

소니는 동일한 SG 방식을 고집하면서 하드웨어 스펙을 높이고 새 기술을 개발하는 ‘정공법’을 채택한 반면, LG는 아예 방식 자체를 SG가 아닌 편광으로 바꾸어 다른 동네로 소비자를 유도하는 ‘변법’을 채택했다. 일단 두 회사의 시도는 모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빅3의 비율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세 회사 간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눈여겨 볼 점은 SG 방식 3D TV의 기술적인 진화다. 올 초 발매된 삼성의 D8000은 SG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인 크로스 토크 문제가 거의 해결된 제품이었다. 놀라울 만한 비약적 발전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다소 어둡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살펴 보게 된 소니 HX920은 크로스 토크와 더불어 밝기 문제까지 해결했다.

SG 방식과 편광 방식의 미래

기술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할까 한다. HX920을 제대로 분석하자면 3D 기술에 대한 이야기, 특히 SG와 편광 두 가지 방식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 단락이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 이들은 그냥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올 상반기 국내 TV 시장은 SG 방식과 편광 방식의 논쟁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양사의 공방전이 치열했다. 작년에 불리한 입장에 있던 LG로서는 일단 반격에 성공한 셈이다. 개량된 편광 방식인 FPR을 내놓으면서 3D TV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에 다양성을 부여해줬고, 가격대를 낮추는 대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또 언론 노출이 많아지면서 3D TV 전체 시장을 활성화 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 논쟁을 지금 현재 시점의 효용성이 아닌, 몇 년 뒤 미래 시점의 효용성 차원에서 바라보면 아무래도 편광보다는 SG 방식이 다소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건 어느 정도 예측이 되었던 것이기도 한데 왜 그런지 찬찬히 살펴보자.

편광과 SG는 각기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큰 항목들만 꼽아보면 SG의 단점은 (1) 안경(싱크 신호, 가격, 무게) (2) 플리커링 (3) 크로스 토크 (4) 낮은 휘도 등으로 요약된다. 한편 편광의 가장 큰 단점은 ‘수직 해상도의 열세’ 한 가지다. 가짓수로 따지면 SG가 더 단점이 많다. 그런데 SG의 단점들은 모두 기술적 문제들이다. 다시 말해 기술이 발전하면 하나, 둘씩 해결이 될 항목들이라는 것이다. 이미 그렇게 진행이 되고 있다. 반면, 편광의 단점인 ‘해상도’ 문제는 물리적 구조의 문제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물리적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해상도’는 다른 항목들에 비해 가치 비중이 높은 항목이라 언제든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 아날로그 케이블은 동봉된 확장선을 통해 연결할 수 있다.

먼저 편광 쪽부터 살펴보자. LG에서 아무리 마케팅 활동을 통해 FPR 방식에 해상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도, 사실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관련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다 아는 상식이다. 어쩔 수가 없다. 물리적 구조는 ‘Fact’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에게 물어 거수로 결정하는 사항이 아니다.

늘 말하지만, 삼성, LG의 연구 개발 수준은 단연 세계 톱 레벨이다. 짧은 기간 안에 정말 놀라운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해 낸다. LG 연구진도 편광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말 감탄할 수준의 연구 개발을 했다. 대표적인 것이 (1) 홀수 라인과 짝수 라인 정보를 1/120초 간격으로 교대로 내보내거나 (2) 또는 홀수 라인과 짝수 라인의 정보를 다운 믹싱해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이다. 이를 통해 FPR은 기존 편광에 비해 많은 화질적 발전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역시 소프트웨어적 방법으로 하드웨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언급한 알고리즘의 경우, 전자(前者)의 방법은 1,080p는 아니라도 1,080i의 효과에 어느 정도 근접하는 “의사(擬似)-1,080i” 레벨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신 모션 저더가 심하고 포커싱이 흔들리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후자(後者)는 비교적 안정된 그림을 보여주지만 이론적으로 100% 540p이기 때문에 FPR이 Full HD라는 주장을 할 근거가 없어진다. 게다가 움직이는 사물의 주변에 하울링이 일어나는 문제도 있다(이 두 가지 모드는 LG TV 내의 ‘라이브 스캔’ 모드에서 선택이 된다. ‘라이브 스캔’을 끄면 (1), 켜면 (2)가 된다). 구조적인 문제라 기술로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편광에서 해상도 문제가 해결되려면 HD의 4배 해상도를 갖는 UDTV 패널을 개발해 Full HD 영상을 좌/우로 나누어 보내야 가능하다. 그러나 언제 가능할지도 모르고, 또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당장은 이 문제를 마케팅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하고는 있다. 사실 아직도 많은 사용자들이 블루레이와 DVD의 화질을 구별하지 못한다. 뿐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1.5Mbps의 CD 음질과 176kbps의 MP3 음질도 구별 못한다. 고해상도의 CD가 편의성, 접근용이성, 경제성을 장점으로 하는 MP3에게 패해 도태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해상도만이 절대적인 평가 항목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상도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항상 궁극적 가치기준의 하나로 살아남는 가장 중요한 항목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초기에 저장용량을 적게 차지해 인기를 끌었던 MP3도 최근에는 저장공간이 대용량화 되면서 176kbps가 아닌 320kbps의 고음질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아마 더 발전이 되면 640Kbps, 720Kbps 등의 덜 압축된 MP3를 단계를 찾게 될 것이고, 나중에는 CD 수준의 무손실음원인 flac이나 wave가 MP3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결국 곧장 가든 아니면 중간에 부산, 대전을 찍고 가든 어차피 미래는 ‘해상도’라는 궁극적 가치를 향해 움직이게 되어 있다.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편광 방식은 해상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이건 계속 마케팅만으로 커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는 SG 방식의 단점 항목들을 체크해 보자. 우선 안경에 관한 지적이 많다. 비싸다, 싱크 신호가 잘 끊어진다, 충전이 번거롭다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런 건 사실 사소한 것들로 곧 해결이 될 사항들이다. 가격은 벌써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앞으로 계속 더 떨어질 것이다. 싱크 신호는 이미 블루투스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충전 또한 휴대폰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사실 SG 방식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크로스 토크’와 ‘저휘도’ 두 가지다. 그 중에서도 ‘크로스 토크’가 1번 순위였다. 제조사들은 크로스 토크를 없애기 위해 블랙 필드를 정상 프레임과 교대로 삽입해 넣었고, 이 때문에 밝기도 희생되었으며, 값비싼 240Hz 패널을 써야 하는 부담도 떠안았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불과 1년 만에 이 골칫거리가 거의 해결되어가고 있다.

▲ 중앙부를 오목하게 처리한 직사각형 형태의 리모컨

삼성의 D8000과 소니의 HX920이 그 예다. 3D 영상에서 이제 크로스 토크가 거의 문제되지 않는다.이질감이나 울렁거림도 거의 없다. 물론 크로스 토크가 100% 사라진 것은 아니다.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면 발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내가 일부러 신경 쓰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시청 시에는 눈치채지 못할 수준이다. D8000의 경우 거의 PDP급 수준이고, HX920은 PDP보다는 다소 많지만 역시 그다지 신경 쓰일 정도가 아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이 수준이 아니었다. 아무리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쓰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크로스 토크가 눈에 띄었다. 짧은 시간 안에 장족의 발전이 있었다.

가장 큰 원인은 LCD 패널의 반응속도가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3D뿐 아니라 2D 영상에서도 요즘 나오는 LCD TV들은 잔상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 반응이 빠른 패널의 개발은 계속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의 패널보다도 반응속도가 10배 가량 빠른 패널을 이미 개발 완료한 상태라고도 한다. 더 멀리 나아가면 반응속도 이야기를 거론할 필요가 없는 OLED까지도 연결된다. 결국 크로스 토크 문제는 언젠가는 해결될 문제였다. 단지 그 시점이 예상 외로 빨라진 것 뿐이다.

그렇다고 모든 SG 방식의 크로스 토크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내놓은 120Hz 제품들은 아직도 크로스 토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크로스 토크가 해결된 것은 아직 고가의 제품들뿐이다. 또 HX920도 크로스 토크가 아주 깔끔한 상태는 아니다. 아직은 조금 더 손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는 시간 문제다. 이제 기술적으로 크로스 토크 문제는 거의 해결 단계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SG 방식 3D TV의 또 커다란 문제점은 ‘저휘도’ 즉 밝기가 떨어지는 문제다. ‘크로스 토크’와 ‘밝기’ 두 가지는 사실 서로 연결된 문제다. SG 방식의 밝기가 떨어지는 이유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밝기를 떨어트리는 방해 요소들이 많다. 요약해보자.

(1) SG 방식은 안경이 좌우 교대로 개폐된다. 여기서 광량이 1/2로 준다.


(2) 안경의 LCD 글래스 투과율이 또 광량의 1/3 가량을 잡아 먹는다.


(3) 올 블랙 필드를 어드레싱 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또 약 40% 정도를 잡아 먹는다.

이 세가지 요소를 모두 거치면 최종적으로 남는 휘도는 평균 20% 안팎이다. 이 가운데 (3)은 전적으로 크로스 토크를 유발하는 잔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패널의 반응속도가 빨라지게 되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삼성 D8000은 이 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크로스 토크는 줄었지만 밝기는 오히려 예전 C8000보다도 어두워졌다.

반면 HX920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블랙 필드 대신 백라이트 스캐닝만으로도 충분히 크로스 토크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면밀히 비교해 보면 블랙 필드를 사용한 D8000보다는 아직 크로스 토크가 많다. 그러나 시청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대신 패널의 밝기는 대폭 증가했다(물론 밝기가 증가한 데에는 다른 요인도 작용을 했다).

결과적으로 HX920만 보면 이제 ‘밝기’ 문제도 더 이상 SG 방식의 단점이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패널의 반응속도가 Key Point다. AMOLED는 LCD 보다 더 밝지는 않지만 반응속도가 비교가 안 될 만큼 빠르다. 백라이트 스캐닝이라는 것도 없고, 블랙 필드 어드레싱도 불필요하다. 따라서 밝기를 저해하는 요소들이 사라져 3D에서 크로스 토크(잔상), 밝기, 해상도 등 모든 요소를 만족시킬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플리커링 문제는 남는다. 단, 플리커링은 해상도, 크로스 토크, 밝기 등과 비견할 만한 수준의 비중은 아니다. 플리커링도 종류가 다양하다. 영상 내의 플리커링은 차츰 해결이 되겠지만 외광의 간섭으로 인해 발생하는 플리커링은 사용자 환경에 관한 것이라 쉽게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결국 크로스토크와 저휘도의 두 가지 굵직한 문제가 해결되면, 왜 해상도의 손실을 감수해 가면서 편광을 채택해야 하는지 의문점이 생기게 된다. 물론 아직은 아니다. HX920 같은 제품은 아직은 가격이 엄청 비싸다.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편광 수준이 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 아직은 편광이 편리한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 바라보면, 미래로 갈수록 편광 방식은 자꾸 불리한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서라도 연초에 광풍(狂風)처럼 3D TV 방식 전쟁이 일 때에도, 너무 갈 데까지 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후유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또한 심각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나중에라도 필요하면 삼성이 편광으로, LG가 SG 방식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고 그런다고 그것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 번 어떤 방식이 좋다고 외쳤다고, 계속 지조를 지킬 이유는 없다. 기업은 정치집단도 학자도 아니다. 소비자에게 득이 된다면 그 정도는 뻔뻔해져도 된다. 더구나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전자제품 시장에서는 말이다. OLED 시대로 넘어가거나 또는 SG의 단점들이 거의 해결된 시점이 되면 얼마든지 LG도 SG 방식으로 다시 되돌아 올 수도 있다(사실 LG의 LEX9 같은 SG 방식 제품은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도 했다). 최근 삼성에서 기존의 SG와 편광 방식을 혼합한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또한 반길 일이다. 기업 간 전쟁에서 진정한 패자(敗者)는 현재의 승리에 머물러 있는 자일 뿐이다.

HX920의 크로스 토크(Cross-Talk)

앞에서 말한 대로 HX920은 SG 방식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크로스 토크’와 ‘밝기’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아래 스크린 샷을 보자. 위 쪽은 소니의 작년 모델인 LX900이고, 아래 사진은 HX920이다. 두 사진 모두 3D 실사 영상에서 좌측 안경에 비친 이미지를 찍은 것이다.

스크린 샷에서 보듯 LX900은 조각 상 우측으로 테두리에 하얀 선이 꽤 보인다. 우안에 보여야 할 정보가 잔상이 되어 좌안 정보에 남아 있는 전형적인 크로스 토크의 형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작년 모델 SG 방식 3D TV의 크로스 토크가 이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나 HX920을 보면 같은 장면인데 크로스 토크가 거의 없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살짝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시청에 그다지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 소니 LX900 3D 스크린 샷

▲ 소니 HX920 3D 스크린 샷

위 사진을 보면 놀랄 만큼 크로스 토크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삼성 D8000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크로스 토크는 확실히 삼성 D8000이 더 깔끔하다. HX920도 일반적으로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이기는 해도, 좀 예민한 사람이라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또 가끔 어떤 장면에서는 화면 가장자리, 중앙과 뎁스 차이가 많이 나는 지점의 원근감이 약간 헷갈릴 때도 있다.

그러나 삼성 D8000은 예민한 사람들 조차도 거의 불만을 갖지 않을 만큼 크로스 토크가 거의 신경 쓰이지 않는다. DLP 급까지는 아니어도 거의 PDP급은 된다. 뎁스 정보도 잘 틀리지 않아 어지럼이 별로 없다. 크로스 토크 한 가지만 놓고 보면 삼성 D8000이 가장 앞서는 것은 맞다.

아무래도 소니 HX920이 블랙 필드 어드레싱을 하지 않은 점이 삼성 D8000 보다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신 소니는 휘도를 얻었다. 사실 굳이 삼성 D8000과 비교를 해서 그렇지 소니 HX920만 놓고 보면 크로스 토크에 그다지 불만이 없다.

기대되는 것은 조만간 지금보다도 열 배 이상 더 빠른 반응속도를 지닌 LCD 패널이 등장할 거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진짜로 블랙 필드 어드레싱을 하지 않아도 현재의 D8000 보다 더 좋은 ‘크로스 토크 프리’ 상태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모든 SG 방식이 HX920이나 D8000 수준인 것은 아니다. 말했듯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 120Hz 패널을 사용한 제품들은, 작년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크로스 토크가 눈에 거슬리는 수준이다. 또 240Hz 제품들도 스펙에 따라 경중의 차이가 있다. 해상도에 민감하지 않은 대신 크로스 토크와 휘도에는 민감한 사용자라면 FPR 같은 편광 방식이 훨씬 편할 수 있다. 더구나 가격도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편광 TV가 성가(聲價)를 올리는 이유다.

3D 영상에서의 밝기

3D 영상에서는 어느 정도가 적정한 밝기인가에 대한 기준은 아직 없다. 2D에서의 기준을 적용하면 대략 110㏅/㎡(칸델라) 이상이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편광이라면 이 정도 밝기가 문제가 안 된다. LG의 LW5700의 경우 3D에서 150㏅/㎡ 세팅도 가능했다. 오히려 과다한 밝기라서 실제 시청 시에는 110㏅/㎡으로 낮춰 세팅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SG 방식에서는 이 정도 수준이 밝기를 내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 동안 테스트 했던 3D TV 중에서는 삼성의 C8000(2010년 형)이 가장 밝았다. 100% White 3D 패턴에서 약 70㏅/㎡ 였다. 올 출시 모델인 D8000은 크로스 토크는 현저히 줄었지만 밝기도 줄었다. 약 52㏅/㎡ 정도가 나온다. 작년에 출시된 SG 제품들은 대개가 30㏅/㎡ 이하의 극히 어두운 화면을 보여준다. PDP는 말 할 것도 없다. 삼성 PN-C7000 PDP의 경우는 최대 밝기가 18㏅/㎡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소니 HX920은 측정해 보니 최대 밝기가 무려 107㏅/㎡가 나온다. 대단히 놀라운 수준이다.

▲ 3DTV 최대 밝기 비교

좌/우안 안경이 교대로 개폐되는 SG 방식에서는 정확한 광량의 측정이 쉽지 않다. 대개는 SG 안경의 한쪽을 광량 분석기 렌즈에 대고, 3D Pluge 패턴을 띄워 측정하는데 백라이트나 블랙 어드레싱 유무에 따라 불균일한 밝기가 측정될 수 있다. 또 한 쪽만 측정한 것이라 양안에서 총합시킨 광량 값으로 곧장 간주할 수도 없다. 한쪽 눈을 감고 느끼는 광량과 양쪽 눈을 모두 뜨고 느끼는 광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안과학 쪽의 논리가 ‘Binocular Contrast Summation’ 이론이다. 한쪽 눈의 광량과 양쪽 눈의 광량 관계를 계산하는 이론인데, 조사해 보니 아직 최종 결론 난 것은 없고 여러 가지 설(說)이 난무하다.두 배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똑같지도 않다. 스스로 직접 테스트 해보면 알 수 있다. 흔히 사용되는 수식은 C=√(L^2+R^2 ) (C=양 눈의 광량, L=좌안 광량, R=우안 광량) 이라고 한다. 계산해 보면 √2 = 1.41이다. 즉, 광량 분석기에 측정된 밝기에 ×1.41을 하면 실제 양안으로 느끼는 밝기가 된다는 이야기다.

역산(逆算)해 보면 한쪽 눈 기준으로 약 80㏅/㎡ 이상의 밝기가 나와주면 3D 영상에서 전체 휘도는 그다지 아쉽지 않겠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감할 만한 이론이다. 개인적으로는 80㏅/㎡는 약간 아쉽고 90㏅/㎡ 이상이면 3D에서는 충분한 밝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소니 HX920의 밝기가 107㏅/㎡가 측정되었으니 한 마디로 밝기 문제는 이제 아웃이다.

수치만 그렇게 나온 것이 아니라 실제로 3D를 감상할 때에도 HX920에서는 밝기에 대한 아쉬움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예전의 SG 방식 3D TV를 볼 때는 늘 “좀 어둡군..”하는 생각이 늘 한 구석에 있었는데 HX920에서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다. 편광인 LG의 LW5700과 비교하면 최대 밝기는 LW5700보다 어둡다. 그러나 LW5700도 굳이 그렇게 밝기를 높일 필요가 없다. HX920과 비슷한 110㏅/㎡ 안팎에 맞춰 놓는 것이 가장 적당한 밝기다.

소니 HX920이 어떻게 해서 밝기 문제를 해결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블랙 필드 어드레싱 없이 백라이트 스캐닝 기법만 썼기 때문에 최소 40% 이상 밝기를 증가시킬 수 있었음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직하형이라서 모듈 수가 더 많다는 점도 감안할 수 있다. LED의 밝기를 부스팅(boosting) 시켰다는 말은 있는데 정작 어떤 방식으로 부스팅 시켰는지 설명된 기술 자료를 찾을 수가 없어 그냥 하는 마케팅 문구인지 진짜인지 확인할 도리가 없다.

아무튼 삼성에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휘도 문제를 소니는 해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는 기술 수준에서 소니에 확실히 앞선다고 자부했던 삼성으로서는 적잖은 자극이 될 것 같다.

그러나 HX920은 아직 대중적인 제품이 아니다. 대단히 비싼 제품이다. 그만큼 스펙이 좋기 때문이다. 물론 언젠가는 가격이 떨어지겠지만 아직은 크로스 토크도 적고, 밝기도 충분하면서 해상도 손실도 없는 3D 화질을 얻으려면 꽤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직은 밝기가 아쉽든지, 크로스 토크가 여전히 거슬리던지 또는 해상도에서 아쉬움이 있는 제품 중에서 선택할 수 밖에 없다.

HX920은 3D 영상에서도 로컬 디밍이 작동된다. 작년에 출시된 LG의 직하형 SG 방식이었던 LX9500이나 LEX9은 2D에서만 로컬 디밍이 되고 3D에서는 글로벌 디밍밖에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HX920은 3D에서도 가능하다. 로컬 디밍을 켜면 블랙이 확실히 착 가라 앉는다.

3D 모드에서의 MotionFlow이 중요성

HX920에서 3D를 감상할 때는 반드시 MotionFlow 기능을 작동시킬 것을 권장한다. MotionFlow 같은 프레임 보간 기능은 영상을 부자연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2D 영상에서는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그러나 3D TV에서는 고질적인 모션 저더를 없애는 데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용을 권장한다. HX920 역시 MotionFlow를 작동시키지 않으면 피사체가 움직이거나 카메라가 패닝할 때 움직임이 툭툭 끊어지듯 움직이는 모션 저더(Motion Judder)가 생긴다. 삼성 D8000도 마찬가지지만 소니가 좀 더 두둑거리는 편이다. 그러나 MotionFlow를 ‘표준’에 놓으면 어지간한 모션 저더는 다 사라진다. 대신 움직임이 미끄덩거리는 부작용이 있지만 3D에서는 별로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HX920에서 MotionFlow을 사용해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MotionFlow를 사용하지 않으면 화면에 플리커링이 제법 심하다. 프레임 전체가 깜박거리는 프레임 플리커링이 아니라, 주파수가 낮을 때 화면의 밝은 부분에서 파르르 떨리는 주사선 플리커링이 있다.

MotionFlow를 끄면 24Hz 필름 소스를 5:5로 풀다운 시켜 보여준다는 것인데, 5:5 풀다운이면 120Hz가 되기 때문에 플리커링이 생길 까닭이 없다. 48Hz 또는 72Hz라면 혹 모르겠다. 파나소닉 VT25의 경우 3D 모드에 48Hz 재생 메뉴가 있는데 계조가 살아나고 움직임이 부드러워진 반면 심한 플리커링이 생기는 것을 감당해야 했다. 필자 생각에는 5:5 풀다운이 아니거나 중간 프로세싱 과정에서 무언가 에러가 생겨 플리커링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싶다. 어찌 되었든 소니 HX920에서 3D 영상을 볼 때는 반드시 MotionFlow를 켜고 시청하라는 것이 결론이다.

3D 영상의 화질 성향

HX920의 3D 영상 입체감은 아주 좋다. MotionFlow를 켜면 모션 저더나 모션 블러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X-Reality 회로는 3D에서도 활성화 된다. 2D에서는 사용을 권하지 않았지만 3D에서는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 입체감, 동적 해상도 모두 우수한데 살짝 단점이 보인다.

아마도 휘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 같은데, 영상에 살짝 막이 낀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영상보드에서 흔히 있는 노이즈 중 하나인데, 과도한 햇살이 비친 것처럼 화면이 살짝 화이트닝 되면서 그로 인해 윤곽선이 살짝 뭉개지는 현상이다. 삼성 D8000과 비교하면 D8000의 그림이 차분하게 안정되고 포커싱이 또렷한 반면, HX920은 살짝 들뜬 그림이 된다. 아마도 휘도를 얻기 위해 치른 대가로 보여진다. 그러나 화면의 안정감은 떨어져도 일단 화면이 훨씬 밝으니까 D8000 보다 더 눈이 편한 것이 사실이다. 또 굳이 D8000과 비교해서 그렇지, HX920만 보면 3D 영상도 꽤 디테일하고 입체감이 우수한 그림이다. 또 X-Reality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영상이 살짝 블러링 되는 것이 많이 보정된다. 단, 너무 심하게 넣으면 역효과가 난다.

최근 구입한 3D 전용 패턴 제너레이터를 통해 HX920의 3D 모드에서의 색 정확도와 색온도를 측정해 보았다. 그림에서 보듯 3D 영상에서도 색 정확도는 그다지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이다. 2D에 비하면 그린과 옐로우가 살짝 포화된 느낌이 있으나 큰 차이가 아니다. 그러나 블루는 여전히 기준좌표(+ 마크)보다 다소 옅게 빠져 있다. 전체적으로는 2D에서 유지되었던 색 정확도의 우수성이 3D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HX920, 3D 영상의 색 정확도

색온도는 ‘따뜻하게 2’로 놓았을 때 기본적으로 6,100K 안팎이 나온다. 이건 삼성 D8000 모델도 그렇다. 3D 모드에 들어가면 전반적으로 색온도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화이트 밸런스 조정을 했더니 6,400~6,500K 안으로 비슷하게 들어 맞는다. 그러나 조정 기능의 정세도가 떨어져 아주 정확하게 맞지는 않는다. FPR 방식인 LG의 LW5700의 경우 조정 전 색온도도 잘 맞는 편이었지만, 워낙 화이트 밸런스 조정 기능이 다양하고 정교해 전 대역에 걸쳐 델타 에러 값을 0 수준에 유지되도록 색온도를 정확히 6,500K 주변으로 맞춘 적이 있다. 화질 조정 기능의 옵션이 다양하지 못하고 정밀한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은 소니가 개선해야 할 점 중 하나다.

2D-to-3D 변환 기능

HX920에도 2D-to-3D 변환 기능이 있다. 3D 콘텐츠가 아직 활성화 되지 않은 상황이라 제조사로서는 넣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HX920의 2D-to-3D 변환 성능은 별로 좋지 않다. 작년 모델에도 동일한 기능이 있었는데 참 조악한 수준이었다. 그때 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완성도가 많이 떨어진다.

뎁스를 세 단계로 조정할 수 있는데, ‘중간’과 ‘낮음’은 3D 효과가 거의 없다. ‘높음’으로 해야 효과가 나기 시작하는데 크로스 토크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프로세서든지 알고리즘이든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경쟁사인 삼성 D8000, LG LW5700도 모두 2D-to-3D 변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은 작년에도 삼성이 한 걸음 앞선 편이었는데, 올해에도 삼성의 변환 기능은 꽤 발전한 모습을 보인다.

크로스 토크도 거의 사라졌고 뎁스 오차로 인해 앞뒤 레이어 간격이 이상해지는 모습도 많이 줄어 꽤 깔끔한 모습을 보인다. LG의 경우 SG 방삭에서는 2D-to-3D 변환 기능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편광에 올인하면서 크로스 토크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기능을 장착했는데, 크로스 토크 없고 밝기 때문에 대단히 훌륭한 성능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삼성, LG 등 경쟁사의 2D-to-3D 기능이 크게 진일보한 반면 소니는 아직 정체된 모습인 것 같아 아쉽다.

3D 안경

소니 HX920과 함께 배달된 3D안경(TDG-BR250)은 충전형이다. 디자인도 좋고 착용감도 괜찮다. 삼성 SSG-3300 모델처럼 귀에 걸지 않고 그냥 머리에 두르는 형태다. 이게 더 편하다. 그러나 머리가 큰 사람은 약간 조이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싱크가 블루투스가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 적외선(IR)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되면 싱크 신호가 끊어진다. 그런데 이 제품은 작년 모델이다. 경쟁사인 삼성이 3D 안경의 종류와 가격을 다양화 하기 위해 노력 하는 것에 비해 소니는 다소 게으른 모습이다.

3D 메뉴에 보면 LCD 안경의 밝기를 세 단계로 조정하는 메뉴가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안경의 밝기가 달라지지 않고 화면의 밝기가 달라진다. 왜 이름을 이렇게 붙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앞서 제시한 107㏅/㎡는 모드를 ‘높음’으로 했을 때다. ‘높음’과 ‘중간’은 밝기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낮음’을 선택하면 밝기가 삼성 D8000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다. 왜 이 기능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크로스 토크가 많은 제품에는 필요하다. 밝으면 입체감이 늘고 보기 편하지만 대신 크로스 토크가 잘 보이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소니도 3D 안경의 싱크 신호를 블루투스로 빨리 전환할 필요가 있다. 사용해보면 IR 방식에 비해 블루투스 방식이 훨씬 편하다. 또 소니는 3D 안경 가격도 아직 너무 비싸다. 최근 SG 방식 3D 안경의 가격은 작년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 소니만 아직 멈춤 상태다.

앞으로 크게 진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가 3D 안경이다. LG전자 광고에서 원빈이 쓰고 나온 3D 안경은 명품 브랜드인 알랭 미끌리 제품으로, 야외에서는 일반 선글라스로도 사용 할 수 있다. 물론 대단히 비싼 고가의 제품이다. 그러나 3D 안경이라고 명품 브랜드가 생기지 말라는 법 없다. 삼성전자는 특정 개인에게 맞춘 맞춤형 3D 안경을 제작하기도 한다. 또 최근에는 고도 근시자를 위한 ‘3D 도수 안경’을 내놓기도 했다.

3D 안경에 대한 팁 한 가지. 원래 3D 영상은 최대한 실내 조명을 어둡게 하고 보는 것이 정석이다. 안경에 외부 조명이 들어올 경우 간섭에 의한 플리커링이 일어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영상에 대한 집중력을 많이 흐트러뜨린다. 특히 SG 방식이 이에 더 민감하다. 따라서 3D 영상을 볼 때는 안경에 다른 빛이 새어 들어오지 않게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높은 완성도와 그에 걸맞은 최상 스펙

소니의 HX920은 참 잘 만든 제품이다. 화질에만 국한해서 보면 2D와 3D 모두 최정상급의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평할 수 있다. 특히 SG 방식의 강점인 높은 해상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점으로 지적되던 크로스 토크와 저휘도 문제를 해결해 낸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색 정확도와 계조별 평탄성, 그레이스케일, 감마 등 기초적인 화질 특성도 우수하다.

단, 세부적인 전문가 조정 기능이 빈약한 점, 3D 싱크가 아직도 IR 인 점 등은 다소 아쉽니다. 또 크로스 토크도 약간은 더 개선될 여지가 남아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HX920의 가장 큰 단점은 비싼 가격이다. 직하형 풀 로컬 디밍이고, X-Reality Pro 회로에 값비싼 사운드 바 스탠드를 장착하는 등 가격이 올라갈 만한 스펙이기는 하다. 또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자존심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게 마련이다. 당장은 접근이 쉽지 않은 가격대지만 일단 이런 류의 제품이 나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곧 가격이 낮으면서도 크로스 토크와 밝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제품들도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동안 삼성, LG에 비해 제품 개발 능력이 답보 상태에 머무른 것처럼 보였던 소니가 모처럼 저력을 발휘한 것도 반갑다. HX920은 삼성, LG 등 국내 업체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될 제품으로 보인다.

글/ 최원태 AV 평론가
진행/ 미디어잇 이상훈 기자 tearhunter@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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